'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날 수 있고 꽃을 피울 수 있다.


유독 긴 꽃술을 품고 있는 저기 저 누리장나무 어린 꽃봉우리도 마찬가지다. 여리고 여린 저것이 본연의 꽃을 피우려면 조금더 이 뜨거운 볕을 이고서도 더 기다려야 한다.


바람이 쓸고간 지난밤 달빛은 유난히도 맑고 깊었다. 그 달빛이 하도 아까워 한줌 손아귀에 쥐고 품속으로 넣어두었다. 하루를 건너기 버거운 어느날 곱게 펴서 스스로를 위안 삼으리라.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 가득 쌓아두는 일 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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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비스듬히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정현종 시인의 시 '비스듬히'다. 저 홀로 살아가는듯 보여도 함께 있지 않으면 절대로 살 수 없는 것이 모든 생명들의 운명이다. 사람이 사는 일도 마찬가지여서 서로 의지처가 되며 그렇게 기대며 산다. 내 스스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이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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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문선 6 : 말 없음에 대하여
-정민,이홍식 편역, 민음사


8권부터 시작한 책 읽기가 한 숨 쉬었다가 다시 손에 들었다. 이제 6권이다.


신정하, 이익, 정내교, 남극관, 오광운, 조구명, 남유용, 이천보, 오원, 황경원, 신경준, 신광수, 안정복, 안석경


6권에는 18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영조 연간에 활동했던 인물들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익히 들었던 이름들이 많고 관심가는 사람도 있어 옛사람들의 사색의 행간을 더듬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만나 어떤 문장이 마음에 깃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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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길에 들었다'
익숙한 길이다. 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도 편안해지는 곳이다. 찾을 때마다 늘 새로운 무엇인가를 전해 주는 숲 길이다.


그것이 술패랭이꽃이기도 하고, 앵무새이기도 하고, 누리장나무이기도 하고, 무릇이고 하늘말나리며 고라니다. 구름과 바람이며 드닷없는 소나기다. 먼 산 그림자이며, 발자국 따라 걷던 그리움이다.


하지만, 그 숲길에 들어 꼭 무엇인가를 만나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숲길에선 참으로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긴 공백의 시간을 메꾸느라 분주한 마음 속 일렁임을 다독인다. 딴 곳을 바라보는 마음 보다 지금 현재에 집중하라는 눈의 수고로움이다.


늘 수고로움을 감당하는 것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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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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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방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문득 문득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맞닥트리는 문제를 공감하며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그런 시각으로 지금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조건의 사람관계를 살펴보곤 한다살피는 사람관계의 중심은 연령이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눠갈 수 있는 가의 여부다.한때그런 사람을 만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삶과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의미를 가지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관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 책이 바로 정민 교수의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담은 삶을 바꾼 만남이다때를 놓치고 만나지 못했던 책을 뒤늦게 우연한 곳에서 만났다만나야할 것이라면 기회는 이렇게 다시 오지만다시 온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는 없을지도 모른다소년의 운명을 바꾼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 출발은 이 '삼근계三勤戒'라고 한다가능성을 알아봐준 스승과 스승의 가르침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자 했던 제자의 만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황상의 아버지가 죽은 후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황상의 처지에 공부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이유도 있다이후 스승이 해배되어 남양주로 올라가고 꽤 오랫동안 소식을 주고받지 못하다 다산의 회혼회에 이르러서야 만나게 된다그후 스승이 죽자 늙은 몸을 이끌고 묘소를 여러 차례 찾아 문상한다스승 다산이 죽고 다산의 아들들과 교류를 이어가는 황상은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당대 문사들로부터 시문에 대한 찬사를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며 빛을 발한다.

 

이상은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이야기의 개략적인 흐름이다정민 교수는 이 책에서 이 둘의 관계를 살피는 중심에 다산을 두고 있다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여겨지고 한동안 제자 황상과의 교류 단절로 인해 다산의 문헌 속에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운명적 만남을 키워드로 설정한다면 그 중심은 제자 황상에게로 옮겨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강진에 유배된 이후 다산의 삶과 학문에 중점을 두고 여기에 부가적인 한 요소로 제자 황상을 살피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조금은 아쉬운 점이다운명적이라면 제자 황상의 삶에 더 깊고 강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조선 후기를 살았던 황상이라는 사람에 대한 조명을 이처럼 한 책을 없을 것이기에 그 의미 또한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본다거대한 산맥 같은 다산과의 만남이 한 사람의 운명에 결정적인 여향을 미쳤고 스승의 가르침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제자의 관계가 시대를 뛰어 넘어 귀감으로 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스승과 제자가 사라졌다는 세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사람 사귐의 관계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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