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에 취하면(雜說)

술을 좋아하는 자가 있었다. 밖에 나가 무리를 따라 크게 취하여 저녁때 돌아오다가 집을 못 찾고 길에 벌렁 눕더니, 제 집으로 생각해서 미친듯 소리치고 토하며 인사불성 제멋대로 굴었다. 바람과 이슬이 몸을 엄습하고 도둑이 틈을 노리며 수레나 말에 치이고 사람에게 밟힐 줄도 모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그를 비웃고 마치 기이한 꼴이라도 본 듯이 했다.


아! 어찌 이것 만이 유독 이상하다 하겠는가? 오늘날 벼슬아치들은 급제해 벼슬에 오르거나 벼슬해서 현달하게 되면, 깊이 도모하고 곰곰이 따져 보아 시대를 구하고 나라를 이롭게 할 생각은 않고, 오로지 승진하기만을 끊임없이 바라며 욕심 사납게 얻는 데 싫증 내는 법이 없다. 그러다가 원망이 쌓여 화가 이르니 남들은 위태롭게 여기지 않은 이가 없는데도 정작 자신은 여전히 우쭐대며 오만하게 군다. 참으로 심하게 취했다 하겠다. 아! 술 마신 자는 취해도 때가 되면 깬다. 하지만 벼슬하는 사람이 취하면 재앙이 닥쳐와도 깨는 법이 없다. 슬프다.


* 정내교(1681~1757)의 글이다. 조선시대 문인이다. 한미한 집안 출신이었으나 시문에 능하고 거문고와 노래 솜씨가 대단해 널리 이름을 얻었다.


가관도 아니다. 하는 꼴이 도대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의 한심한 모습이다. 눈 먼 돈, 쌈지돈 인 양 쓰던 것을 빼앗기게 생겼으니 아마도 속에 얼불이 나고 있을 것이다. 저들의 호주머니를 지킬 수만 있으면 얼굴에 침을 뱉어도 웃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활동비, 특수활동이긴 하다. 세비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은밀하고 특수하게 챙겼으니 말은 맞아 보인다.


완전폐지라고 웃는 낯으로 발표하는 그 얼굴 뒤에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특활비는 유지하고 폐지하기론 한 교섭단체 대표 특활비는 업무추진비로 증액하겠단다.


삼복 더위에 개도 웃을 일이다.

"아! 술 마신 자는 취해도 때가 되면 깬다. 하지만 벼슬하는 사람이 취하면 재앙이 닥쳐와도 깨는 법이 없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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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릭'은 아직 오지 않았다. 겨우 흔적만 알 수 있을 정도의 비만오고 살랑이는 바람결이 마치 태풍이 지나간 후 그 마알개진 공기마냥 싱그럽기만 하다.

서둘렀으리라. 유독 일찍 시작한 모내기라 뜨거운 햇볕에 무럭무럭 자라서 추석이 한달도 더 남았는데 벼베기를 마쳤다. 다 여물어 묵직한 고개를 숙이고 노랗게 익은 벼다. 태풍이 온다니 얼마나 급했을까.

처서處暑다. 모기의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는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불렀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 한다는데 걱정이다.

태풍을 앞에둔 농부의 마음처럼 조심스러운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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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뒷산에 오른다. 이런저런 이유로 먼 길로만 나섰던 까닭에 가까운 뒷산 꽃은 놓치고 말았다.


문득, 지금쯤이면 피었겠다 싶어 찾아간 곳엔 어김없이 피어 반기고 있다. 가뭄과 땡볕에 습지는 말라가다보니 세력이 약해졌만 여린 꽃대를 올려 제 사명을 다 하고 있다.


때마침 핀 잠자리난초와 눈맞춤하며 자축한다.
조심스럽게 건너가야할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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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여기 어디쯤인데 하면서 저절로 발걸음 속도가 느려진다. 비오는 날 빗방울을 머금고 영롱하게 빛나던 그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반긴다. 몸이 기억하는 장소다. 그곳엔 가면 어김없이 환한 미소로 반긴다. 모퉁이 돌아 급하게 오르면 남덕유산(1507m) 정상이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것이 많은데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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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며 臨鏡贊

멀리서 바라보면 곱기가 부귀한 사람 같은데 다가서서 살피면 비쩍 말라 산택山澤에 숨어 사는 피리하 사람 같다. 이마와 광대뼈는 시비와 영욕의 처지를 잊은 듯하고 낯빛은 온화해서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사물을 해칠 뜻이 없는 것 같다고들 한다. "광대뼈의 솟은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라고 한 것은 민 사문閔斯文이 내 관상에 대해 말한 것이고, "눈동자의 정채가 사람을 쏜다."라고 한 것은 조 학사趙學士가 내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약해서 말조차 타지 못하건만 사람들은 내게서 진晉나라 정남대장군征南大將軍 두예杜預를 기대하려 든다. 용모가 세상을 움직이지 못할 뿐인데도 사람들은 나를 '태현경太玄經'을 지은 한나라 양웅楊雄 처럼 본다. 내가 두 손을 모으고 천천히 보폭을 짧게 해서 걷는 것을 본 사람은 염락의 어진 이(주돈이와 정호ㆍ정이 형제)를 본뜬다고 의심하고, 내가 형상을 잊은 채 멍하게 앉은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장자莊子와 열자列子의 현묘함을 엿보려는 것으로 의심한다.


아! 내 일곱 자의 몸뚱이를 아는 사람은 몇 명 있지만 한 치 되는 내 마음을 아는 자는 누가 있을까? 위로는 하늘이 나를 알고 아래로는 내가 나를 안다. 벗으로는 덕중德重 임상정林象鼎이 나를 칠팔 분쯤 알고 선배 중에서는 치회稚晦 조현명이 나를 오륙 분쯤 안다. 노자는 "나를 알아주는 자가 드물면 내가 귀하다."라고 했다. 아! 한 사람 조구명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조구명趙龜命(1693~1737). 18세기 조선 영조 대에 활동하며 문장 팔대가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알렸다. 조구명이 20대 초반에 자신의 모습을 본 후 쓴 글이라니 믿기지 않은 자기성찰로 읽힌다.


"너 누구니?"
거울을 보지 않고 산지 오래다. 그 흔하다는 셀카도 찍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면허증 갱신을 위해 찍은 증명사진을 받아 들고 놀라서 한 말이다. 그렇게 낯선 모습을 마주한다.


"위로는 하늘이 나를 알고 아래로는 내가 나를 안다."라는 말에서 주춤거린다. 하늘이 나를 아는 것이야 속속 들여다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나를 얼마나 알까. 더욱, 나를 아는 이는 누구일까? 자발적으로 사회적 단절을 하며 제 마음편한대로 살고자 하는 이가 스스로를 돌아 본다.


뜬 눈으로 태어나 뜬 눈으로 세상을 사는 물고기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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