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다. 홑이불이라도 덮어야할 정도로 달라진 기온이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가을의 징후를 먼저 느끼는 것은 이렇듯 몸이다. 마음이 뜨거운 여름에 붙잡혀 있는 동안 몸은 가을을 마중한다.

상사화相思花 피면 여름도 끝자락임을 안다. 하룻밤 사이 상사화가 꽃대를 올렸다. 무더위로 늦게 올라온 꽃대라지만 어쩌면 오늘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상사화도 꽃대를 올려 간절한 그리움을 꽃으로 피울 날이다.

칠석七夕, 은하수에 다리가 놓이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 상사화도 이날을 기다려 그리움의 꽃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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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귀개'
숲길을 걷다가 만나는 환경을 유심히 살핀다. 그늘진 곳, 마른 땅, 계곡, 물가, 습지 등 펼쳐진 환경에 따라 사는 식물도 다르기에 유심히 살피게 된다. 그 중에서도 유독 주의 깊게 살피는 곳은 숲에서 만나는 습지다.


이 즈음에 피는 잠자리난초, 숫잔대, 땅귀개 등과 더불어 이 식물도 습지에서 자란다. 한 곳에 관찰 포인트를 정해두고 때에 맞춰 살피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다행이도 가까운 곳에 그런 곳이 있다.


가느다란 줄기 끝에 입술 모양의 자주색 꽃을 드문드문 피웠다. 집중하여 보아도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확대하여 보면 특이한 모양새가 이채롭다.


줄기 끝에 꽃이 핀 모습이 귀이개를 닮아 이삭귀개라고 한다. 같은 습지에서 사는 비슷한 모양이지만 노랑색으로 피는 땅귀개가 있다. 특이한 것은 이 식물들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이라는 것이다. '파리의 눈물'이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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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般若峰1,732 m)에 올랐다. 반야봉은 지리산맥 제2봉으로 지리십경의 하나인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여 반야낙조般若落照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노고단 정상에서 건너다 보며 돼지령에서 출발했다. 지나온 발자국을 되돌아보며 돌아갈 길을 그려본다. 노고단 정상과 돼지령, 정령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깐의 소나기는 더워진 몸을 안정시켜줄 뿐이다.


성삼재 출발 노고단 정상 들러서 반야봉 올랐다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20.1km 왕복 7시간 30분, 몸이 기억하는 길을 걷는다. 주변 모습은 달라지고 조성된 등산로 조금은 편안한 듯하다. 내려오는 길 정령치 들러서 반야봉을 올려다 본다.


둥근이질풀, 오리방풀, 층층잔대, 잔대, 물매화, 흰진범, 투구꽃, 사데풀, 동자꽃, 기생초, 쥐손이, 산오이풀, 병조희풀, 물봉선, 노랑물봉선, 흰물봉선, 흰알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바위떡풀, 고려엉겅퀴, 닭의방풀, 고마리, 미꾸리낚시ᆢ.


여전히 늦거나 빠르거나다. 목표했던 꽃은 보지 못했다. 이제 여름 꽃은 지고 가을 꽃으로 교체되는 시기다. 곧 올해의 꽃시즌도 마감을 앞두고 있다.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기회되면 다시 높은 산에 오를 것이다. 덕유산 향적봉이 남았다.


이 산 저 산, 들로 바다로 꽃 보러다니며 길러진 체력이라고 믿는다. 꽃은 보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덤으로 튼튼한 체력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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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末伏이다.
간밤의 반가운 소나기 지나가고 여운이 가시지 않은 아침을 맞는다. 많은 비를 품은 구름이 아니어도 좋다. 햇볕 가려주고 어쩌다 소나기라도 내려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은 末伏도 다 아니 갔으며
밤에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달빛을 때리러 나온다"

*김수영의 시 '말복'의 한 구절이다. 입추지나고 말복이니 더위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한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이미 몸이 안다. 한낮 햇볕이 여름을 붙잡고 있다고 해봐야 그것도 기껏 며칠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달빛 때리러 나올 물고기'를 기다려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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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체꽃'
가뭄에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여름날 남덕유산에 올랐다. 푸석거리는 산길을 따라 걷는 이의 지친 몸을 기대어 쉬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핀 꽃이 반긴다. 높은 산에 오른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가면 기다리기라도 하듯 제 때에 핀 꽃을 보고자 한다.


제 철에 피는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과는 달리 발걸음은 언제나 늦거나 혹은 빠르거나다. 산을 찾은 시간이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었다. 주 목적이었던 솔나리는 흔적만 겨우 확인했을 뿐이지만 이내 다른 꽃들 속에 묻혔다.


그 중 하나가 이 솔체꽃이다. 여럿으로 갈라지는 가지 끝에 제법 큰 꽃봉우리를 달고 하늘 향해 하늘색으로 핀다. 안쪽과 조금 큰 바깥쪽에 있는 꽃잎과 더 작은 크기의 안쪽 꽃잎이 각각 달라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순 우리말의 솔체꽃은 중북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란다. 비탈진 기슭에서 우뚝 솟아 하늘 향해 핀 솔체꽃을 보고 있으면 무엇을 그리워 하는듯 보인다. 꽃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도 어느사이 꽃과 닮아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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