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번역하라 - 원서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글맛을 살리는 번역 특강
조영학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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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은 우리 입말에 맞게 쓰자

어느 때부턴가 문학작품을 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특히서양고전을 읽을 때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이런 사람이 동서양 고전 읽기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몇몇 출판사의 도움으로 제법 오랫동안 진행된 모임에서 어렵게 서양 고전 목록에 들어가는 다수의 문학작품을 섭렵했다.

 

이 모임을 통해 문학작품특히 서양고전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개인적 취향을 포함하여 우리말과 익숙하지 않은 번역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같은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 마다 상이한 번역을 보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분명하다하나는 작품 번역 17번역 강의 7년이라는 저자 조영학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바로 번역에 대한 관심에서다번역이 갖는 의미 특히 문학 작품에서 번역이 의미와 가치에 대한 나름의 궁금증을 해결해가고 싶은 마음이다.

 

우선이 책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조영학 선생님은 영어권 소설 번역이 80여 편에 이르며, 2013년 KT&G상상마당에서 출판번역 강연을 시작한 이래, 3백 명 이상의 번역 지망생과 기성 번역가에게 강연해왔다고 한다.베테랑 번역가를 페이스북에서 상 차리는 남자로 알게 되었기에 저자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문학작품이든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이나 외국의 책을 만나면 어김없이 부딪치는 문제가 번역일 수밖에 없다.내가 번역할 것이 아니기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분야가 아니라는 말이다언제든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번역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정립해 두는 것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최대한 우리말 체계와 언어습관에 가까운 번역번역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를 지향한다독자의 언어로 번역하라

 

이 문장은 저자가 주장하는 번역의 핵심으로 보인다이를 저자의 말로 더 풀어보자면 번역은 기술이기에 배울 수 있고배워야 한다.”거나 문법체계 외에도 우리말 습관상징비유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의 여백을 이해하고 잘 읽히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글은 우리 입말에 맞게 쓰자라고 주장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어쩌면 번역된 문학작품을 읽으며 난독증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주목했던 점은 따로 있다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무엇에 주목하여 글을 써야하는지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현대인들은 SNS 활동으로 짧은 글일지라도 쓸 기회가 많아졌다.개인의 영역이라며 쓰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지만 우리말의 쓰임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이다아이러니하게도 외국어를 번역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말의 쓰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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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초가을 2

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가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으니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 '초가을2'다. 하늘은 높아가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점점 더 커진다. 그 차이를 메꾸느라 노을이 더 붉어지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고개들어 하늘을 보고 저물녘 놓치지 않고 서쪽을 향한다. 그렇게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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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잔대'
꽃 핀다는 소리가 들리면 해마다 서너차례 같은 곳을 걷는다. 몇개의 산 모퉁이를 돌고 나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추는 곳, 빠르거나 늦거나 하여 꽃이 보이지 않더라도 꽃과 함께 기억되는 공간이다. 아는 사람만이 누리는 멋이고 맛이다.


길다란 종 모양의 꽃이 가지를 돌면서 층을 이루고 핀다. 연보라 색이 주는 신비로움에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이채롭다. 삐져나온 암술을 잡고 흔들면 곱디고운 소리가 날듯도 싶지만 매번 생각뿐이다.


잔대가 층을 이루며 핀다고 해서 층층잔대라고 한다. 잔대, 금강잔대, 나리잔대, 톱잔대, 털잔대, 두메잔대, 당잔대, 가는층층잔대 등 잔대 집안도 식구가 많다. 몇가지는 실물을 봤으나 여전히 구분이 어려운 식물의 세계다.


노고단 오르는 기회가 있으면 늘 그곳을 서성인다. 양쪽 몇개체들이 해마다 잊지않고 얼굴을 보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뿌리가 약재로 사용되어 '감사', '은혜'라는 꽃말을 붙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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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칸의 비둘기 집
집에서 기르는 비둘기는 여덟 종류가 있다. 첫째는 온 몸이 흰 전백全白이고, 둘째는 몸이 희고 꼬리가 검으며 머리가 검은 점이 있는 점오點烏이며, 셋째는 붉은 몸에 꼬리가 흰 자단紫丹이고, 넷째는 몸이 희고 머리와 목이 검은 흑허두黑虛頭이며, 다섯째는 흰 몸에 머리와 목이 자줏빛인 자허두紫虛頭, 여섯째는 흰 몸과 붉은 목 그리고 날개 끝에 두 줄의 붉은 점이 있는 천앙백天仰白이고, 일곱째는 몸은 검고 꼬리가 흰 흑층黑層, 여덟째는 갈색의 날개 끝에 두 줄의 금색 점이 있는 승僧이다.

여기에 실점오, 자점오, 다대점오, 흑허미, 자허미, 흑승, 고달전항백, 자어농, 흑어농, 가치어농, 자관자, 흑관자, 자휘항, 흑휘항, 덕거머리가 있다. 

별칭으로는 긴두고, 무은, 모외, 마리, 장도리 등 다섯가지가 있으며, 부리는 희고, 눈은 노란빛이 좋다. 목은 크고 꼬리는 깃털이 풍부해야 한다. 날개는 깃털이 많아야 한다. 눈자위는 불쑥 솟아야 한다.

*이는 모두 집비둘기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시대 유득공(柳得恭, 1749~?)의 발합경鵓鴿經은 관상용 집비둘기에 관한 잡다한 기록들을 모아 놓은 책으로 비둘기의 품종, 교배, 성질 등 온갖 내용이 담겨 있다.

18~19세기 조선의 선비들이 화훼벽花卉癖이나 서치書痴니 하는 취미활동이 요란스럽게 유행했다. 그중에 앵무새나 비둘기를 키우는 것도 들어있었다. 선비라고 하면 의례껏 따라는 선입견이 깨지는 대목이다. 기르는 비둘기를 위해 여덟칸의 집을 만들어 놓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을 선비의 얼굴이 얼핀 스친다.

반면, "인가에 들어가 알록달록한 비둘기들이 지붕 꼭대기에 줄지어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문득 주인의 품위가 열 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비판 한 이옥 같은 사람도 있었다.

그림은 가회민화박물관이 소장한 민화 화조도다. 다정한 비둘기의 모습에서 사람 살아가는 정을 느끼고자 한 것은 아닐까.

산과 들로 꽃을 찾아다니는 꽃쟁이들을 비롯하여 현대인들이 자신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심신의 안정과 즐거움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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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꿩의다리'
뜰 구석구석어 갖가지 사연으로 들어온 꽃이 피고 진다. 그 꽃은 사람으로 기억되기에 꽃마다 각기 다른 감정이 얻힌다. 쉽게 볼 수 없는 꽃을 나눔하는 꽃처럼 향기로운 그 시절의 마음이 오랫동안 머물러 피었다 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 뜰에 들어와 두번째 꽃을 피웠다.


연한 자주색 꽃받침이 제법 크다. 이 꽃받침을 배경으로 노랑꽃술이 부풀어 오른다. 색의 조화가 서로 잘 어울려 한층 빛나는 꽃이다. 꽃술이 노랗게 생겨 마치 금색꿩의 다리와 닮았다는 의미에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꿩의다리는 줄기가 마치 꿩의 다리처럼 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꿩의다리를 기본으로 꽃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산꿩의다리, 긴잎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등 종류가 많고 구분도 쉽지 않다. 뒷산에서 흔히 만나는 은꿩의다리는 올 여름 가뭄으로 부실했다.


금꿩의다리를 북한에서는 금가락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꿩의다리의 꽃말이 '순간의 행복'이라고 하나 꽃을 보는이의 마음에 전해지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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