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시인의 마음을 빌려 다시, 서쪽하늘이다.
'문장의 온도'-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고옮김, 다산초당옛사람의 옛글에 매료된 계기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있었다면 본격적으로 탐독하게된 중심에 이덕무가 있다. 그의 글이 번역되어 있는 책은 발견하는 즉시 구하여 곁에 두고 읽는다.'문장의 온도'는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글을 고전연구가 한정주가 선별하여 엮고 옮겼다."거창하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소박한 문장인데도 몸과 마음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문장"이라는 평을 받는 이덕무의 글을 가을숲으로 나들이하는 마음으로 펼친다.
낮게 드리운 구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기어이 강가로 나왔다. 비릿한 물내음이 주춤 거리게 하지만 낚시대 드리운 사람들 사이를 기웃거려 본다. 루어대를 꺼낼 생각은 없다."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시인의 마음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서쪽하늘이다.
'어리연꽃'이른 아침 해뜨는 시간에 맞추어 찾아갔다. 이슬을 털며 해와 마주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꽃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빛일까? 온도일까? 드디어 하나 둘씩 깨어나는 생명의 순간을 맞이하는 경이로움을 무엇이라 표현할 말을 잃고 넋놓고 바라볼 뿐이다.
꽃마다 색감이 주는 독특함이 있다. 주변에서 노랑색으로 피는 노랑어리연꽃은 쉽게 볼 수 있지만 흰색으로 피는 어리연꽃을 찾아간 이유다. 수줍은듯 곱디오운 미소로 아침햇살에 빛나는 순백의 아름다움이 그것이다.
꽃은 흰색 바탕에 꽃잎 주변으로 가는 섬모들이 촘촘히 나 있고, 중심부는 노랑색이다. 일찍 피어 일찍 지는 꽃이라 늦은 오후엔 볼 수 없다. 연꽃의 이름을 달았지만 꽃모양도 크기도 확연히 다르다. 크기가 1.5㎝ 밖에 안 되는 작은 꽃이다.
아침 고요의 시간에 햇살과 함께 깨어나는 모습은 마음 속에 그대로 각인되었다. 다시 그 시간에 찾아가 황홀한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물의 요정'이라는 꽃말 그대로의 모습이다.
깊어가는 밤 내리는 비가 나긋나긋하다. 자주 그것도 과하게 오는 비를 탓하기 보다는 비와 함께 올 내일의 시간을 떠올려 본다. 늦은 귀가 길,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비의 리듬에 기댄 마음 탓이다.가을이 급하게 오는 소리에 몸이 먼저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