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마음을 얻기 위해 귀 기울인다는 것의 본 바탕은 공존共存에 있다. 홀로 우뚝 서 자신만을 드러내기 보다는 곁에서 함께 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이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때 가능해지는 일이며, 너그러운 마음 자세를 관용寬容이라 한다.

관용에는 네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는 것'
두 번째는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
세 번째는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
네 번째는 '나와 다른 것과 함께하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모르면 세상살이가 팍팍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신만의 맛과 멋을 다른 이와 더불어 누릴 수 있다면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얻고자 하는 근본 바탕은 공존이 있고,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 가을엔 나에게 오는 이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한정주의 책 '인간 도리 人間 道理'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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諂(아첨할 첨), 
듣기 좋은 말 속에는 언제나 함정이 있다.

"아첨을 하는 데도 방법 있다. 몸을 가지런히 잘 정돈하고, 얼굴 표정을 점잖게 하고, 명예와 이익에 아무 관심도 없으며, 아첨하는 상대방과 사귀려는 마음이 없는 듯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첨하는 것이 최상이다. 

올바른 말을 간곡하게 하는 것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 보여 상대방의 환심을 산 다음 그 틈을 잘 이용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중등의 아첨이다.

아침저녁으로 발바닥이 다 닳도록 문안을 여쭙고 돗자리가 다 떨어지도록 뭉개고 앉아서 상대방의 입술을 쳐다보고 얼굴빛을 살핀 다음 그 사람이 하는 말마다 다 좋다고 하고 그 사람이 하는 일마다 칭찬하는 것은 최하의 아첨이다. 그러한 아첨은 듣는 사람이 처음에는 좋다고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싫증을 내기 때문이다. 싫증을 내면 아첨하는 사람을 비루하다고 여기게 되고 종국에는 자신을 갖고 노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박지원(朴趾源 1730~1805)의 마장전馬駔傳
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마장전은 "말을 거래하는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로 선비들의 친구사귐이 부패하여 말거간꾼 보다 못함을 풍자한 소설"이다.

아첨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아첨하는 이야 목적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니 지탄 받아 마땅하더라도 문제는 아첨을 받는 이도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달콤한 말에 취하면 사리분별의 눈이 없어지게 되어 결국엔 스스로 덫을 찾아 들어가게되는 처지에 놓이기 십상이다.

달콤함에 취한 벌의 최후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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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있잖아

우리집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해도 산에서 떠서
산으로 지고
달도 산에서 떠서
산으로 진다.
하늘도 꼬옥 산으로 둘려쳐진만큼이다.
재채기를 하면 재채기도
산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앞산 뒷산으로
끼웃끼웃 돌아다닌다.
에 에 취
에 취




아, 심심해
염소나 한마리 키우면 좋겠다.

*섬진강 도깨비마을 촌장, 동화작가 김성범의 동시 '있잖아'다. 산골마을의 정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앞산 뒷산으로 일없이 돌아다니며 문득 올려다 봤을 손바닥만한 하늘은 세상을 향한 통로였으리라. 멀리 염소 울음소리가 들린듯 어린시절이 떠오르게 만드는 시 속에 잠시 머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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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콩'
빛나는 보석이 풀 속에 숨어 있다. 그렇다고 아주 숨지는 않았다. 빛나는 것을 가졌으니 보여야 하는 것이지만 내놓고 자랑하면 부정이라도 탈까봐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색감도 눈에 띄지만 그것보다는 아주 작은 것이 모양도 앙증맞게 귀염을 떨고 있다.


콩이기에 어김없이 콩꽃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았다. 보랏빛 기운이 감도는 분홍빛으로 핀다. 나비 닮은 생김새로 뭉쳐서 피어난다. 꽃의 크기가 콩보다 작으니 유심히 봐야 겨우 볼 수 있다.


이 돌콩은 우리가 흔하게 보는 콩의 모태로 보기도 한단다. 꽃의 크기와 모양, 색 모두가 콩꽃과 거의 흡사하다. 씨앗은 콩과 마찬가지로 쓸 수 있으며 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조그마한 것이 제 모양과 빛을 수줍은듯 하지만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자신감'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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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빵집 문학과행동 시선집 5
김보일 지음 / 문학과행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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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씹는 맛을 전하는 시

주목하는 것은 독특한 그림뿐만이 아니다짧은 글에서 만나는 신선함이 그림과 더불어 상호 상승효과를 나타내기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만날까 싶은 기대감이 있다페이스북에서 날마다 만나는 그림과 글이 어우러지는 시인의 이야기는 알 듯 말 듯 잔잔하게 번지는 미소와 함께한다이 글에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람과 세상을 품는 온도와 태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알게 된 시인의 이야기는 '황혼은 어디서 그렇게 아름다운 상처를 얻어 오는가'로 먼저 만났다이 외에도 시인 김보일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면서 '국어선생님의 과학으로 세상읽기등 다양한 책을 발간한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살구나무 빵집은 시인의 첫 시집이다.

 

지극히 단순화된 그림을 통해 세상을 품는 시인만의 온도가 따스하게 전해지는 것을 은근하게 읽히는 시어에서 다시 확인한다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라 단번에 읽혀 의미를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시간을 두고 곱씹어봐야 단어와 행간에 숨겨놓은 시인의 사람과 세상을 품은 따스함이 전해진다그렇다고 마냥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어느 순간 저절로 미소를 번지게 만드는 해학적 요소도 함께 한다.

 

여기에 서강(西江)에서와 아름다움이 적을 이긴다와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의 뒤안길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반가움이 크다이처럼 독특한 시선이 주는 의외성까지 곁들여지니 즐겁기만 하다.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시는 조용필에게라는 시다발표된 시점이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남북정상회담 즈음이라 시기적 적절성에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 만나 멋들어진 장면하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대 평양에 가시거든 평양성 북쪽 칠성문 밖 기생들의 무덤이 있다는 선연동에 들러 노래 한 자락을 분향하시기를” 로 시작되는 시는 두고두고 몇 번이고 읽어도 그 감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시다.

 

감각적인 언어로 쉽게 읽히는 시와는 구별되는 무엇이 분명하게 있다딱히그것이 무엇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시를 이해하는 독자의 몫이라 여긴다다소 느린 행보로 읽어도 좋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재로 곁에 두고 오랫동안 펼쳐도 좋을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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