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기다림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때면 나는 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곽재구의 시 '기다림'이다. 누군가는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읽겠지만 누군가는 이제 새로운 희망을 봅니다. '기다림'의 값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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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듯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 속에 담긴 온기가 세상을 지탱한다. 내가 옳다고 애써 주장하지 않으니 요란할 것도 없다. 어제와 다르지 않을 오늘을 살지만 내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도 않는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님도 안다.

"마음 끝에 닿으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시각이다. 희망과 절망은 공존한다. 무엇으로 향하는 마음인가에 주목하면 급할 것도 없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에 이르러 멈출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족하다.

다시,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마음이 닿는 그곳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기철의 시 '작은 이름 하나라도'를 야암이 쓰고 새기고 탁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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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맞이하는 휴일의 아침이다. 좋은 볕으로도 가시지 않은 여운으로 남아 빛나는 서리를 마주한다. 따뜻한 차 한잔 들고 뜰을 거닐다 눈에 든 모습이라 더없이 편안하다. 차가움 속, 그 품은 온기의 힘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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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눈맞춤이다. 절정일 때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커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지금에서야 발길을 옮겼다.

봉안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482호)다. 마을 수호신으로 네방위의 느티나무 호위를 받고 있다.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꺾이고 잘리고 속이 허물어지는 동안 다시 새순을 내어 의지할 기둥을 세우는 역사가 고스란히 나무의 품에 새겨져있다. 여기에 나무와 함께 살아욘 이웃들의 정성도 깃들어 있다.

눈 옷을 입은 날 다시 눈맞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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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素'
겨울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서예가 박덕준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안으로만 파고드는 소리로 가만히 읊조린다.

소素=맑다. 희다. 깨끗하다.
근본, 바탕, 본래 등의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 자리가 항백恒白이다.

겨울의 첫날이 가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다. 손끝이 저린 차가움으로 하루를 열더니 이내 풀어져 봄날의 따스함과 가을날의 푸르름을 그대로 품었다. 맑고 푸르러 더욱 깊어진 자리에 명징明澄함이 있다. 소素, 항백恒白을 떠올리는 겨울 첫날이 더없이 여여如如하다.

소素,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첫자리에 글자 하나를 놓는다.

*다시 1년을 더한다. 1년 전 그날이나 다시 1년을 더하는 오늘이나 지향하는 삶의 자세는 다르지 않다.

종이에 스며든 먹빛과 글자가 가진 독특한 리듬에서 한 폭의 그림의 실체를 봤다. 이 글자 소素가 가진 힘도 다르지 않음을 안다. 쌓인 시간의 무게를 더한 반영反映이 지금의 내 마음자리일까. 항백 박덕준 서예가의 소素를 그 자리에 다시 놓는다.

파아란 하늘빛 닮은 차가운 공기가 성급하게 얼굴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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