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짧았던 한해도 없었고 이토록 길었던 한해도 없었다. 격리에서 벗어나자 다치는 일이 있어 꽤 오랜시간을 갇혀 살았다는 것이야 개인적인 일이라 그러려니 하겠지만 거리 두기를 서로에게 강요하는 시간에다 새로운 세상으로 한걸음 내딛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무거운 마음들이 힘겨워한 끝에 겨우 건너온 시간이었다. 그 끝자락에서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인사 건네던 나무 품에서 맞이하는 해를 본다.

다시 날은 밝았고 밝아온 그 시간의 중심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어제도 그래왔고 오늘도 그 길 위에 서 있으며 내일이라고 다르지 않으리라. 어설픈 마음이 애써 구분하고 구분한 그 틈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끝과 시작이 따로 있지 않다. 여전히 그 길 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뭇사람들의 어께에 기대어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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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꽃을 드리는 이유

끝없이
정말 끝없이
여기가 천국의 끝이거나
한 것처럼
오만해질 것

그리하여
어느 날
눈 화안하게 트여 오는
순정한 지평 하나를 볼 것

*곽재구의 시 '꽃을 드리는 이유'다. 밤사이 눈이 왔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그대로 꽃이다. 이 꽃을 드립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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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린다. 해와 바람의 기운을 품고 시간을 쌓아왔다. 때를 정한 외부요인의 행위가 적절했는지는 묻지 못한다. 쓰임이 달라졌으니 그 일에 충실할 뿐이다.


단정하다. 주인의 마음가짐이 이러하다면 다른 때를 기다리는 일도 기꺼이 받아들일만 하지 않을까. 자신을 버려 다른 생명에게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해와 바람이 나눠준 덕분에 품을 키웠으니 온전히 내 것만은 아니었던 것을 이제는 형태를 바꿔 나눔한다.


내 안의 온기가 온전히 전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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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냐~.
그늘진 곳에 제법 넓은 범위로 남아 있는 눈이 반가워 발걸음을 옮겼다. 발자국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곳은 이미 고양이를 비롯하여 여럿이 흔적을 남겼다.

발모양과 걸음걸이도 짐작이 되지만 딱히 주인공은 알 수 없다. 누군지는 모르나 매우 조심스럽게 지나간 것은 알겠다.

그 옆에 발자국 하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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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맑은 새 한마리..."

유인遊印, 하나를 얻었다. 미소가 절로나는 앙증맞은 모습에 손에 쥐고 뿌듯한 마음이다. 딱히 용도를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곳에 인印할 때마다 먼곳으로부터 기다리던 소식이라도 듣는 듯 온화한 미소와 함께하리라는 것은 안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이다. 아직 산을 넘지 못한 매향梅香은 나를 불러들이지 못하지만 급한 마음에 위로를 전하려고 새 한마리 매화나무 가지에 앉았다.

매화 피었다고 소식 전하는 전령 삼았으니 알아 듣는 벗들은 이내 마음 준비로 분주할 것이다. 새날 새로운 마음으로 매화나무 아래서 아회雅會를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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