泉涸之漁 相濡而沫 천후지어 상유이말

마른샘의 물고기가 거품으로 서로를 적신다

오래 묵은 나무를 얻었다. 다듬는 과정에서 기묘하게 갈라지니 두마리의 물고기가 왔다. 여기에 새겨 두고 오랫동안 함께 할 글을 얻었으니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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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신년시

닭이 울어 해는 뜬다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안도현의 시 '신년시'다. 새해 새로운 마음들이 모여 새로운 시간을 열어간다. 밤사이 차가워진 냉수 한 사발 마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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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분梅花盆 하나를 얻었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새해의 몫이라 여겨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매화를 보는 것이 새로운 시간 새로운 마음 가짐에 적절한 의식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볕이 좋은날 섬진강으로 향하는 마음엔 이미 매향이 스물거린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고자 꼰지발로 종종거리는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절로 미소가 진다.

언제부턴가 매화분 하나를 갖고 싶었다. 마침 제법 세월이 묵은 매화분을 보고 선듯 손에 들었다. 과하지 않게 꽃망울을 맺고 있어 조만간 붉은 속내가 전하는 향기를 맡을 수 있겠다 싶어 흡족한 마음이다.

淡薄自能知我意
幽閑元不爲人芳

담박하여 저절로 내 마음 알고
그윽하여 원래 남을 위해 향기를 내지 않네

중국 북송의 시인 황정견의 시다.

곁에 두고 나눈 이야기가 꽃과 향기로 전해질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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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時差를 따질 이유가 없다. 먼저든 나중이든 방향은 한가지라 한 흐름 속에 있다. 시차視差 역시 본질로 다가가는 방편의 하나니 이해하면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

겨울도 한복판인데 단풍이 든 나무 잎이 한창이다. 한 가지에서 앞서거나 뒤서거니 깨어났지만 제 시간을 살아 온 시간을 품는 차이差異가 있었다. 아직 남아 때를 기다리는 이유다.

한겨울, 고요한듯 보이는 나무의 속내는 사뭇 분주하다. 때를 맞춰 꽃과 잎으로 깨어나야할 시간을 준비하는 일에 멈춤은 없기 때문이리라.

봄을 준비하는 벚나무의 속내가 꿈뜰거리는 품 안에 들었다. 옅은 구름 사이로 속삭이듯 건네는 햇볕의 온기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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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和중화

그대 마음에 늘 평화가 함께 하기를

*새 모양의 유인遊印과 함께 얻은 두인頭印이다. 두인은 글씨나 그림의 첫 머리에 찍는 도장을 말한다.

중용中庸에

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고 하고, 이미 일어나서는 모두 중中으로 돌아가도록 조절하는것을 화和라고 한다.

중中이란 천하의 큰 근본이고, 화和란 천하에 두루 통하는 도道다.

*우여곡절과 함께 부침이 심한 한해를 보냈다. 표면상으로야 일상의 그 첫머리에 놓인 것이 꽃花이겠지만 한발 들어가 보면 벗友이 있었다.
깨지고 찢기고 갇힌 시간이었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마음의 동요는 없었다. 과정에서 놓친 것이 무엇일까?

새해 첫날, 그 첫머리에 올해의 화두 삼아 중화中和를 새긴다.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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