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리'

수많은 식물들 중에는 보고 또 봐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스치듯 한번의 눈맞춤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은 것도 있다. 그 식물이 갖는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보는 이의 감정과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첫 눈맞춤 이후 내 뜰에 들여왔는데 올해 더 풍성한 꽃을 피웠다.

 

히어리, 잎도 나오지 않고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는 봄날 가느다란 가지에 땅을 보고 길게 자라듯 피는 꽃을 셀 수도 없을만큼 많이 달았다. 연노랑인듯 연녹색이듯 오묘함 색감에 역사 속 옛사람들의 귀걸이를 닮은 듯 생긴 모양도 독특하다. 여기에 가을 단풍까지 한몫 단단히 하는 나무다.

 

히어리라는 이름은 순수한 우리 말로 발견 당시 마을 사람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사투리로 '히어리'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것이 그대로 정식 이름이 됐다고 한다. '송광납판화松廣蠟瓣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처음 발견한 곳이 송광사 부근이어서 그대로 따왔고, 꽃받침이나 턱잎은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 특징인데, 밀랍을 먹인 것 같아 납판蠟瓣이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지리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이기도 하다. 봄 숲속에서 새들이 노래하듯 봄 소식을 전해준다. '봄의 노래'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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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저물어 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뒷걸음질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제 몸의 시윗줄을 끌어당겨
가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

따라가던 물새 발자국
끊어진 곳 쯤에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

*손택수의 시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다. 앞만 보고 가는 것처럼 살아가지만 실은 걸어온 뒤쪽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뒤를 돌아보는 일, 꽃이 피고 새가 날며 내가 오늘을 사는 힘일지도 모른다. 지금 누리는 봄도 다 겨울 덕분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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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의바람꽃'

이른 봄, 꽃을 보고자 하는 이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것으로 치자면 바람꽃이 선두에 선다. 아직은 냉기가 흐르는 숲의 계곡을 기꺼이 엎드리게 한다.

 

화려한 변산바람꽃을 선두로 성질급하게 빨라 지고마는 너도바람꽃, 작지만 단아한 만주바람꽃 그리고 이 꿩의바람꽃이라는 이름을 단 친구들이다.

 

햇볕에 민감한 꿩의바람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제법 큰 꽃받침잎을 활짝 펼치고 숲의 바람에 흔들거린다. 색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다른 바람꽃과는 순수한 멋이 있다.

 

올 봄 몇번의 만남을 했으면서도 제대로 핀 모습을 보기 어렵게 하더니 벗들과 함께 나선 길에서야 반갑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 그것으로 되었다.

 

바람의 신과 아네모네에 관한 전설이 숨어 있는 꿩의바람꽃은 ‘덧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사랑의 괴로움’ 등 여러 가지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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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김용만, 한티재

시조로 만나는 조선의 픙경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접하곤 한다. 잘하고 못하고는 상관없이 분위기나 상황에 젖어들면 가끔 나타나는 행동이다. 이처럼 노래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위로를 받기에 적절한 수단이다.

옛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해지는 판소리나 민요 뿐 아니라 시가문학이 그것이다. 교과서로 배웠던 시조가 당시 사람들의 노래였다. 이책은 "음악, 벗, 술, 사랑, 이별, 이상향 등 스무 가지 주제로 만나는 조선의 노래, 시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마음을 엿본다. 이미 익숙한 아니면 새롭게 만나는 시조도 모두 친근감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과거이지만 그들에게는 현재인 시조를 만나니 봄날이 더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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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바람꽃'

그저 꽃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 달려간 곳엔 새침떼기처럼 꽃잎 닫고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이유도 모른체 마냥 기다리다 더이상 추위를 참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꽃이 피고 지는 환경도 관심갖게 되었다. 낯선 숲에 들어서도 어디쯤 꽃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된 계기를 준 식물이다.

 

조그마한 꽃잎 사이로 노오란 꽃술이 뭉쳐 있다. 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잎 사이에서 한 송이씩 달린다. 햇볕을 좋아해서 오후에나 꽃잎이 열린다. 여린듯하지만 그 속에서 전해지는 강함이 있다. 무엇보다 소박해서 더 이쁜 꽃이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자리잡고 그 바람에 의지해 씨를 뿌린다. 만주바람꽃 역시 마찬가지다.

 

실속없는 봄앓이를 닮은듯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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