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

이름도 꽃도 익숙하여 곁에 두고 싶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거리가 필요한 식물이 있다.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키우고 싶어도 안되는 몇가지 식물 중 하나지만 매년 들여와 심기를 반복한다.

 

처음엔 무화과나무가 그랬고 이후 수국이 그랬고 파초가 그랬다. 관심 가지는 식물이 많아지면서 그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 금낭화도 마찬가지다. 하여 매년 남의 뜰이나 공원에서 만난다..

 

꽃 모양이 옛날 며느리들이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며느리주머니 라고도 부른다. 어찌되었든 주머니 닮았다고 여긴 시선이 다정하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꽃들 중 하나다. 반그늘 습기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무리지어 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이팔청춘들의 곱고 싱그러움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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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말밤나무 아래서

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당신 수다야”라고 대답했던 사람이죠

아침 햇살 살결과 이른 봄 체온
백자엉덩이와 옥잠화 성교
줄장미 생리하혈과 석양의 붉은 볼
물봉선 입술과 대지의 살 냄새를 가진 사람이죠

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죽음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간결하게
“당신을 못 보는 것이지”라고 대답했던 사람이죠

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말밤나무 몸통과 말밤 눈망울
말밤나무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죠

*공광규 시인의 시 '말밥나무 아래서'다. 내게 이 바람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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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賞春
꽃 보고자 나선 길 목적한 바는 이뤘으니 느긋해지는 마음은 당연하다. 동료들은 건너편 꽃자리에서 여전히 낮은 자세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꽃에 눈맞춤하고 있다.

혼자 어슬렁거리며 습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멈춰선 자리가 여기다. 꽃잎 하나 떨어져 다시 꽃으로 피었다. 못다한 마음이 남았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놓인자리가 절묘하여 발걸음을 붙잡힌 것이다.

하늘 보고 누웠으니 등돌리지는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고 아직 눈맞춤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보아 영영 이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노린재나무는 꽃잎 하나를 떨궈놓고서 봄날이야 가든말든 천하태평이다. 그 끝자리를 서성이는 이도 매한가지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삼매경이다.

一步二步三步立 일보이보삼보립
山靑石白間間花 산청석백간간화
若寫畵工模此景 약사화경모차경
其於林下鳥聲何 기어임하조성하

가던 길을 멈추고 봄을 구경하니
산은 푸르고 돌은 흰데, 사이사이 꽃이로구나!
만약 화가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 아래서 우는 새 소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조선사람 김병연(1807~1863)의 상춘賞春과 무엇이 다르랴. 두런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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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별꽃'

애기도라지 못지 않게 애를 태운 것이 이 녀석이다. 때를 잘못 만나 발아하고 무성하게 자라더니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았다. 내게 볕을 많이 쐬면 가능하다는 말이 전해주는 이는 그것이 희망고문었다는 것을 알까?

 

어디서왔을까. 여기저기 꽃이 피는 곳이 여럿이다. 매화화분에서도 해국화분에서도 대문 옆 화분에서도 핀다. 앞으로 필 화분도 있으니 기대가 부푼다. 많은 열매가 발아율도 좋다는데 꽃밭을 이룰 꿈을 꿔도 좋겠다.

 

아주 작게 피는 녀석이지만 진보라색에 노랑꽃술이 유독 돋보이는 강렬함이 있다. 볕이 있는 낮에 피었다가 지는 녀석이라 출근한 이에게는 꽃을 피우고도 여전히 애를 태우고 있다.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짠물 건너 서울로 갔다가 다시 기차타고 소백산에서 꽃을 피웠다. 그 씨앗이 승용차로 곡성 또가원까지 왔으니 뚜껑별꽃의 나들이와 함께 한 꽃벗들의 마음이 깊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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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도라지'

제주에 사는 꽃친구의 이 꽃자랑에 한숨만 늘어났다. 이 꽃 본다고 짠물을 건널 수도 없는데 앞서 다녀온 이들이 가져와 집에 핀 꽃을 자랑하는 것을 보자니 겨우 달랬던 부러움에 심술까지 났다.

 

그 마음을 익히 아는 이가 친절하게도 씨앗을 보내왔는데 때를 잘못 골라 파종한 꽃은 보지도 못하고 한해가 지났다. 이른 봄 짠물 건너갔다 온 꽃친구가 전해준 모종을 받아 화분에 옮겨두고 이제나 저제나 꽃 피기만을 기다렸다.

 

꽃봉우리 올라오고 필 때가 되었는데 좀처럼 꽃을 보지 못한다. 아침은 피기 전이고 퇴근하면 꽃잎을 닫으니 어찌 본단 말인가. 어느날은 이 꽃 보고자 퇴근을 서둘렀다. 참으로 어렵게 만난 꽃이다.

 

연보라색 꽃이 앙증맞게도 핀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여리여리한 꽃대 끝에 하나씩 피는 꽃이 볼면 볼수록 매력덩어리다. 도라지를 닮았는데 작아서 애기도라지라고 한단다. 다른 이름으로는 좀도라지, 아기도라지, 하늘도라지라고도 한다니 무엇으로 불리던지 이쁘기만 하다.

 

어렵게 얻었으니 오래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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