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발란'
가까이 두고도 보지 모하는 꽃들이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때가 아닌 것으로 여기면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 식물 역시 그랬다.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와도 딱히 가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그 이유는 그곳에 가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연분홍 꽃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만 같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눈에 익히고서야 하나씩 눈맞춤 한다. 하나씩 피던 집단으로 모여 피던 환상적인 모습이다.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시각이고 그 식물에겐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바위에 붙어 생을 어어가는 그 절박함은 한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줄기에 잎이 붙은 모습이 기어가는 지네를 닮아서 지네발난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여름 가뭄으로 상태가 좋지 못해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다소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이 함께한 벗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누려도 좋지만 함께 나누면 더 좋은 일이 점점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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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푸른 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나희덕 시인의 시 '푸른밤'이다. 맑고 깊어 더 푸른밤이 되는 때다. 그 푸른 기운에 비춰 가만히 들여다보니 보이는 것은 그토록 염원했던 '네'가 아니라 결국 '나'였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10)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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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

막연함이 아니라 확신이다. 든든한 믿음이 있기에 느긋함을 포함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먼 길 돌아오게 되더라도 꼭 온다는 믿음으로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때의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의 다짐이다.

이 확고한 믿음 없이 상사화는 어찌 그 긴 시간을 견디며 매미는 땅속의 시간에도 내일을 꿈꾸고 민들레는 갓털은 어찌 바람에 그 운명을 맞기겠는가?

이러한 믿음은 의지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심장 박동이 가르쳐준 본래의 마음자리에 근거한다. 머리의 해석보다 더 근본자리인 가슴의 울림으로부터 출발한다.

금강초롱, 긴 시간을 기다렸고 먼길을 달려와 첫눈맞춤을 한다. 짧은 눈맞춤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를 아우르는 시간이다.

미소는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의 몫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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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바위솔"
작디작은 것이 바위에 의지해 터전을 꾸리고 순백의 꽃을 피운다. 어쩌다 바위에 터를 잡아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꽃을 피워 스스로를 드러내고 그것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사람 사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고맙다. 간밤에 내린 비와 지나가는 바람만 겨우 인사를 건네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난쟁이바위솔'은 작고 바위에 붙어 살며 잎 모양이 솔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개가 많은 깊은 산의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작고, 잎은 줄기 끝에 모여 있으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흰색과 연분홍색이다. 이 식물은 안개에서 뿜어주는 습기를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지 않아 바위나 주변에 습기가 없는 곳에서는 꽃이 연분홍색으로 자라며 잎의 특성상 푸른색도 옅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수분이 많아지면 잎의 푸른색이 돌아오고 꽃도 흰색으로 된다.

척박한 환경에서 날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듯 '근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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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남덕유산을 오르는 지친 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짝거리던 모습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가야산과 덕유산 향적봉 정상 바위틈에서 만나면서 반가움으로 눈이 반짝인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것이 많은데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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