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聲竹韻 不濃不淡 송성죽운 불농부담
何必絲與竹 山水有淸音 하필사여죽 산수유청음

소나무 대나무 스치는 소리 진하지도 엷지도 않구나
무엇 때문에 실과 대나무가 필요하겠소 산수 속에 맑은 음악이 있는데

*중국 진나라 때의 시인 좌사의 '초은招隱'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실은 현악기를 대나무는 관악기를 이르는 말이다.

전해오는 말에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가 어느 날 뱃놀이를 하게 되었는데 그를 따르던 문인 후궤라는 사람이 아첨하여 말하기를 "이만한 뱃놀이에 여인과 음악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소명태자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좌사의 이 시구절만 읊었다고 한다.

볕 좋은 날 푸른 하늘 가운데 하얀구름 떠가고 바람따라 흔들리는 나무가지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춤사위와 솔바람 소리에 화답하는 새 소리 들리는데 더이상 무엇을 더하여 자연의 소리에 흠뻑 빠진 감흥을 깨뜨린단 말인가.

산을 넘어오는 바람에 단풍보다 더 붉은 마음이 묻어 있다. 가을가을 하고 노래를 불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언제나 진하지도 엷지도 않은 맑은 소릴 들을 수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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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쑥부쟁이
머리 속으로 상상을 펼친다. 사방이 탁틔인 넓은 벌판에 보라색 꽃이 만발하여 바람따라 흔들거리는 모습을. 제주 바다와 만남을 횐상으로 바꿔준 꽃이다.

보라색으로 피는 꽃이 멋지다. 쑥부쟁이의 한 종류로, ‘갯’이 붙은 것은 바닷가에 산다는 뜻이다. 바위틈이나 절벽, 벌판일지라도 발딛는 곳에서 자기만의 세상을 펼친다.

낮게낮게 몸을 움츠렸지만 곱고 신비로운 속내는 숨기지 않았다. 꽃 세상으로 초대에 기꺼이 응하는 마음이다. 다시 그곳에 서는 날이 있다면 이 꽃이 만발한 그때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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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홍'
이게 무슨꽃? 글쎄요~
꽃 좋아하는 것을 아는 이들이 종종 물어본다. 산들꽃에 주목하다보니 원예용으로 키우는 꽃들은 도통 모르겠다. 내 뜰에는 제법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있지만 이름을 아는 것은 내가 심었거나 오래보아 이미 익숙한 것 이외에는 잘 모른다. 꽃에게도 편애가 심하다.

구슬 모양의 꽃이 달렸다. 핀듯 안핀듯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간혹 눈길을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계속된다고 하여 천일홍이라고 한다.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이 있으며 독특한 모양에 주목하여 화단에 주로 심는다. 토방 아래 나무데크 앞에 여름 내내 눈에 밟히던 꽃이다.

다양한 원예종을 들여와 정성을 들이는 것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안주인의 취향이니 존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이건 아닌듯 싶을 때도 있다. 그렇더라도 겨우 퇴근 해서야 보는 뜰이니 나로서는 별도리가 없다.

꽃의 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성질 때문일까. 불전을 장식하는 꽃으로 애용되어 왔다고 한다. 불변, 매혹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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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6 22: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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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타령
화초도 많고 많다
팔월부용 군자룡 만당추수의 홍연화
암향부동 월행혼 소식전튼 한매화
진시유랑 거후재난 붉어 있다고 복숭꽃
구월구일 용산음 소축신 국화꽃
삼천제자를 강론하니 향단 춘풍의 은행꽃
이화만지 불개문허니 장신문전 배꽃이요
천태산 들어가니 양변 개작약이요
원정부지 이별허니 옥창오견의 앵도화
촉국한을 못 이기어 제혈허던 두견화
이화노화 계관화 홍국 백국 사계화
동원도리 편시춘 목동요지가 행화초
월중단계 무삼경 달 가운데 계수나무
백일홍 연산홍 왜철쭉 진달화
난초 파초 오미자 치자 감과 유자 석류 능낭
능금 포도 머루 어름 대추
각색화초 갖은 행과 좌우로 심었는디
향풍이 건듯 불면 벌 나비 새 짐생들이
지지 울며 노닌다

* 눈발 날리는 날 매화를 찾아나서며 시작된 꽃놀이가 겨울 문턱에서 주춤거린다. 쉼 없이 달려온 꽃놀이에서 꽃과 나눈 눈맞춤으로 가슴 부풀었다. 이제는 그렇게 가득 담아온 꽂내음을 갈무리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안다.

돌아보면 어느 한철이라도 꽃 가운데 노닐지 않던 때가 없었다. 섬진강에서 동강으로 동해바다 울진에서 서해바다 신시도로 제주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던 꽃길 모두가 꽃마음을 나누는 중심에 벗들이 있었다.

https://youtu.be/zB_zQg_yfTs

발자국 찍었던 그 모든 순간에 차꽃의 향기처럼 화초타령 한자락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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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가을 숲은 빛의 천국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에 온기로 스미듯 달려드는 가을볕의 질감이 대상을 더 빛나게 한다. 황금빛을 빛나는 들판이 그렇고 요란스러운 단풍이 그렇다. 그 가운데 꽃보는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짙은 청색의 색감이 주는 신비로움이 특별하다. 먼 하늘로 땅의 소리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 세워둔 종모양의 꽃이 줄기끝이 모여 핀다. 가을 햇살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용담龍膽은 용의 쓸개라는 뜻이다. 그만큼 약재로 유용하게 쓰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약초꾼이 아니기에 이쁜 꽃일 뿐이다. 가을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꽃이다.

아름다운 꽃에는 유독 슬픈 꽃말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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