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단정하고 때론 천연덕스럽기도 하지만 우아함 속에 화려함까지 갖추고 있다. 같은 꽃을 보더라도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이다. 사람이 달라지면 그 감흥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이의 시선을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좋아하는 꽃을 이런저런 사연으로 찾아다니지만 그중에서도 애써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모습 중 하나다. 막 피어나는 중이지만 자신의 상태를 온전히 드러낸 모습이다.

이제 남쪽에선 노루귀를 보기는 조금 늦은 때라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 나선 길에 기대한 모습을 만났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듯 빤히 처다보는 모습이 야무지다.

너나 나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랴 엿보이는 마음이야 달리 도리가 없기에 감당할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에 주고 받은 이야기가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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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화
어느해 이른 봄, 지리산 자락을 지나다 담장으로 늘어뜨려진 노오란 봄을 보았다. 언젠가는 나도 그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담장 밑에 나무를 심고 기다리기를 몇해 드디어 담장을 넘어온 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에서 영춘화라고 한다. 노랑색으로 피어 개나리를 닮았지만 통꽃으로 꽃 모양이 갈래꽃인 개나리와 다르고 피는 시기도 빠르다.

울타리나 담장에 무리지어 늘어뜨려진 모습이 일품이다. 봄의 전령사 답게 밝고 따스함을 전해주기에 관상용으로 많이 기른다.

무성하게 자라 이른봄 골목을 환하게 밝혀 들고나는 모든 이들에게 봄을 안겨주었으면 싶다. 이른봄 영춘화로부터 목련과 한여름 능소화가 피고 가을엔 담쟁이덩굴의 단풍을 볼 수 있는 골목이 완성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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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품는 의식이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시작된 섬진강 매화로부터 금둔사 납월매를 지나면 이제 슬그머니 탐매의 길을 다른이들에게 내어놓는다. 북적임이 싫기도 하지만 만개한 매화가 전하는 수근거림과 거리를 두고자 함이다.

이때쯤 나홀로 누리는 호사가 있다. 뜰에 심어둔 매실나무에서 꽃 몇송이를 얻어와 찻잔에 띄우고 번지는 향을 음미한다. 코끝에 스미는 향이 가슴을 열때 조심스럽게 한모금 머금고 베어나는 맛을 음미한다. 깔끔한 맛과 은근히 머무는 향에 이끌려 몇 모금 하고나면 몸 가득 매향이 오랫동안 감싼다. 입안에 머무는 단정한 맛이 일품이다. 꼬박 1년을 기다려 얻은 이 맛을 짧은 순간만 누린다.

비로소 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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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좋은 친구

가까이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대가 먼 산처럼 있어도
나는 그대가 보이고
그대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
그대 더욱 깊은 강물로 내 가슴을 흘러가나니

마음 비우면
번잡할 것 하나 없는
무주공산
그대가 없어도 내가 있고
내가 없어도 그대가 있으니

가까이 있지 않아서
굳이 서운할 일이 무어랴

*김시천 시인의 시 "좋은 친구"다. 물리적 거리야 문제일리 없다. 어디에 있던 마음 열면 지척인데 "굳이 서운할 일이 무어랴"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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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곁에서 자보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내일은 그냥 걷다 옆을 주는 꽃에게 바람이 마음 준 적 있는지 묻겠다"

*민왐기 시인의 "곁"이라는 시의 일부다. 이른 봄 숲을 가만히 걷는다. 혹여 낙엽 밟는 소리에도 흩트러질 봄의 고요를 염려하는 까닭이다. 봄은 아지랑이 피는 언덕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마음을 다독일줄 안다. 조용히 곁을 내주는 이유다.

얼굴에 닿는 이른 봄볕의 다독임을 아는 이는 "고작해야 이 삶이 누군가의 곁을 맴돌다 가는 것일지라도" 좌절하지 않는다. 마음은 주고 받는 것이라지만 순간순간 외길 타는 절박함이 함께한다는 것도 알기에 비어 있는 곁을 허망해하지는 않는다.

"곁을 준다 할 것이 없어서 곁을 주고" 누군가의 곁에 머무는지도 모르고 살다가는 것이 삶이 아니던가.

비 그쳐다. 봄볕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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