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아름다운 관계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박남준 시인의 시 "아름다운 관계"다. 내 품을 기꺼이 내어주고서야 관계는 시작되고 정립된다. 바위가 키운 소나무가 그 바위를 쪼개는 날이 올지도모른다는 것을 알지라도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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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이 든다는 것'
떨어진 꽃이 다음생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꽃은 피고지는 매 순간을 자신만의 색과 향기로 온몸에 생채기를 남겨 기록함으로써 다음생을 기약하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핀 꽃이 떨어져 다시 피었다가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무심한듯 끝까지 지켜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이 든다는 것도 상대방의 그림자에 들어 나 있음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서로 다르지 않다.

하여, 정情이 들었다는 것은 각자 생을 건너온 향기가 서로에게 번져 둘만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스며든 향기에 은근하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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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덩굴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싶었다. 같은 때 그 길을 수차례 걸었는데 보지 못하다 올해서야 눈맞춤 한다. 길가 바위를 의지해 덩굴을 뻗고서 손짓 하고 있었다.
 
종덩굴, 생긴 모양에서 이름을 얻었으리라. 덩굴성나무로 아래로 향해 꽃문을 살포시 열었다. 검은빛이 있는 자주색으로 피는 꽃이 무심한듯 피었다.
 
노고단을 오르며 여러개체를 보았던 세잎종덩굴과는 느낌이 다른다. 다른 색으로 피는 까닭이겠지만 더 강한 인상이다.
 
옹색하게 자리잡았지만 그곳이 삶의 근거지이기에 어쩌랴. 어느날 어느 숲에서 또 무연하게 검종덩굴도 이렇게 만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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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참꽃나무
본 듯 싶은데 아닌 것도 같다. 무엇과 닮았다는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는 의미다. 모르면 어떤가 눈에 들어와 눈맞춤하는 순간 내게 자리잡은 그 마음이 소중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식물을 알아간다.

지리산 세석평전 위 능선에서 만났다. 바위틈에 자리잡고 크지 않은 나무가 아주 작은 꽃을 피웠다. 흰참꽃나무는 지리산, 덕유산 및 가야산 등 남부 고산지역에서 자라는 흔치 않은 식물이라고 한다.

흰색의 꽃에 꽃술이 두드러지게 보여 더 눈길을 끈다. 2~6개의 꽃이 붙어서 핀다는데 대부분 2개씩 피어 있다. 작은 키의 나무에 녹색잎 사이에서 반짝이듯 핀 꽃이 앙증맞다는 느낌이다.

높은 곳에 올라 고생하며 보고 내려왔더니 등산로 입구 상가의 화단에도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다음에 또 만나면 반겨 이름 불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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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其所友 관기소우
觀其所爲友 관기소위우
亦觀其所不友 역관기소불우
吾之所以友也 오지소이우야

그가 누구를 벗하는지 살펴보고,
누구의 벗이 되는지 살펴보며,
또한 누구와 벗하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내가 벗을 사귀는 방법이다.

*연암 박지원의 문집 '연암집'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글은 담헌(湛軒) 홍대용(1731~1783)이 중국에 들어가 사귄 세명의 벗인 엄성, 반정균, 육비와의 만남을 기록한 글 '회우록'을 지어 연암에게 부탁한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홍대용과 이 세사람의 우정은 당시 널리 알려진 것으로 대를 이어지며 사람 사귐의 도리로 회자되었다.

산수국이 피는 때다. 그 독특한 모양새와 색감으로 필히 찾아보는 꽃이다. 산수국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 중에서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담는다. 연인이나 부부 또는 형제나 자매 등 보는 이의 관심도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매번 찾아 눈에 담는 나는 '벗'으로 받아들인다.

흰머리 날리는 때에 만나 별다른 공통점도 없지만 어우러짐이 좋다. 굳이 공통분모를 찾자면 꽃이다. 꽃이 불러 꽃에서 얻은 모아 향기를 나눠간다.

만나는 시간의 쌓여 자연스러움이 베어나는 것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무엇이 더 있다. 일부러 애쓰지 않지만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손놓고 있지도 않다. 다 아는듯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꽃을 사이에 두었다지만 그 근본 바탕은 성정이 비슷한 것이리라. 여기에 배려가 더해지니 서로를 물들이고 있다.

농담濃淡, 차이가 있어 어울리고 그 차이로 더욱 빛나는 사이다. 물들고 베어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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