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조희풀'
동일한 숲을 반복해서 가다보면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익숙한 풍경에서 새로운 것이 쉽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숲은 단 한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같은 곳을 시차를 두고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이유다.

굽은 길을 돌아 조금만 더가면 무엇이 있는지 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꾼 곳 입구에 문지기 처럼 서 있다. 매해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 무넹기에서 만난다.

조희풀, 나무인데 풀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로 한여름에 보라색 꽃이 핀다. 병조희풀은 꽃받침 잎의 밑이 통 모양이고 윗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리며 끝이 뒤로 젖혀진다는 특징이 있어 얻은 이름이다.

보라색의 신비스러움에 수줍은듯 속내를 살며시 드러내는 모습에서 연유한 것일까. '사랑의 이야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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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박균호, 갈매나무

한동안(2009년~2019년), 책을 줄기차게 구입하고 읽고 리뷰를 썼다. 리뷰만 쌓인 것이 1500권이 넘었다. 그렇게 늘 함께하던 책을 어느 순간 놓았다. 지금 머릿속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는듯 싶다. 그 많은 책 다 어디로 갔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가지는 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컷을 것이다. 일상에서 책과 함께하던 시간을 다른 것이 채우긴 했지만 머릿속은 아직 책이 있다. 아직도 머리맡에는 여려권의 책이 있다는 것이 그를 증명하는 것이라 믿는다.

박균호, 저자와의 인연은 '오래된 새책'이었을 것이다. 한창 리뷰를 쓰던 시절에 저자가 발간한 첫 책에 대한 리뷰를 썼고 그 글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후로는 자기 분야를 확고히 세운 저자를 독자로 멀리서 보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책을 손에서 놓은 지금 다시 책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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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심붓꽃
유독 강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꽃이 있다. 현실의 모습과 사진이 주는 간격에 차이가 있다지만 그것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먼 곳에서만 들리던 꽃소식이 눈앞에 펼쳐지지 그야말로 황홀한 세상이다.
 
작디작은 것이 많은 것을 담았다. 가냘픈 모양도 온기 가득한 색깔도 색감의 차이가 주는 깊이도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다. 여리여리함이 주는 유혹이 강하여 손에 쥐고 싶은 욕망을 불러온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어떤이의 결혼식에서 첫눈맞춤 하고 제주도에서 보다가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에서 다시 만나고 내 뜰에도 들였는데 올해는 고인돌공원 한모서리에서 느긋하게 만났다.
 
자명등自明燈일까. 마음자리의 본 바탕이 이와같다는 듯 스스로 밝다. 하룻만에 피고 지는 꽃의 절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 더 주목받는다.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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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이름 부르는 일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리네
초저녁 분꽃 향내가 문을 열고 밀려오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보네
문밖은 적막강산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뜨겁고 아플 수가 있다니

*박남준 시인의 시 "이름 부르는 일"이다. 가만히 그 이름 부르며 보내야 하는 이는 보내고 다시, 맞이할 이는 가슴에 품는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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描山描水總如水 묘산묘수총여수
萬草千花各自春 만초천화각자춘
畢竟一場皆幻境 필경일장개환경
誰知君我亦非眞 수지군아역비진

신처럼 산을 그리고 물을 그리네
온갖 화초가 다 활짝피어 있네
피경 이 모두가 한 바탕 꿈
너와 나도 참 아닌 것을 누가 알리오

*조선사람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의 시다.

무엇이 그리 바빳을까.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이유가 이리 황망하게 가려고 그랬나 싶다.

여름날 소나기 지나가듯 먼 발치서 겨우 몇번 만났다. 딱히 이렇다 할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 나에게도 이리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먹먹한데 그를 가까이 두었던 그 많은 이들은 어떨까. 앞으로 한동안 지리산 기슭이 텅 빈듯 공허할 것이다.

이제 나는 바래봉이나 노고단, 벽소령 등 지리산 소식을 누구에게서 들을 수 있을까. 그를 떠올리게 하는 꽃을 찾다가 그가 자주 찾던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만난 노각나무 꽃을 떠올렸다. 온몸을 통째로 떨구었으나 살아 생전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그 삶과 이토록 닮은 꽃이 또 있을까 싶어 두손 모아 그 앞에 바친다.

"피경 이 모두가 한 바탕 꿈
너와 나도 참 아닌 것을 누가 알리오"

고영문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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