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엽란
지난 몇년 비슷한 때에 제주도를 간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때에 나는 식물들을 보게 되지만 드물게는 처음 본 식물들도 만나게 된다.
 
찻길에서 벗어나 샛길로 접어 들었다. 우거진 숲으로 어둡고 습기는 가득하여 무척이나 덥게 느껴지는 곳이다. 때를 지난 것이라 혹시나 늦둥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다른 것을 보면 된다는 느긋함이 있어 숲 나들이는 언제나 설렌다.
 
어쩌다 딱 하나 눈에 띄었다. 처음 만나는 것이니 신기할 따름이라 보고 또 보게 된다. 주변에는 꽃이 지고 난 후의 흔적이 수두룩하다. 제 때에 찾으면 장관이겠다는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잎이 없어 무엽란이라고 했단다. 부엽토가 쌓인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자란다. 줄기 '끝에 반 정도 벌어진 상태로 몇 송이씩 달리며 약간의 향이 있다'고 한다.
 
본 것으로 만족한다. 다시 기회가 있다면 꽃으로 제법 풍성했을 그곳의 숲에 때를 맞추어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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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꽃풀'
봤다고 꽃을 찾는 눈길에 여유로움이 있다. 그곳이 어디든 잘 자라서 꽃 피우고 다음 생을 이어갈 대책까지 마련하는 것을 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에 또다시 감탄한다. 가꾸는 손길에 정이 가득이다.
 
키큰나무들 우거진 계곡 옆 비탈면에서 가냘픈 꽃이 실바람에 흔들리며 반갑다고 인사를 건넨다. 초록의 그늘 아래 빛나는 하얀색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꽃이 피는 가지가 실처럼 가늘다. 이름을 짐작케하는 모습이다. 실마리꽃으로도 불린다. 작고 여려보이지만 곧은 줄기에서 전해지는 모습은 숲의 주인으로써의 당당함이 보인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여 보호를 하고 있다는데 가까이서 지켜본 이의 말에 의하면 의외로 강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라고 한다.
 
씨앗 발아된 개체를 분양 받아 온 실꽃풀이 한해를 넘기고 살아서 자리를 잡아간다. 꽃은 언제 필지 모르지만 늘 발걸음을 부르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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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에 언듯 보였던 무엇인가 있었다. 돌아서니 눈앞에 크게 요동치듯 움직이는 것이 있다. 댓잎 사이를 건너온 바람에 몸을 맡기니 그저 따라 움직일 뿐이다.

숨을 멈춘다. 내 움직임을 줄이고 집중해야 비로소 눈맞춤이 가능하다. 무엇이 가던 발걸음을 되돌리게 만들었을까.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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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정희성 시인의 시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이다. 그리움의 완성은 제자리에서 제몫을 온전히 해내는 일로부터 출발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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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黃槿
제주도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식물 중 하나다. 첫눈에 보고 반해 모종을 구했으나 추운 겨울을 건너다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재주 좋은 벗이 씨앗을 발아시켜 나눔한 것을 소중히 키우고 있다. 꽃 볼 날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포근하다. 이 첫 느낌에 반해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다. 연노랑의 색부터 꽃잎의 질감이 탄성을 불러온다. 바닷가 검은 돌로 둘러쌓여 아름답게 핀 모습이 꽃쟁이의 혼을 쏙 배놓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황근'은 말 그대로 "노란 꽃이 피는 무궁화"다. 국화인 무궁화가 오래전에 들어온 식물이라면 황근은 토종 무궁화인 샘이다. 어딘지 모를 바닷가 검은 돌틈 사이에 제법 넓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무궁화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저버리는 하루살이라 꽃이라고 한다. 미인박명의 아쉬움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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