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작품으로 말하다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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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의 당당한 주인공을 만나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난 세상이다. 그 세상을 살아가기 또한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어려운 세상살이는 사람이 살았던 어느 시대이고 있기 마련일 것이다.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가는 자신의 의지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희망이 있기에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담담하게 현실을 헤쳐 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전형을 역사 속에서 찾아보고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서 때론 위안 받고 때론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찾아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역사 중 비교적 가까운 조선시대 사람들 중에서 온갖 제약으로 불행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 바로 여성이고 그 여성 중에서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삶을 살았던 기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성 위주의 사대부 사회가 조선이었기에 그 사회적 신분이 미천한 기생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보지 않아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기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오늘날에 와서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술판에서 몸을 팔아야 했던 불행한 여성에서 한 시대의 문화를 이끌었던 당당한 여성으로 말이다.

저자 이은식의 ‘기생, 작품으로 말하다’는 바로 이런 기생들의 운명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 살피고자 하는 책이다. 어쩌지 못하는 운명과 태어난 시대에 굴하지 않고 가슴에 담은 뜻을 시대를 거슬러 펴왔던 그들을 뜻이 담긴 시문학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크게 2부로 나누어진 이 책은 1부에서 ‘기생’이라는 여성이 역사에 등장하고 그 사회적 신분이 어떠했으며 그들과 연관이 많은 사회적 관계를 살피고 있다. 하여, 우리 역사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조선에 와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밝힌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말과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 ‘백인 창녀와 혼혈 창녀’라는 여성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제도로 존재한 특수 전문직’으로 기생 집단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사회구조적 시각’으로 기생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한다.

2부는 이 책의 제목처럼 기생들이 그들의 삶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시를 중심으로 기생의 삶과 그들의 문화, 여성으로써의 뜻 등을 살피고 있다. 일찍이 널리 알려진 황진이를 비롯하여 매창, 두향 등 시, 서, 화, 춤, 음악 등 예능적 소양을 갖추고 그를 능히 표현할 줄 알았던 그들의 애달픈 속내가 담긴 시 속에 애잔함과 더불어 한편 당당함까지 엿볼 수 있다. 또한 빠질 수 없는 충절의 대명사 논개를 통해 태어난 나라에 대한 의로움도 물론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생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시와 가사문학의 흐름에 기생들의 작지 않은 역할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고려시대 이후 조선에 이르는 동안 잊혀 지거나 소홀하게 다뤄온 우리문학에 명맥을 이어온 그들의 시는 개인적인 외로움이나 신세한탄, 님을 향한 속내를 보이는 것이 주류를 이루지만 시대를 읽고 자연을 노래한 작품들에서 보이는 탁월한 감성과 작품성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비교적 작품이 많이 남아있는 황진이와 매창으로 보인다. 특히 매창의 시를 통해 그와 교류했던 유희경이나 허균 등의 삶 또한 자세하게 살필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신분적 한계에 밀려 위항문학으로 자신들의 뜻을 펼친 중인 이하 문인들에 대한 귀중한 자료도 살필 수 있어 조선시대 문학 전반에 대해 알 수 있게 한 점이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황과 두향의 편에서는 음악을 통해 교감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려가는 저자의 독특한 글맛을 느낄 수 있어 이 책의 백미가 아닌가 한다.

‘옛 이야기 한 꼭지’나 ‘기행문’은 책을 읽어가는 맛을 더해준다. 특히 기행문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는 조선시대를 오늘 현시점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고 할 것이다. 하지만 ‘기생, 작품으로 말하다’라는 책 제목 그대로만 본다면 자못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면이 있다. 앞선 언급한 ‘조선시대 문학 전반에 대해 알 수 있게 한 점’이 여기선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방해요소로도 등장한다. 

무엇을 평가하는 데에는 그 평가자와 시대정신에 의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우리 역사에서 잘못 매도될 수도 있는 기생을 ‘제도로 존재한 특수 전문직’으로써의 기생으로 인식확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본다. 

여기저기 단편적으로 접하며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던 매창의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올 여름 넉넉잡아 시간 반이면 찾아갈 수 있는 부안 땅 매창 무덤에라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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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이사야 벌린 지음, 강주헌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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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다른 면을 보는 즐거움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으로는 개인적 성장경험과 더불어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사의 흐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가치관을 구성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각각의 사항에 의해 일관성을 가지는 가치관의 큰 흐름이 결정되어 진다고 보면 무난하리라 생각한다. 개인의 이러한 가치관은 자신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기 마련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사회인들 특히, 정치인이나 역사학자, 문학인들의 가치관은 그 활동 범위에 의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은 그들의 활동에 의해 검증받아 사람들로부터 긍정 혹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막대한 작가의 경우는 어떨까?

[고슴도치와 여우]는 바로 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 작가가 가지는 역사관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전쟁과 평화’라는 톨스토이의 불후의 명작을 놓고 ‘이사야 벌린’이라는 사람이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는 말에 근거하여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여우형’인지 ‘고슴도치형’인지를 밝혀가는 것이다. 

이런 흥미로운 작업을 시도한 ‘이사야 벌린’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성장하고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이후 영국으로 이주했다. 세인트 폴스 스쿨, 옥스퍼드 코퍼스 크리스티 칼리지에서 수학하고 올솔즈, 뉴 칼리지의 특별연구원을 거쳐 울프선 칼리지의 초대 학장과 사회, 정치 이론 분야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러시아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 ‘개념의 범주’, ‘현실 감각’ 등이 있다.

[고슴도치와 여우]의 출발점이 되는 인간형의 구분, 고슴도치와 여우는 우선 모든 것을 하나의 핵심적인 비전, 즉 명료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스템에 관련시키는 사람은 고슴도치형이라고 하며 서로 모순되더라도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여우형이라 규정한다. 다분히 흥미로운 탐색의 과정이지만 흥미위주에 머물지만은 않는다. 

이 책에 의하면 톨스토이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 그가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루소나 스탕달을 비롯하여 19세기 프랑스와 독일의 사상적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다양한 작가들과 사상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메스트르와 톨스토이를 비교 분석하는 저자 이사야 벌린의 탐구과정은 디양한 시각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그만의 역사관을 찾아가는 여정은 매우 흥미롭기까지 하다.

저자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를 ‘여우형 인간이면서도 고슴도치형 인간을 추구’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혈액형처럼 결코 한사람에게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톨스토이가 가지는 자체 모순의 근원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어떤 인간형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톨스토이의 문학과 그 삶을 이해하는 징검다리 하나를 발견한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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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신 택리지 : 전라도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2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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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자세히 들어다 보기 : 전라도
우리는 흔히 자신이 살아가는 고장에 대한 외지 사람들의 물음에 선 듯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 다른 고장의 유래나 문화유적에 대해 잘 설명하는 사람도 자신이 사는 곳은 소홀히 여겨 이런 질문에 얼굴빛이 붉어질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내가 살아가는 곳의 지리적 특성뿐 아니라 역사적 인문학적 특정까지 고려한 소양을 갖춘다면 늘 상 접하는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범위를 조금 넓혀 내가 사는 곳의 주변 그리고 우리나라의 인문 지리학적 소양을 갖추게 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 지게될 것이고 굳이 애국심을 강변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신정일의 신 택리지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 땅에 대한 이러한 소양을 쌓아갈 수 있는 교양서라 부를 만하다. 조선시대 이중환의 택리지를 근간으로 저자가 직접 발품 팔아 찾아보고 확인한 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신정일이 근거로 삼았다는 이중환의 ‘택리지’는 무엇인가? 이는 우리나라 최초 인문지리서라 불리는 책으로 18세기 중엽 조선의 사회상과 정치, 경제, 교통, 인심 등을 생활권 중심으로 살펴 자연과 인간 생활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자의 신 택리지는 이러한 이중환 택리지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이중환과 같이 저자 역시 그간 ‘우리땅걷기모임’을 이끌어오며 발품 팔아가며 직접 답사한 결과의 총화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30여 년간의 우리 땅을 밟은 결과가 <신정일의 신 택리지>는 전 10권으로 발간할 것이라고 하니 가히 그 발걸음을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정일의 신 택리지 : 전라도]는 충청도와 경계를 이루는 금강 남쪽으로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 불러오는 호남 땅에 해당하는 지역을 부르는 말이다. 무진장의 무주로부터 전주, 익산, 군산, 정읍, 영광, 나주, 광주를 걸쳐 남원, 운봉, 구례, 곡성, 화순과 목포, 장흥, 보성, 순천, 낙안, 고흥 그리고 인근 섬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저자는 이들 지역의 지리적 특성으로부터 역사적 사건, 지역이 배출한 인물들, 지명의 유래 등을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살피고 있으며 현대 변화된 모습 속에서 미래의 전망까지 담아내고 있다. 또한 전라도 대부분이 백제와 후백제의 영향아래에 있었던 지역이며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에 자주적인 기상을 떨친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지역의 기상을 밝히고 있다.

시원스러운 사진에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중점적으로 살피는 것, 한결 같이 사람 살아온 모습과 지금 현재의 모습까지 저자가 우리 땅을 바라보는 따사로운 눈길이 곳곳에 스며있어 글을 따라가는 독자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여 내가 사는 고장의 지난 역사와 현재를 살펴 이를 바탕으로 살아갈 미래를 희망으로 채울 수 있게끔 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의 낯익은 모습들에서 다분히 친근함을 느끼게 되어 새롭게 다가온다.

[신정일의 신 택리지 : 전라도]에는 몇몇 부분에서는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 이글을 이끌어가는 시점이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어 있는 점이 있고 그래서 단순한 지역의 표기방법의 오류(광주광역시를 광주직할시로 표현)도 있지만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를 연결하는 큰 고개 팔량치는 해발 4,500미터쯤에 위치하여 운봉고원으로 불린다.’(275페이지)는 우리나라 지리적 상황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도 있다. 또한 사진 설명이 불분명한 곳이 보인다. 국립광주박물관이라 표현된 사진은 광주시립미술관이 있는 공원 사진이다.(309페이지) 굳이 이러한 점을 밝히는 것은 저자의 우리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런 오류로 인해 손상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책을 통해 전라도를 근거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고장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고 또한 외지 사람들에게는 방문하고 싶은 지역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확신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 땅에 대한 가치를 한층 높여주는 종합적 인문지리서를 만나는 반가움이 무엇보다 크기에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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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0-08-0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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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자존(自存)을 찾아 나선 여행
“영화 좋아하세요? 녜. 어떤 장르를 좋아하고 한 달에 몇 편이나 보시는데요? 좋아는 하지만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보지는 못합니다. 그럼, 음악은? 여행은? 책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한다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즐기는 것과는 차이가 많다는 것을 실감하는 말이다. 내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렇다. 가슴에 담아두고 늘 그리워하는 것들은 누구나 많지만 막상 현실의 삶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하고 아쉬움만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 세대에게 통하는 현실이다. 그때그때마다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그에 맞는 현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의 삶은 누구나 비슷하게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나가고 생활현장에서 열심히 살다 밤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겉모습은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하나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하나 같은 삶이 없다. 비슷한 상황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깊이가 다르고 그러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인생의 기틀을 만들어가는 청춘의 시기에는 더욱 다양하게 보이는 각각의 삶은 그러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한발 더 다가가 깊은 내면을 보게 된다면 그들의 삶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 열세 명 청춘들의 삶을 깊은 발자국을 따라가 그들의 다른 삶을 보여주는 책이 있다. 저자 박근영의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 그것이다. 하덕현, 김주헌, 김민희와 이근희, 이종필, 임상범, 김풍, 이지린, 변종모, 백지원과 정연진, 김일영 등 겉으로 드러난 이들의 삶에는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연극배우, 화가, 영화감독, 에디터, 만화가, 뮤지션, 여행작가, 건축가, 시인이라는 각기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는 자신의 뜻을 이뤄가려는 몸부림이 있고 그 몸부림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삶은 찬바람 부는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님을 그들의 삶 속에서 확인한다. 저자가 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끄집어 낸 시간이 추운 겨울동안이었다. 눈 내리는 밤 가로등 불빛도 보이고 언손 녹이는 따스한 국물도 보이며 무엇보다 그들 가슴에 담은 따사로운 기운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바로 자기 스스로를 사랑이 마음이고 그것이 삶에 투영된 모습이다. 그들의 삶은 특별하다. 많은 청춘들이 가슴에 품은 꿈을 접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 비추어 보면 분명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속에서 자아의 발견을 해 가는 중이기에 그들은 남들보다 특별한 사람들이다. 

열세 명의 발자취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꿈이 있고 그 꿈을 실현할 용기가 있으며 모진 겨울을 건너 막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그들의 가슴에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행이 자리 잡고 있다. 온통 여행인 삶도 있고 여행을 꿈꾸는 희망도 보인다. 사람의 삶 자체가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그 여행 속에서 찾고 싶어 하는 이상향이 바로 자신 안에 존재함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나로써 그들의 청춘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현실적인 삶속의 결혼이나, 직장, 돈, 집 등이 하고 싶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못한 그들의 용기가 부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으로 아쉬워만 한다면 그 청춘들의 삶 속에서 배운 바가 아닐 것이다. 지금 내 위치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가슴에만 담아두지 않고 꿈속으로 한발 내딛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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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알라딘 7기 신간평가단
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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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류의 정신활동의 총화다  

사람들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살아오는 동안 기억 속에 있는 것이든 내가 살았던 시대를 앞선 사람들의 흔적이든 간에 그것을 통하여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게 된다. 그 흔적 속에 담겨있는 인간의 정신활동과 실제 삶의 모습을 유추해보고 오늘을 살아가는 근거로 삼거나 미래를 희망으로 가꾸기 위한 동기로 삼기도 한다. 그렇다면 역사 이래 인류가 이룩한 찬란한 정신활동의 결과물이 오롯하게 모여 있는 것이 무엇일까? 유, 무형의 문화유적 속에 포함되는 다양한 것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생생한 모습을 담아놓은 기록물, 즉 책이 아닌가 싶다. 

책 속에 담긴 시대정신과 구체적인 사람들의 생활모습 때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혁명적 지침이 있어 책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현대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이끌어가는 도구가 빠르고 다양해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책이 주는 매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책의 무엇이 그런 힘을 갖는 것일까? 

볼프강 헤를레스, 클라우스 뤼디거 마이 공저 [책 vs 역사]는 바로 책이 가지는 폭발적인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고대, 중세,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에 관련된 책을 선정하여 그 책이 가지는 당시 사회적 배경과 저자의 노력을 담고 있다. [책 vs 역사]에서 다루는 책들로는 역사서를 비롯하여 사상서, 철학, 신화, 소설, 자연과학 보고서 등 인류 정신활동의 총화로써 책을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인류의 역사라고 불러도 좋을 정신활동의 총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저의 서’로부터 출발한 책의 탐험은 단지 그 책에 한정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진보를 살피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며 때론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부분까지 두루 아우르고 있다. 저자가 서양인이라 서양사 중심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괜한 염려가 될 뿐 이 책은 동, 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인류의 업적을 따라간다. 역사를 구분하는 근거에 따라 이 책 역시 그 근거를 쫒아 시대를 구분하고 그 시대에 출간된 책을 거론하고 있다. 

인류에게 종교의 영향력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고대, 중세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였다. 그 과정을 ‘구약성서’, ‘신약성서’, ‘벽암록’, ‘코란’ 등 종교서적을 중심으로 살펴 오늘에 이르는 종교사상사의 흐름까지 알아보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아틀란티스 혹은 세계 구조에 관한 지리학적 고찰’,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 등 자연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로의 여행을 시도했던 인류의 역사를 자연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의 책을 살피고, ‘유토피아’, ‘방법서설’, ‘사회계약론’, ‘순수이성비판’,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하여’, ‘공산당 선언’ 등 인류 사회 사상사도 포함한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이렇게 무거운 주제들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성찰이나 현실의 문제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고뇌를 담은 문학작품도 살핀다. ‘니벨룽겐의 노래’, ‘로미오와 줄리엣’,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파우스트’, ‘황야의 이리’, ‘반지의 제왕’, ‘헤리포터’까지 망라되어 있다. 

[책 vs 역사]는 50권에 이르는 책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인류사회사상사, 철학사, 종교사, 의학, 자연과학사, 문화사 등 인간이 이룩한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며 더디 넘어가는 책장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독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이룩한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기에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고 참고해도 좋을 백과사전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시대를 마무리하는 각 부분마다 그 시대의 중심적 사상의 흐름을 정리 해 놓아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대에 들어 종이책의 한계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의 발간이 몰고 올 출판시장의 판도 변화에 주목하면서도 여전히 종이책에 대한 강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자책 또한 인류의 행보를 기록하는 기록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기에 여전히 책, 기록물에 대한 의미는 유효하며 어쩜 더 커져간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예전과는 달리 개인들이 자신의 사고결과를 기록할 수 있는 매체와 공간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도 주목 하게 된다. 그만큼 인류의 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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