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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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사랑과 낭만이 없다면

사람에게 영원이 풀 수 없는 숙제가 있다면 뭘까? 수 천 년을 이어온 인류의 역사에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울고 울게 했던 것을 꼽으라고 하면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사랑”으로 모아지지 않을까 싶다. 철학을 필두로 한 사상사의 흐름에서도 삶의 질을 변화시켜온 눈부신 발전을 이룬 과학에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어왔고 인류가 지속되는 한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조언을 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문제로 대두될 때에는 결코 답을 얻지 못하는 그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쩌면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문학이든 영화든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전재로 시작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은 어쩌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보고자 읽고 보고 듣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랑”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의 일상 속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여, 바로 그 “사랑”에 주목하여 이를 다양하게 해석을 시도하여 사람들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연결시켜나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다.

 

‘잘 있지 말아요’의 저자 정여울도 그 중 한사람으로 보인다. “사랑, 혁명, 우정. 이루어지지 않아도, 끊없이 실패해도, 소유할 수 없어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가치들이다. 바보 같아 보여도, 철 지난 이상처럼 보여도, 난 그것들이 미치게 좋다. 사랑, 혁명, 우정을 향한 변함없는 짝사랑이 나를 여전히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 따스한 낱말 3총사가 여러분의 삶도 환하게 비춰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잘 있지 말아요’를 통해 그러한 저자의 관심사가 어떻게 독자들과 공유되는지 확인해 보자. 우선 저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문학작품이나 공연, 영화 이야기를 한다. 정여울이 주목하는 작품으로는 ‘적과 흑’, ‘설국’, ‘리시스트라타’, ‘월 플라워’, ‘춘희’, ‘색, 계’, ‘안데르센동화’등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공통된 주제는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이라는 단어는 결국 “사랑”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이다. 정여울은 이러한 이야기를 작품들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삶의 양태를 하나 둘 확인하며 그들이 품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남녀 사이에 에로틱한 우정은 가능할까? 라는 물음 속에서 살피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며 반응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여울의 이야기처럼 ‘에로틱한 우정’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조선시대 ‘매창과 허균’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매창이 여인이 아니었다면 허균과의 사이에 오랜 우정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싶다. 공유할 수 있는 사상적 공감대가 서로 이성이라는 에로틱한 감정이 깔려 있었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정여울이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작품들 속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작품들 속 주인공들의 모습과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잘 꾸며내고 있어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지금 사랑 때문에 시린 가슴이든 사랑에 대한 꿈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든 정여울의 이야기는 사랑을 정면으로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로 자신의 처지를 잘 살필 수 있는 안내자로 충분하다고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 단풍이 들고 그 단풍이 지는 동안 우리들은 어떻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사람들의 삶에서 사랑과 낭만이 없다면 시간을 더해 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가워지는 날씨는 어쩌면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혀 줄 중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사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잘 있지 말아요’와 함께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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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 최돈선 스토리 에세이
최돈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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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종을 울려주는 사람

새벽녘 잠을 깨 마당을 거닐었다. 쌀쌀한 기온에 몸을 움츠리다 올려다 본 하늘에서 고개를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별을 바라다보았다. 혹, 시인이라도 된다면 멋진 글귀를 떠올릴 수 있으련만 메마른 언어만을 소유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시간이다. 글이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쯤 아닐까 싶다. 하여, 내겐 시인의 가슴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마냥 시인의 특별한 눈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나처럼 메마른 언어의 소유자들로 하여금 시인의 시를 통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데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난 오늘도 시집을 펼친다.

 

최근 책으로 만난 시인이 있다. 최돈선이 그 사람이다. 시인이라고 하지만 내겐 시보다 먼저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라는 그의 산문집을 통해 알게 되었다. ‘칠년의 기다림과 일곱 날의 생’, ‘허수아비 사랑’, ‘물의 도시’,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등의 시집을 펴낸 그의 산문집은 시인의 가슴에 가득 담긴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시보다 먼저 시인의 산문을 접한 것이 시인에겐 미안한 일이 될지라도 산문집을 통해 만난 나에겐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시인의 시를 이해하는데 시인의 삶에 대한 조그마한 이해가 시인의 시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산문집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를 통해 만난 시인은 맑고 투명하다. 가슴에 무엇을 담고 살아왔고 세상과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꼭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들이다. 또한 이런 저런 수식어를 통해 대상에서 얻는 느낌을 비비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에 공감되는 요소가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쉬움이 결코 가볍다거나 경솔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곱씹어 삼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친근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딸, 엄마,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긴 호흡이 필요한 부분이다. 글은 길지 않아 짧은 호흡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글이 주는 긴 여운은 오랜 시간을 사색 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 이것이 시인의 글이 가진 강점이 아닌가 싶다. 굳이 주저리주저리 나열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매력,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닐 것이다. 따스한 눈으로 시간을 접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제는 그 넉넉함이 넘쳐흘러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문장일 때 비로소 가능해 지는 것으로 본다. 특히, 자기 고백으로 읽히는 산문집의 마지막 ‘시인’이라는 글에서는 그의 가슴에 담긴 따스함의 유래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알 듯 모를 듯 그저 짐작만으로도 읽히는 그림이 함께 있어 글과 그림의 어우러짐이 마치 시인의 글을 통해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인양 따스하다.

 

시인을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만났다. 그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소통에서 글에 담긴 진정성을 확인 할 수 있어 더욱 반갑다. 자신만의 울타리 속에서 갇혀 살면서 알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무엇인가 끊임없이 밝히고자 하는 마음들이 어떻게 공감을 형성하고 소통하는지를 보면서 우리 시대 외롭고 시린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본다. 그 중심에 시인이 있어 시린 가슴을 조금은 위안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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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산다는 것은 뭘까?

시대의 사명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 인류의 운명을 바꿀 특별한 업적을 남긴 사람, 국제평화기구와 같은 단체를 통해 인류애 실천하는 사람,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 자신의 안위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사람 등 사람들의 삶을 몇 마디 말로 규정할 수는 없다. 모두가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꾸려간다고 본다면 이를 구분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차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잘 산다는 것에 대한 규정 역시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각자의 상대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잘 산다는 일반적인 규정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개인들의 삶을 구분하는 출발점이 된다. 보통의 경우 한 사람의 삶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보여주었던 행적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평가되고 규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역사적 인물들을 평가하는 일이나 동시대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나 동일 선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동 시대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그러한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사람의 tkaf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암고전연구회에서 발간한 ‘선비의 길 원칙과 현실, 그리고 시대정신’을 중심으로 역사인물을 평가한 ‘나의 길을 가련다’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스물 네 명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삶이 될 것인가를 유추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보한재 신숙주, 사숙재 강희맹, 매월당 김시습, 화담 서경덕, 면앙정 송순, 퇴계 이황, 남명 조식, 북창 정렴, 사암 박순, 송암 권호문, 내암 정인홍, 율곡 이이, 송강 정철, 손곡 이달, 백호 임제, 어우당 유몽인, 교산 허균, 서포 김만중, 성호 이익, 청담 이중환, 연암 박지원, 청장관 이덕무, 다산 정약용, 매천 황현 등 대단한 인물들이다.

 

 

스물 네 명의 사람들을 그들의 삶을 통해 특징지을 수 있는 키워드를 선정하고 그 기준으로 그 사람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 키워드로는 처세(處世), 명예(名譽), 절개(節介), 격물치지(格物致知), 무욕(無慾), 겸양(謙讓), 경의(敬義), 겸허(謙虛), 염퇴(恬退), 관물(觀物), 충의(忠義), 언로(言路), 트라우마(Trauma), 고절(孤絶), 풍류(風流), 기간(奇簡), 진보(進步), 어머니(母), 실학(實學), 명당(明堂), 초탈(超脫), 탐독(耽讀), 민본(民本), 사기(士氣) 등이다. 이는 선비로 통칭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자신의 삶의 화두로 삼을만한 주제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물론 옛사람들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에도 적용할 수 있어 ‘나의 길을 가련다’라는 책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책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후대의 다양한 평가를 모두 살핀다. 처세(處世)로 신숙주를 보는 것이나 진보(進步)로 허균을 탐독(耽讀)으로 이덕무를 보는 것 등은 익숙한데 초탈(超脫)로 박지원을 트라우마(Trauma)로 정철을 살핀다는 것은 의외다.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니 보지 못했던 그 사람의 다른 측면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나의 길을 가련다’는 시대에 따라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사람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어 나름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온전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잘 산 사람일까? 살아생전의 평가는 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의 이해요구가 더 크게 반영되지만 죽은 뒤의 평가는 그 사람을 통해 얻고자 하는 다른 이해요구가 반영된다. 이렇듯 한 사람에 대해 올바른 평가란 애초에 무리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먼저 산 사람들의 삶을 통해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배워야 할 삶의 교훈은 분명하게 얻을 수 있다. 대부분 분명한 정치적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기에 현대의 정치가들과 비교하여 이들을 통해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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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마주치다 - 옛 시와 옛 그림, 그리고 꽃, 2014 세종도서 선정 도서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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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꽃, 시와 그림이 사람과 만나는 행복

수수꽃다리, 박태기나무, 목서, 수국, 파초, 작약, 나팔꽃, 맨드라미, 국화, 회화나무, 봉선화, 천리향, 이팝나무, 앵두나무, 무화과, 매화, 사과, 복숭아, 자두, 목련, 포도... 도시에 살다 한적한 시골마을로 삶의 근거지를 옮기고 나서 마당 한쪽 화단과 심기 시작한 꽃과 나무들이다. 잠자는 공간과 서재를 빼고도 제법 널찍한 공간이 있어 좋아하는 꽃과 나무들로 채워가는 중이다. 삶의 근거지를 시골로 옮기고자 했던 결정적 요인은 넉넉한 마음으로 자연과 벗하며 살고자 하는 것이 크지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 역시 평소 꽃과 나무들에 관심이 많아 늘 자연에 주목했던 것이 그 배경이었다고 본다.

 

이사하고 나서부터 어디를 가든 눈에 띄는 꽃이나 나무를 보면 어떻게 하면 분양받을 수 있는지 씨앗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된다. 물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내 집에 있는 꽃이나 나무를 분양하며 함께 나눠가지는 즐거움이 이렇게 큰 느낌인지 알아가는 것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 중 하나가 된다. 이사하고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와 제철에 제 모양과 색, 향기로 보답해 주는 꽃들을 바라보며 다가올 봄을 미리 기약해 보는 것도 놓치기 싫은 행복이다.

 

이런 내 마음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책, ‘꽃, 마주치다’를 만나는 동안 책 속에 나오는 꽃과 내 집에서 자라는 꽃이 나주앉아 대화라도 나누는 것처럼 다정함이 함께한다. 기태완의 ‘꽃, 마주치다’는 옛 시와 옛 그림 그리고 꽃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옛 시와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들의 이야기를 저자 기태완의 경험을 살려 생동감 있게 전해주고 있다. 옛 시와 옛 그림은 중국의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역사 속에 등장하는 관련된 주인공들을 불러내 현재의 주인공으로 살려내 마주 대하게 만든다. 눈을 돌리면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만 같은 현장감이 살아 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꽃들이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닌 꽃들이 대부분이기에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 곁에 와서 지금까지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이런 궁금증을 저자는 옛 문인들의 글과 그림 속에서 찾아내고 이를 꽃에 주목하여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따라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들까지 알려주고 있어 평소 궁금증을 해결하는데도 유용하다. 꽃과 인연 맺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시와 그림이 꽃이 담고 있는 이미지와 연결되어 지금 우리가 보는 꽃과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바로 우리 역사와 맥을 함께한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 문학, 인물, 그림 등을 통해 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꽃과 나무, 특별히 주목해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주목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더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들어오는 꽃과 나무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느 날 갑자기 꽃과 나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시나 그림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알 수 없지만 눈이 가고 마음이 머물며 그 시간동안 함께하는 자연스러움이 있을 때 비로써 꽃과 시, 그림이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당 한쪽에는 이런 저런 인연으로 내 집에 온 국화가 제철을 만났다. 그 국화를 보며 인연 맺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꽃보다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일 것이다. 꽃으로 인연 맺은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꽃이 주는 선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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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 - 진옥섭의 사무치다
진옥섭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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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지켜낸 명인열전

꿈, 희망, 도대체 이것들은 뭘까? 너무 뻔한 물음이라서 어쩜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어느 언저리에서라도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는 늘 함께할 수 있기에 위안 삼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지나온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삶의 마지막 자리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후대들에게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정답이 없는 삶만큼 이 물음 또한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누군가의 삶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을 대신하여 꿈과 희망이라는 긍정의 힘을 배우고 그 힘에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

 

보통 꿈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일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그러한 꿈은 상대적 계념에 불과할 뿐이다. 삶이 어떤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비추는가가 아니라 자신이 믿고 의지한 가치관이 의미 있을 때 어쩌면 그런 사람들만이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진짜 꿈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그런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 한 사람이 있다. 전통예술 연출가라는 진옥섭이 그다. 연극과 탈춤을 통해 전통과 인연 맺은 후로 줄곧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 보인다. 하여 그가 찾아낸 각 방면의 사람들의 면면이 이 책 ‘노름마치’의 자자인 진옥섭에게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노름마치’는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로 ‘그가 나와서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하는데, 이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칭하는 말이‘노름마치’라는 것이다. 저자가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고 무대를 만들어 대중들 앞에 세워왔다. 1993년부터 시작하여 최근 2013년까지의 소식이 담겼다. 이제는 소리나 영상만을 남기고 먼 세상으로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있다. 저자 진옥섭이 발품을 팔아 찾아낸 ‘노름마치’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 이것은 사라져가는 전통을 흐름을 거슬러 되 쫒아가는 일이 된다.

 

예기(藝妓), 남무(男舞), 득음(得音), 유랑(流浪), 강신(降神), 풍류(風流) 이 속에 어쩌면 전통의 거의 모든 부분이 포함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각 부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명인들의 이야기이기에 전통예술의 인적흐름을 이 한 권에 담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녀, 무당, 광대 등으로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선택할 길이라기보다는 몸이 먼저 알고 따르니 어쩔 수 없이 삶을 송두리째 내맡긴 경우도 많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그에 걸맞는 사회적 인식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기에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그 업을 놓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장금도, 유금선, 심화영, 문장원, 하용부, 김덕명, 정광수, 한승호, 한애순, 김운태, 공옥진, 강준섭, 김유감, 이상순, 김금화, 이윤석, 정영만, 김수악 대부분 낯선 사람들이다. 하지만 저자 진옥섭이 ‘노름마치’로 찾아 만난 사람들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는 그들의 삶이 진한 향기를 전해준다. 이들뿐 아니라 이들과 함께 해온 우리시대 전통 파수꾼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깊어가는 가을, 도처에서 문화예술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놓치지 않고 참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만 하지만 이내 잊혀지고 만다. 여기에 등장하는 노름마치들 역시 시간이 흐르며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몸의 언어는 시대에 걸맞는 모습으로 이어져 우리의 전통을 만들어 왔듯이 앞으로도 그들 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지속될 것임은 의심치 않는다.

 

다시 꿈,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시간이라는 사슬에 묶여 삶을 마감한 사람들이 남긴 진한 흔적은 이제 전통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가슴에 먹빛으로 새겨져 다시 사람들에게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이 시대 전통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화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았다. 무엇이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 속에 자리 잡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노름마치’들의 삶을 통해 재현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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