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좋을 그림 - 여행을 기억하는 만년필 스케치
정은우 글.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년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으로 내면과 만나다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살다보면 외부의 조건보다는 자신 내부의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이럴 때 주목해야 할 것이 자신 내면의 울림이라고 본다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자신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울림과 만날 수 있을까이 만남을 위해 많은 사람들은 여행이나 운동을 하거나 산책 또는 낚시와 같은 취미활동을 한다집중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라면 구체적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여기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건축을 전공했으며 다소 버거운 일상을 살면서도 틈틈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년필 그림을 그렸다꾸준히 만년필을 모으고그림을 그리고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내면과 만나온 것이다그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저자를 선명하게 때론 안온하게 했던 기록들의 모음이 이 책이다.


"인간이 고통을 견디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럴 땐 항상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적는 편이다몇 번을 생각하고 이야기해 봐도 주위에 안개만 차오를 때 만년필을 들어보라글로 적어놓으면 어렴풋하던 것이 선명해지고그림을 그려보면 그 풍경 속에 안온해진다내가 써놓고 그린 것을 훑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된다."


만년필이 종이 위에 선을 그어가듯 사각거리는 그림이 주는 직선의 날카로움이 현대라는 다소 거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대변하는 듯 가슴을 파고든다낯선 곳에 멈춰 서서 뇌리에 각인된 공간의 기억이 글과 그림으로 남았다유럽의 여러 도시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건축을 전공한 사람답게 주목한 것은 주로 건축물과 그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거리풍경이다.


행복을 언제나 내일로 유예하고 평생을 살 것처럼 굴다 보니여름은 그저 매년 찾아오고 찾아올 때마다 똑같다 여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올해 여름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갑자원의 여름 중에서


저자가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의 결과가 이런 사고의 깊이로 담겨있다만년필의 직선이 모여 무엇의 형태를 완성해가듯 그의 글 속에서 깊은 사유가 쌓여 드러나는 저자의 마음자리를 만날 수 있다뿐만 아니라 만년필 잉크 이야기를 통해 만년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자료도 제공된다만년필의 역사와 종류그에 어울리는 잉크까지 만년필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첨단시대를 대표하는 블로그 운영을 통해 주목받으며 대중과 소통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결국 만년필이라는 지금은 사라져가는 아날로그적인 도구를 써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다사색의 계절이라는 가을이다가을은 다른 계절과는 달리 인간 본연의 마음자리에서 울리는 내면의 소리에 주목하기에 좋은 시기다이 가을을 맞아 나 자신을 만나는 과정에 함께해도 좋을 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0-03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에게로 가는 길'

달에 꿈을 심었다. 바다 위 저 달에 내 꿈인 그대가 있다. 그 달에 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 하고 바다를 건너려면 배가 있어야 한다. 반야용선, 나를 달에게 데려다줄 배다. 달에게 나를 데려다줄 배의 돛은 이 모양일거다.


하지만, 달에게로 가는 길을 모르기에 달을 내 가슴에 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99회 정기연주회 
'한국ᆞ몽골 교류연주회'


2015.10.1 pm7.30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한국과 몽골의 수교 25주년 기념 '몽골국립마두금연주단 초청공연'이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주목해온 아시아민족음악과의 교류의 일환으로 몽골 음악과의 만남은 그동안 몇차례의 공연으로 그리 낯설지 않다.


그동안 접한 몽골음악은 마두금을 중심으로 한 부분적인 음악이 전부였다고 본다. 이번 '한국ᆞ몽골 교류연주회'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점은 '몽골국립마두금합주단'의 연주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인원구성과 다양한 악기를 통한 합주에서 볼 수 있는 연주음악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한국ᆞ몽골 교류연주회'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공연의 중심은 1부에서는 '몽골국립마두금합주단'의 연주로 보인다. 열 곡에 이르는 연주를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힘든 공연임에 분명하다. 2부는 김광복이 지휘하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연줄호 구성되며 3부는 양국의 연주담이 모두 한자리에서 합동으로 연주하는 자리다. 몽골의 전통음악과 한국의 사물놀이, 아리랑 등으로 구송되었다.


장장 3시간 가까운 연주시간은 기획자의 욕심이 과한 듯 싶다. 특히 1부의 '몽골국립마두금연주단'의 연주는 분명 귀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하나 너무 많은 곡을 편성하여 자칫 지루함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부와 3부의 연주가 관객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는 점이다. 연주단과 관객이 음악을 매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연주회였다고 보인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1994년 창단하여 광주를 대표하는 국악연주단체다. 지역 국악발전에 공헌하고 민속음악의 발굴과 아시아 민족음악, 재즈, 명인명창 협연 등 전통음악과 창작음악의 조화를 이룬 관현악 연주와 창작 등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몽골국립마두금합주단
-1992년 창단된 몽골정부설립 국립마두금합주단으로 마두금을 보존하며 그 역사의 가치와 문화유산 전승을 목표로 한다. 전통음악과 다양한 장르음악의 연주로 세계문화에까지 가치매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시대를 넘은 공감, 기쁨과 정화의 향연
김재욱 지음 / 왕의서재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시가 전하는 사람의 풍경

고전이 여전히 의미 있게 읽히는 것은 사람의 감정과 의지를 담아내고 있으며 그 감정과 의지가 현대인들에게도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하는 이치라할 수 있다특히 한자문화권인 동양에서는 그 한자로 서로의 감정과 의지를 전달하며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였다.

 

한자와도 멀어진 현대사회에서도 한시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사람의 의지와 감정을 담은 한시를 매개로 옛사람과 현대인이 소통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김재욱은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에서 "기쁜 일에 기뻐하고 슬픈 일에 슬퍼하는 마음에 현재냐 과거냐는 문제가 될 수 없다한시에는 옛사람과 내가 시대를 넘어 공감하도록 이끌어 주는 힘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한시를 통해 시대를 넘은 공감과 기쁨과 장화의 향연을 꾀하고 있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에는 사랑사람역사영물자연죽음친구라는 7가지 주제에 6~8 수의 한시를 실었다저자가 주목한 일곱 가지의 키워드는 사람의 일상으로부터 출발하는 거의 모든 감정과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이렇게 일상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감정과 의지를 담은 한시를 지은 시인으로 저자가 선택한 시인으로는 이백왕유를 비롯한 중국 작가와 최치원이규보이색박지원김창협권필황현 등 우리 역사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문인들이다.

 

현대인이 한시를 이해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사유방식이 다른 시인들의 감정과 의지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와 더불어 한시 속에 숨겨진 상징체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저자는 어떤 방식과 이야기로 현대인과 만나게 할지 저자의 글맛에 기대가 크다.

 

아름다운 물가엔 꽃이 다투어 피었고 맑은 연못엔 물이 이리저리 흐르는데

서로 만나서 서로 잃을까 염려하여 목란나무 배를 나란히 붙여 다닌다

-당나라 최국보

사랑하는 이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심정을 담은 시다이렇게 연인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그 마음이 담긴 시를 비롯하여 첩의 신분으로 평생 남편인 조원을 그리워하다 사그라진 여성의 심정이 담은 이옥봉의 시도 만날 수 있다.

 

다소 의외의 시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이는 깁오농민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당대 지식인의 한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이는 한말 우국지사로 널리 알려진 황현의 시를 통해 확인된다.

 

옛사람들이 시를 통해 담고 싶었던 감정과 의지가 다채로운 일상의 반영이기에 여러 가지 제약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생명력을 지낸다이는 문학작품의 생명력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한시의 글맛을 살려내 보다 가깝게 한시의 맛을 느끼게 해\하기에 충분하다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는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 한시에 담긴 정서와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도思悼'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와 아들이고자 했던 세자, 그 사이의 간극을 넘지 못한 비극이 '임오화변'이었을까?


이 영화의 주인공 사도세자는 영조의 둘째 아들로 이름은 선(愃)이다. 아버지 영조와의 갈등으로 세자에서 폐위되어 서인으로 강등되었고, 영조의 명으로 뒤주 속에 갇혀 굶어 죽었다. 이후 영조가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내린 시호가 ‘사도(思悼)’이며, 정조가 다시 ‘장헌 세자(莊獻世子)’로 시호를 바꾸었다.


'자격지심自激之心'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를 보는 동안 떠나지 않은 단어다.


왕, 아버지, 아들, 세자, 어머니, 아내ᆢ수많은 사회적 관계를 자신의 처지를 기준으로 생각하여 지극히 염려하는 마음인 이 자격지심이 극단적으로 발휘될때 나타나는 현상이 영화의 그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왕이라고 언제나 칼의 손잡이를 잡는 경우는 없다. 칼끝을 잡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아한다." 아버지 왕의 시각이다. 그렇기에 강하게 키우려했다. 그에 비해 아들 세자의 시각은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로 표현된다. 숨쉬조차 버거운 강박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두고 어떻게 보느냐하는 것은 후대사람들의 선택의 영역일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에서 역사라고 예외는 없다.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보게된다. 이 자기중심적인 시각은 철저히 현실적이며 정치적이다. 이 정치적 시각을 빼면 역사를 볼 이유는 많이 감소된다.


이준익의 사도에는 이 시각이 대단히 축소되어 있다. 권력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아들의 감정과 지향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그려졌다는 말이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현실의 무엇을 바라보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 '사도'는 굉장한 속도로 관객을 몰입으로 이끌어간다. 그 중심에 '역사 상 가작 비극적인 가족사'가 있다. 사도세자를 보는 시각의 대표적인 것은 '당쟁에 의한 희생'이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사도세자의 삶과 당시 상황을 보고자 함에 있다. 이 시각이 임오화변의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할지라도 정치를 배재한 사건의 본질은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시각이라는 것이다.


탄탄한 시나리오, 선이 굵은 주연배우들의 연기, 몰입도의 최고 등에도 불구하고 영화 '사도'에서 아쉬운 것이 여기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