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비비추'
보라색 빛과 뽀쪽하게 내민 모양이 이채롭다. 열린 틈으로 긴 수술을 내밀고 매개자를 인도한다. 한곳에 모아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널 위해 피웠으니 누려도 좋다는 듯.


안쓰럽고 위태롭다. 가녀린 꽃대에 어떤 힘이 있어 바람이 전하는 무게를 감당하며 꽃까지 피울 수 있을까. 생명의 순리 앞에 겸허해 진다.


'일월비비추'는 산속의 물가나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고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을 이룬다.


꽃은 6~7월에 연한 보라색 꽃이 꽃대 끝에 모여 핀다. 꽃대에 줄지어 피는 비비추와 쉽게 구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일월비비추'라는 이름은 경상북도 일월산에서 처음 발견된 비비추의 종류라는 뜻이다. 꽃이 흰색으로 피는 것을 '흰일월비비추'라고 한다. '방울비비추', '비녀비비추'라고도 한다.


숲속이나 계곡에서 홀로 또는 무리지어 핀 일월비비추를 보면 '신비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붙인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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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란 본래 겹치고 엇갈리는 것은 당연지사이니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이 곳이 출발점이며 가야할 길 위에 서 있음을 안다.

지나온 시간보다 다가올 시간에 주목한다. 잘 왔으니 잘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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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7-0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가변차선이 불안하게 이어지는군요. 이 녹슨 모습이 더 눈에 철분을 제공하는듯합니다.

무진無盡 2016-07-07 19:31   좋아요 0 | URL
녹슨거 보면 상시사용이 아니라는 말일텐데..그래도 길을 안내하는 제 역할은 있을 것이라 여겨봅니다.
 

긴 여름날의 하루가 다 지나도록 떨치지 못한 속내가 남아 서쪽 하늘이 멍들었나 보다. 곧 쏟아낼런지도 모를일이기에 여름밤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

이런 날들이 쌓여 반이 지났고 그 힘으로 새 날을 맞이할 여유를 얻은 것이다. 

눈물샘이 염증으로 막혀 주사기로 뚫는 고통이 지나가니 세상이 밝게 보인다. 한 숨 쉬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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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마음껏 펼쳤다. 가끔은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감춰두었던 애달픈 속내를 펼쳐 보인다. 이왕 보이려는 것이었으니 눈치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다. 애써 피운 꽃은 보지않고 잎에 눈길을 주더니 별명까지 지어 부른다. 하여, 속절없는 마음을 밤새 피보다 진한 눈물로 답한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주로 자란다. 잎지는 넓은잎 작은 큰키나무다. 밑동 위쪽에서 줄기가 갈라져 나와 곧게 또는 옆으로 굽어져 키를 키운다.


꽃은 6~7월에 가지 끝에 핀다. 끝이 우산살처럼 갈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다수의 꽃이 달린다.


밤에 서로 마주보는 잎사귀가 닫히는 것은 남녀가 사이좋게 안고 잠자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옛사람들은 '야합수(夜合樹)'란 이름을 붙였다.


콩모양으로 달린 열매들이 겨울바람에 부딪치는 소리는 꽤나 시끄럽다. 그래서 흔히 여자들의 수다스러움과 같다 하여, '여설수(女舌樹)'란 이름도 있다고 한다.


'환희', '가슴의 두근거림'이라는 꽃말은 나무를 가까이두고 키웠던 사람들의 사랑을 열망했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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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7-0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합수 ... 빛깔이 참 색쓴다고 생각했어요, 딱 맞아 떨어지는 이름의 나무는 참 드물죠 ^^

무진無盡 2016-07-07 19:30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꽃술 보고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니..^^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벽을 허물자는 스스로를 가둔 자신이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아온 일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까과거와 미래가 오늘이라는 시점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듯이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이런 급격한 변화는 스스로는 알 수 없는 치유되지 못한 지난날의 내상이 특정한 계기를 통해 현시점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그런 시각으로 작가 한강의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을 본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변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이다아내 영혜가 점차 육식을 거부해 가는 과정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본인과사회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채식주의자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받지도 못하는 꿈에 시달리는 영혜의 선택은 육식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이런 극단적인 육식거부가 불러오는 자신을 포함한 가족관계의 파괴로까지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간다채식주의자는 연작 소설 세 편의 이야기의 출발점이자 연결고리이가 된다.

 

두 번째 몽고반점은 극단적 육식거부로부터 시작된 영혜가 이혼과 정신병원으로부터 퇴원하고 난 이후 이야기를 형부의 시각에서 그려가고 있다아내로부터 들은 처제의 몸에 남아있다는 몽고반점에 욕정을 느끼고이를 자신의 비디오아트 작품의 관능적 이미지와 결합시켜 작업하는 과정에 그 욕정을 어쩌지 못하고 처제 영혜와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된다이를 아내에게 들켜 본인들과 사회적 관계의 이차 파괴를 그린 작품이다.

 

세 번째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의 시각이다남편을 떠나보낸 후 양육과 생계의 부담동생의 부양을 떠안는다그런 현실이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옳아 맺던 경험의 연장선장에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이런 자신과 점점 나무가 되려고 하는 동생 영혜의 모습을 속에는 성장하는 동안 자매로 함께 겪었던 과거를 통해 현재의 자신과 동생 영혜의 현주소 발견하는 이야기다.

 

각각 작품의 중심축이 되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스스로를 가둔 벽에 있어 보인다그 벽이 어떤 과정을 통해 살아오는 동안 심리적 압박을 해왔는지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군인 출신의 아버지를 통해 동생 영혜와 언니가 받았던 같으면서도 다른 정신적 압박처럼 각기 감당해 왔던 몫이 있었다이런 경험들이 오랜 시간동안 잠재해 있으면서 스스로를 벽에 가둔 결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의 열정어린 작품들과수족관에 갇힌 물고기 같은 그의 일상 사이에는 결코 동일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간격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니가 그의 남편의 비디오 아트를 보며 느낀 감정을 표현한 말이다동일인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간격의 크기에 따라 스스로를 가둔 벽의 견고성이 차이가 날 것이다나타난 현상으로는 사람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가둔 벽을 깨뜨리지 못하고 그 속에 묻혀버렸다.

 

무엇이 스스로를 가둔 그 벽을 허물어버릴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까그 열쇠를 찾아가는 과정이 어쩌면 자신의 삶의 가치를 밝혀가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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