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한강, 문학동네

'채식주의자',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 '바람이 분다, 가라' 까지 지긋이 가슴을 누르는 무게가 점점 더해간다. '희랍어 시간'까지 오는동안 한페이지도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그 무거움 속으로 다시 걷는다.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라의 이야기" 라고 한다. 이 책에서도 지속된 무거움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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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알간 하늘을 꿈꾼다. 

따가운 햇볕, 찌는 더위일지라도 공기 중 습기 날려버릴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라면 이글거리는 태양도 반갑다.

그것이 여름이기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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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을 내었다. 하늘과 땅 사이 이 틈은 뭇 생명들에게 더위와 장맛비로 지친 몸과 마음에 숨쉬는 시간과 공간, 그 틈이라 읽는다.

틈은 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어주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사람의 관계도 이 틈이 있어야 비로소 공존이 가능하다. 물리적ᆞ심리적인 시공간의 틈이 있었기에 그대와 내가 서로 스며들 수 있었다.

오늘과 내일 사이 숨쉬는 틈, 밤이 산 허리를 지나 마을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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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말나리'
붉디붉은 속내를 드러내고서도 당당하게 하늘을 본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부끄러워 더 붉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늘 그렇게 얼굴 붉어지는 것임을 말해주듯. 그 부끄러움 알기에 깊게 갈라진 붉은 꽃잎에 점하나 찍어두었다.


'하늘말나리'는 전국 각지 산과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크게 돌려나는 잎과 어긋나는 잎이 있다.


꽃은 7~8월에 지름 4cm 정도 되는 황적색 꽃이 원줄기 끝과 바로 그 옆의 곁가지 끝에서 1~3송이씩 하늘을 향해 달려 핀다. '말나리'와 다르게 꽃은 하늘을 향하고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 의하면 '나리'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 중에서 '하늘'이 붙은 것은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땅'은 꽃이 땅을 향해 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나리'가 붙은 것은 동그랗게 돌려나는 잎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하늘을 향해 꽃이 피는 돌려나는 잎을 가진 나리가 '하늘말나리'다.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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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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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의 시각으로 본 사랑방정식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을 통해 작가의 이른 시기 작품을 접했다열 네 편의 단편은 '다 다르지만 모두 같음'으로 읽힌다여전히 갈 길이 멀다한강의 단편들을 통해 다소 멍한 머리와 답답한 가슴으로 작가가 맞았던 바람과 맞서보려고 한다날려버릴 수 있을까?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단짝 친구 이정희와 서인주의 이야기다사고 후 칩거그 친구를 곁에서 돌보며 별을 공부한 삼촌과 그림을 그린다삼촌의 죽음혼란스러운 일상을 살아간다그러던 중 어느 겨울 폭설 속 미시령 고개에서 서인주가 돌연한 죽음을 맞는다이정희는 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인주와 외삼촌의 그림과 자료가 남겨진 작업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사진 한 장과 그 뒤에 적힌 암호 같은 메모에 의지해 이정희는 상담소 소장 류인섭의 존재를 알게 된다정희는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하고 서인주의 죽음을 신화화하고자 하는 미술평론가 강석원과 대립하며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찾아 나선다.

 

이정희서인주삼촌의 이야기가 다소 지리멸멸하게 이어지는 듯싶은 중반을 넘어 후반에 이르는 동안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좀처럼 잡아내기 힘들다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주 이야기 등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강석원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사랑했지만 가족으로도 연인으로도 나설 수 없었던 외삼촌의 죽음과 친구의 잠적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이정희는 갑작스런 친구 서인주의 죽음 앞에서 또다시 무력하게 선 채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겪게 된다나직하지만 근기 있는 호흡과 문장으로 미세한 숨결로 생을 이어가는 인물들을 그려간다.

 

미시령 고개에서의 돌연한 인주의 죽음죽기 직전까지 인주가 몰두했던 먹그림그날 새벽 인주가 폭설의 미시령 고개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그리고 인주도 외삼촌도 암묵적으로 발설하지 않았던 인주의 엄마 이동선 어느 것 하나 간단치가 않다서인주를 사랑하지만 늘 언저리에 머물렀던 강석원이 이 복잡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갈 키워드를 쥐고 있다.

 

나는 너를 몰랐다네가 나를 몰랐던 것보다 더하지만어쩌면 너도 나를 모른다고 느낄 때가 있었을까내가 너를 몰랐던 것보다 더.”

삶 쪽으로 바람이 분다가라기어가라기어가라어떻게든지 가라.”

 

각자가 믿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마치 격렬한 투쟁을 치르듯 온몸으로 부딪치고 상처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강석원을 매개로 하여 밝혀진 서인주의 이정희에 대한 사랑과 이정희의 서인주에 대한 사랑이 만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우리는 상대방을 얼마나 알고 있고 그 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를 알지 못하면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두 여자가 나눈 각기 다른 사랑의 변주가 버겁고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삶의 근본문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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