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안 아프다"
"아프구나"
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 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
-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중 '각연사' 편에서

*삼복 더위 중 그 가운데날 중복이다. 그 중복날 아침 햇살이 곱다고 했더니 따가운 햇볕이 구름 사이로 숨는다. 여기에 더하여 비소식이 있으니 중복도 체면 구기게 생겼다.

삼복더위가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나날이다.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하다치더라도, 내가 발딛고 사는 땅에선 그 더위를 식혀줄 사람들의 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번 더 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아프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달이 비켜난 자리 유난히 빛나는 별들의 밤이다. 

내겐 그 빛을 담아낼 재주가 없어 마음에 들인다.

까만밤 반짝이는 별 하나 가슴에 스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계꽃'
복잡하고 화려하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으로 층층이 쌓아 울려 모양을 완성했다. 넓은 잎 가는 꽃술을 두르고 다섯개의 추를 놓아 그 위에 다시 세개를 엇갈려 놓았다.


시간이 쌓여 복잡함으로 채워지는 것처럼 이 꽃도 그렇다. 복잡한 구조로 인해 괜히 이름을 얻은게 아닌 듯하다.


'시계꽃'은 남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키우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덩굴손이 있어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꽃은 7-8월에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달리며 수술은 5개이고 밑이 1개의 기둥 모양처럼 된다. 암술대는 3갈래로 갈라진다.


꽃의 모양이 시계처럼 생긴 데서 시계꽃이라 부른다. '성스러운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피었으므로, 진다 -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이산하 지음, 임재천 외 사진 / 쌤앤파커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직의 세상에서 수평의 세상을 꿈꾼다

철없던 고등학생 시절 시간만나면 시외터미널로 가서 버스에 올랐다그 버스의 종점에 절이 있었다그렇게 만난 절의 경내를 기웃거리고 그 절을 품고 있는 숲을 걷는 것이 좋았다하루나 한나절 그렇게 보낸 시간은 이후 다시 절을 찾을 때까지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시골 촌뜨기가 대도시로 유학을 오고난 후 변화된 일상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갈등을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하루여행이었다사찰은 종교에 국한되지 않은 그 무엇이었으며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온다.

 

미황사운문사관음사불일암수구암은해사각연사원심원사와 석대암길상사산방굴사봉원사부석사진관사해인사정암사법흥사상원사통도사봉정암송광사운주사선운사,화엄사보리암보문사낙산사팽목항법당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고발한 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옥고를 치룬 시인 이산하가 찾았던 사찰 27곳이다시인의 눈시인의 걸음으로 전국의 산사를 돌아보며 '산과 절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이 책 '피었으므로진다(2016. 쌤앤파커스)'는 '적멸보궁 가는 길(이룸, 2002)' 이후 두 번째 산문집이다.시인의 글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재천 등의 사진을 함께 담아 사찰을 품고 있는 산과 가고 오는 길 위에서 만난 풍경을 담았다.

 

시인이 찾은 곳은 3보사찰(통도사해인사송광사), 5대 적멸보궁(통도사상원사법흥사봉정암정암사), 3대 관음성지(낙산사보문사보리암)를 망라한다불교적으로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자 의미 있는 사찰뿐 아니라 마음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그 발걸음이 진도 팽목항법당으로 마무리하고 있음은 수평세상을 꿈꾸는 시인의 마음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인의 눈으로 만난 절은 시인의 특유의 언어로 기록된다. '부사와 형용사가 없는 절-불일암', '그리워할 대상이 없어도 그리움이 사무치는 절-부석사', '가장 슬프고 애틋한 절-운주사와 같은 묘사는 이산하 시인만의 독특한 시선이리라.

 

"아프냐?"

"안 아프다"

"아프구나"

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본문 각연사 중에서)

 

시인은 수직의 세상에서 수평의 세상 꿈꾼다수평의 세상을 꿈꾸기에 사찰이 품고 있는 예불소리범종소리풍경소리그리고 바람소리새소리 어느 것 하나 수직의 세상으로 줄세우려 하지 않는다그 속에서 더불어 살고 함께 나누는 삶이 있다.

 

여름 휴가철이 책을 손에 들고 사찰의 도량을 기웃대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보다 반가운 사람은 없을 듯하다누구를 만나든 수평세상에서 이미 벗이리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세기컴맹 2016-07-3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표를 많이 찍고 봐야한다, 는 생각을 했는데 습도와 열대야에 사라졌던 책을 찾았습니다.
뭤이중한다, 이후 아무것도 중하지않은 세상에 돌입한듯 하네요

무진無盡 2016-07-31 20:33   좋아요 0 | URL
참 좋은 글을 만났습니다.
 

'다정도 하여라'
하늘을 나는 새도 나무 그늘을 찾아 쉬는 여름날이다. 이 폭염에도 굴하지 않고 곁에서 서로의 어께를 기대었구나. 마음이 이끄는 길이라 몸은 거부하지 못하는 것을 안다는 듯 그렇게 다정도 하구나.

그래도 더위는 어쩌지 못하는 일이라서 나무 둥치 그늘에 숨어들었지만 여전히 그 곁에 머물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여름은 오늘처럼 더워야 제 몫을 다하는 것이다. 물러질 것은 물러지고 여물 것은 여물게 하는 여름이 있어 가을의 풍성함이 있다.

그 가을의 열매를 탐하는 것이야 좋다지만, 몸이 거부하는 여름날은 버겁기만 하다. 

버섯의 연인에게 하루를 건너갈 단비라도 내렸으면ᆢ.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