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에 봄눈春雪이 왔다.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개구리야 진즉 나왔으니 잘 적응했을 테고 새로 나온 싹들이 놀라 움츠려들겠다.

봄이 봄 같지 않은 것은 계절 탓이 아니다. 움츠러든 마음이 미처 봄을 안지 못하기에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두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 넓어진 거리만큼 자연을 들이면 어떨까 싶다. 춘설春雪로 위로를 건네는 자연의 너그러움이 고맙다.

'봄눈 녹듯하다'는 말처럼 지금 온나라를 휩쓸고 있는 근심 걱정이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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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추위도 무릅쓰고 화려하게 봄소식을 전해주는 변산바람꽃의 위용에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 봄바람 살랑이듯 다른 꽃이 피었다. 이 꽃을 처음으로 만났던 곳을 찾았다. 그때보다 제법 더 큰 무리를 지어 피고 있다.


생긴 모양만큼이나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다. 나만 바람꽃인 줄 알았더니 너도바람꽃이란다. 다른 바람꽃들의 단정함에 비해 너도바람꽃은 자유분방하다. 꽃 모양도 자라는 모습도 모두 제각각이라 어디에 눈맞춤할지 난감하다.


삐뚤빼뚤 자연스런 하얀색의 꽃받침과 꽃잎은 2개로 갈라진 노란색 꿀샘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술이 많은데, 바로 이 부분이 너도바람꽃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복수초, 변산바람꽃은 겨울 영역에 속한다면 너도바람꽃이 피면 비로소 봄이라고 하여 절기를 구분해주는 꽃이라고 해서 ‘절분초’라고도 한다.


얼어붙었던 물이 녹아 흘러내리는 소리의 리듬에 따라 춤이라도 추는듯 살랑거리는 계곡에서 만난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이 녹아 풀어지듯 닫힌 마음이 열리기를 염원하는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았을까.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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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봄인지 겨울인지 애매한 날씨가 밤낮으로 교차한다. 이른 아침 알싸함이 한낮 볕에 겉옷을 벗는다. 날이 아까워 정전 가위를 들었다. 물오르기 전 가지를 잘라주어 본 나무가 더 튼실하게 자라고 알찬 결실도 바라는 마음이다. 잘려진 가지가 아까워 모월당慕月堂으로 들였다. 봄 향기를 따라 이제 뜰에 매화 피는 날을 기다린다.

매화, 들어와 향기와 함께 봄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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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3-0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매화 한 가지끝에 봄이 묻어 옵니다.
사진에 홀려 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변산바람꽃 2
일찍 피어 가슴에 꽃마음을 불러오는 꽃이다. 화려한 꽃술과 꽃잎 이를 받쳐주는 꽃받침잎이 서로 어울려 화사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추운데 꽃이 어딧어? 라는 지청구를 듣는 것 치고는 이렇게 이쁜 꽃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때론 분에 넘치는 순간을 마주한다.


꽃 피어 사람을 부르는데 마침 귀한 눈까지 내려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먼길을 나섰지만 거리와는 상관없다는듯 산에 쌓인 눈의 양에 주목하면서 도착한 곳엔 기다리던 모습 그대로 눈 속에 꽃이 피어있다.


변산바람꽃, 
눈 속에서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기꺼이 반겨준다. 올해는 복 받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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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하고 또한 술을 좋아한다. 다만 땅이 궁벽하고 해가 흉년이어서 빌리고 사려해도 취할 곳이 없다. 한창 무르익은 봄볕이 사람을 훈훈하게 하니, 다만 빈 바라지 앞에서 저절로 취하게 되는 듯하다. 마침 내가 술 한 단지를 받은 것과 같이 시여취詩餘醉 일부를 빌릴 수 있게 되었다. 이상하다! 먹墨은 누룩이 아니고, 책에는 술그릇이 담겨 있지 않은데 글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겠는가? 장차 단지를 덮게 되고 말 것이 아닌가! 그런데 글을 읽고 또 다시 읽어, 읽기를 3일 동안 오래했더니, 꽃이 눈에서 생겨나고 향기가 입에서 풍겨 나와, 위장 속에 있는 비릿한 피를 맑게하고 마음 속의 쌓인 때를 씻어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들어가게 한다.

아! 이처럼 취하는 즐거움은 마땅히 문장에 깃들어야 할 것이다. 무릇 사람이 취하는 것은 취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요. 굳이 술을 마신 다음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붉고 푸른 것이 휘황찬란하면 눈이 꽃과 버들에 취할 것이요, 분과 먹대로 흥겹게 노닐면 마음이 혹 요염한 여자에게 취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이 달게 취하여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것이 어찌 술 일석과 오두보다 못하겠는가? 읽어서 그 묘처를 능히 터득하는 것은 그 맛의 깊음을 사랑하는 것이요. 읊조리고 영탄하며 차마 그만 두지 못하는 것은, 취하여 머리를 적시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때떄로 혹 운자를 따서 그 곡조에 따르는 것은 취함이 극에 달해 게워내는 것이고, 깨끗하게 잘 베껴서 상자에 담아두는 것은 장차 도연명의 수수밭을 삼으려는 것과 같다. 나는 모르겠노라. 이것이 글인가? 술인가? 지금 세상에 또한 누가 능히 알겠는가? 

*이옥(李鈺, 1760~1812)의 글 묵취향서墨醉香序이다. 명나라 반유룡이 편찬했다는 사선집詞選集을 읽고 난 후에 붙인 서문이라고 한다. 이옥의 독서론과 문장론에 대해 채운의 책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다'의 '취하고 토하라'는 쳅터에 담긴 글이다.

몇 번이고 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글 맛에 이끌려 머물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취한다는 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곱씹어 보기 위함이다. 책을 손에서 놓지는 않지만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고 술은 취하지 못하고, 겨우 꽃에 취해 몇해를 건너왔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취하고 토한다'는 말의 의미를 짐작케는 하니 귀한 경험으로 여긴다.

그동안 책에 취하였고 요사이 꽃을 핑개로 사람에 취하고 있으니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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