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단단함
-오길영, 소명출판

아름답고도 단단한 삶, 그것을 위해 사람과 세상을 담은 세상, 책, 영화를 들여다 본다. 이를 보는 관문에 지성적 사유라는 키워드를 통해 깊은 사유의 결과물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내 놓고 있다. 그저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문학평론가 오길영의 첫 책이다.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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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벗은 그 덕을 벗한다. 뜻을 함께 하는 이가 벗이요, 도를 함께 하는 이가 벗이다. 곧으면 벗하고 믿음직하면 벗하며, 들은 것이 많으면 벗하고 자기보다 나으면 벗한다. 한 고을을 벗하되 부족하면 한 나라로 가고, 한 나라로 가서 부족하면 천하로 간다. 천하로 가서 부족하면 이에 천고의 역사를 거슬러 가서 벗을 삼는 상우천고尙友千古에 이르게 된다. 군자가 벗을 취함은 그 방도가 넓다 하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되지 않는다. 여러 품종의 화훼 중에서 한 가지 덕이라도 취할 만한 것이 있어 받아들일 만하면 옛시인과 묵객들은 또한 그 향기를 맡고 그 맛과 냄새를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굴원의 난초와 왕휘지의 대나무, 도연명의 국화, 임포의 매화가 모두 이러한 식물이다. 마음에 통하고 뜻에 들어맞았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절친하고, 끈끈한 정이 있어 의기투합하는 이상이었다. 정신이 융화되며 정기가 서로 통하여 사람이 식물이 되고 식물이 사람이 되며, 저것이 내가 아니고 내가 저것이 아니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여 절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유계 김수증 깨끗한 벗의 집 정우정의 기문이다. 연못을 파고 연꽃을 가득 심은 다음 그 곁에 정우당을 세운 일을 두고 식물을 벗으로 삼는 이유를 설명한 글이다.

현실에서 마음에 드는 벗을 만나지 못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 책 속에서 벗을 찾고 여기에서도 찾지 못하면 자연을 벗으로 삼는다. 식물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식물이 될 정도로 절친한 벗이 될 수 있다고 했으니 꽃에 미친듯 보이는 것도 다 이해가 된다.

봄을 부르는 풀꽃들이 만발하다. 봄이 무르익으면 나무꽃들이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나들이도 늘고 이를보는 다른 이들의 불편한 시선도 늘어난다. 꽃도 몸살이고 사람도 함께 몸살이다.

혹, 꽃을 찾아 산과 들로 다니는 이들의 속내가 옛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자기합리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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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흔하게 볼 수 있어 정을 쌓아갔던 것들이 사라져간다. 때 되면 피고지며 사람들 이웃에서 함께 있던 그때를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으로 바뀌어 간다. 누구 탓할 것도 없이 나와 우리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이곳 저곳 발품팔며 꽃보러 다니는 몇년 사이에 못 보다가 먼길 나선 낯선 곳에서 무리를 만났다. 사람 손 타지 말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매년 볼 수 있길 기원한다.


볕을 좋아해 양지바른 곳, 무덤가에 흔하게 볼 수 있던 할미꽃이다. 보송보송한 털로 감싸고 빠알간 꽃을 피운 할미꽃을 보노라면 누구에게나 그렇듯 할미꽃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내게 유별나게 더 친근했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미꽃을 얻어다 뜰에 심었다. 꽃을 나눠준 이의 마음까지 더하여져 그런지 올해는 제법 풍성하게 자라 꽃을 보여준다.


손녀를 찾아가다 쓰러져 죽은다음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처럼 꽃대가 구부러진 꽃으로 피었다는 전설처럼 '슬픔', '추억'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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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귓속말
-이만근 저, 나비클럽

손에 들고 펼쳐보는 페이지 마다 틈으로 스며드는 봄바람의 설렘이 있다. 틈과 여백이 주는 여유와 넉넉함이 계절의 깊고 넓은 품을 유영하는 볕의 리듬을 닮았다. 

세상과 지신을 돌아보는 저자의 섬세한 마음에 편집자의 온기 가득한 배려가 만나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볼 기회를 펼쳐 놓았다.

책 속으로 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사이 봄이 여물어 가겠다.

#지금_내_손에_책
#이만근 #풍경의귓속말 #나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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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바람의 지문

먼저 와 서성이던 바람이 책장을 넘긴다
그 사이
늦게 도착한 바람이 때를 놓치고, 책은 덮인다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
덮여진 책장의 일이란
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
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당신의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 어떤 지문은 기억의 나이테
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바람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겠다
어느 날 책장을 넘기던 당신의 손길과
허공에 이는 바람의 습기가 만나 새겨졌을 지문

그때의 바람은 어디에 있나
생의 무늬를 남기지 않은 채
이제는 없는 당신이라는 바람의 행방을 묻는다
지문에 새겨진
그 바람의 뜻을 읽어낼 수 있을 때
그때가 멀리 있을까
멀리 와 있을까

*이은규의 시 '바람의 지문'이다. 꽃으로 대표되는 봄은 바람과도 때어놓을 수 없다. 봄 햇살의 리듬에 따라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실려오는 것이 어디 꽃향기 뿐이랴. 아련한 추억 속 그 장면을 비롯하여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꿈도 불러온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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