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복초'
가까이 있다고는 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된다. 보고 싶어도 기회를 놓치거나 기호에도 호불호가 있기 때문이다. 꽃 보자고 먼 길 나선 길이지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꽃을 만났다.


작은 개체가 초록의 잎에 초록의 꽃을 피우니 눈에 보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꽃은 눈에 잘 띄게 마련이다. 벌 나비가 찾아와 수정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꽃은 그것과는 상관없다는 것처럼 주변과 구별이 안될 정도로 숨은듯 피었다.


황록색으로 핀 꽃을 들여다보면 놀랍다. 줄기 끝에 3~5개 정도가 뭉쳐서 피는 꽃이 마치 하나의 꽃으로 보인다. 작기도 하지만 오밀조밀한 생김새도 볼만하다.


연복초, 특이한 이름이다. 복수초를 찾다가 함께 발견되어, 복수초가 피고 진 후에 연이어서 꽃이 핀다고 해서 연복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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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물찰리觀物察理 : 사물을 보아 이치를 살핀다
공주에서 나는 밀초는 뛰어난 품질로 유명했다. 정결하고 투명해서 사람들이 보배로운 구슬처럼 아꼈다. 홍길주(洪吉周; 1786~1841)가 그 공주 밀초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불빛이 영 어두워 평소 알던 품질이 아니었다. 살펴보니 다른 것은 다 훌륭했는데, 심지가 거칠어서 불빛이 어둡고 흐렸던 거였다. 그는 『수여연필睡餘演筆』에서 이 일을 적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마음이 거친 사람은 비록 좋은 재료와 도구를 지녔다 해도 사물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다.

밀초의 질 좋은 재료는 그 사람의 집안이나 배경이라면, 심지는 마음에 견준다. 아무리 똑똑하고 배경 좋고 능력이 있어도, 심지가 제대로 박혀 있지 않으면 밝은 빛을 못 낸다. 겉만 번드르한 헛똑똑이들이다.

사물 속에 무궁한 이치가 담겨 있다. 듣고도 못 듣고, 보고도 못 보는 뜻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옛 사람들은 관물觀物이라고 했다. 사물에 깃든 이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은 찰리察理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고, 마음을 넘어 이치로 읽을 것을 주문했다.

*책 '일침一針'에서 정민 선생님이 '관물찰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다. 지난 일요일 하동 화계골 나들이에서 만난 나무를 다루는 한 사람의 모습에서 겹쳐지는 이미지가 있어 찾아보았다.

'나무산조'라는 문패에 담은 뜻이 무엇인지 묻지 못했다. 무엇이든 제 나름대로 해석하기를 즐기는 나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충분한 단어였다. 나무 조각 하나라도 헛투로 다루지 않은 이의 마음 속을 짐작해보는 즐거움이다. 나무에서 형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깎아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작품으로 가득한 방에서 내려준 커피가 피워올라가는 향의 푸른 빛과 닮았다.

'나무산조' 이곳을 들고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밝은 기운을 전하고자 등을 걸어둔 주인의 마음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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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귓속말
이만근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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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남긴 풍경 속으로 

봄볕엔 특유의 리듬이 있다매서운 겨울의 눈보라를 이겨낸 여유로움과 펼쳐질 앞날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펴는 계절의 속내가 아지랑이의 그것과 닮았다스멀거리듯 피어나는 자잘한 리듬은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가라앉은 마음을 깨워 바람결에 실려 오는 온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여유로움이 있다.

 

봄볕의 그 리듬과 꼭 닮은 문장을 만난다펼쳐보는 페이지 마다 틈으로 스며드는 봄바람의 설렘이 있고틈과 여백이 주는 여유와 넉넉함이 리듬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닮았다길지 않은 문장을 무리 없이 건너기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저자가 꺼내놓은 속내가 가볍지 않지만 봄날 나들이 하듯 다소 느긋한 발걸음으로 함께 걷기에도 좋다.

 

이만근의 책, ‘풍경의 귓속말이다풍경은 나를 배재하고는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이다언 듯 나와는 상관없이 보이는 것처럼 인식될 수도 있지만 어떤 정경이나 상황이든 산이나 들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이든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풍경이 된다그 속에서 듣게 되는 귓속말은 봄날 아지랑이가 전하는 온기와 닮았다.

 

"사람도물건도옷도마음도말도소설이나 시를 짓기에는 성격상 민망해서최소한의 문장만 남겨진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다애초에 무엇이 되기 위해 꿈꾸지 않았던 기질이 빚은 문장은 그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를 둘러싼 풍경에서 나와 비슷한 또는 나와 다를 무엇인가를 하나씩 들어내다 보니 남은 결정체가 최소한의 문장으로 남아 민낯의 나와 마주하는 순간을 만난다면 이와 같을지도 모르겠다짫은 문장 하나에 넘어져 일어나기까지 봄이 가진 시간을 다 써야할지라도 기꺼이 그 안에 머물고 싶은 것은 계절에서 풍경으로 바뀐’ 이만근의 귓속말이 품고 있는 온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걸려 넘어지지 않고 세상과 자신을 돌아보는 저자 이만근의 섬세한 마음에 온기 가득한 편집자의 배려가 만나 따뜻한 책으로 태어났다익숙해져버려서 더 이상 온기를 전해주지 못하는 풍경을 새롭고 낯설게 볼 기회를 펼쳐 놓았다책 속에서 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사이 봄이 여물어 가겠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들 어떤가누구나 세월이 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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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놓치다, 봄날

저만치 나비 난다
귓바퀴에 봄을 환기시키는 운율로

흰 날개에
왜 기생나비라는 이름이 주어졌을까
색기(色氣) 없는 나비는 살아서 죽은 나비
모든 색을 날려 보낸 날개가 푸르게 희다
잡힐 듯 잡힐 듯, 읽히지 않는 나비의 문장 위로
먼 곳의 네 전언이 거기 그렇게 일렁인다
앵초꽃이 앵초앵초 배후로 환하다
바람이 수놓은 습기에
흰 피가 흐르는 나비 날개가 젖는다
젖은 날개의 수면에 햇살처럼 비치는 네 얼굴
살아서 죽은 날들이 잠시 잊힌다

봄날 나비를 쫓는 일이란
내 기다림의 일처럼 네가 닿는 순간 꿈이다
꿈보다 좋은 생시가 기억으로 남는 순간
그 시간은 살아서 죽은 나날들
바람이 앵초 꽃잎에 앉아
찰랑, 허공을 깨뜨린다
기록되지 않을 나비의 문장에 오래 귀 기울인다
꼭 한 뼘씩 손을 벗어나는 나비처럼
꼭 한 뼘이 모자라 닿지 못하는 곳에 네가 있다

어느 날 저 나비가
허공 무덤으로 스밀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봄날, 기다리는 안부는 언제나 멀다

*이은규의 시 '놓치다, 봄날'이다. 아지랑이 가물거리듯 봄날이 품고 있는 희망은 "꼭 한 뼘씩 손을 벗어나는 나비처럼/꼭 한 뼘이 모자라 닿지 못하는 곳에 네가 있다" 오늘 그 희망을 내 손으로 잡는 날이기에 언제나 멀리 있는 안부를 묻는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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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별꽃'
하늘의 별에 닿고 싶은 마음이 땅에 꽃으로 피었다. 꽃을 보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별을 닮은 꽃들은 대부분 땅에 바짝 붙어 있어 눈맟추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허리를 굽히게 만들지만 기꺼이 그 수고로움을 받아들일만하게 아름답다.


그늘진 숲의 나무 아래나 계곡 주변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이 별모양이고 다른 개별꽃들에 비해 잎이 크기 때문에 ‘큰개별꽃’이라 한다. 꽃은 4-5월에 피며, 줄기 끝에 항상 1개씩 달리고 흰색이다. 꽃자루에 털이 없으며, 꽃받침잎과 꽃잎은 5-8장이다. 수술은 10개, 암술대는 2-3개다.


별꽃, 개별꽃, 큰개별꽃, 숲개별꽃 등 비슷비슷한 이름의 꽃들이 많다. 꽃잎의 크기와 숫자, 모양 등으로 구분한다지만 많은 종류들을 만나다 보면 이것도 쉬운게 아니다.


별을 향한 사람의 마음이 담겨 '은하수'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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