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다. 길고 짧은 매 순간마다 틈으로 교감하는 일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생명이 빛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연다. 말하지 않고도 모든걸 말해주는 힘이다. 

순하디 순한 이 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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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바람꽃'

한해를 기다려야 볼 수 있다. 그것도 멀리 있기에 본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해는 겨우 꽃봉우리 하나 보는 것으로 첫대면운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핀 꽃에 무리까지 볼 수 있어 행운이라 여긴다.


바람꽃 종류인데 꽃대가 하나라서 홀아비바람꽃이라고 했단다. 홀애비바람꽃, 호래비바람꽃, 좀바람꽃, 홀바람꽃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조선은련화라는 근사한 이름도 있다.


남쪽에 피는 남바람꽃과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꽃잎 뒤에 붉은색이 없어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다. 죽령 옛길을 걸으며 눈맞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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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바라봅니다. 그냥 바라보면 아름다운 꽃만 보이지만 혼을 담아 바라보면 아름다운 꽃망울에 맺힌 비바람과 눈보라가 보입니다.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냥 바라보면 울고 웃는 표정만 보이지만 혼을 담아 바라보면 눈물 속에 기쁨이, 웃음 속에 슬픔이 녹아 있는 그 사람 내면의 표정이 보입니다.
하루하루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조차 모르고 삽니다.

*'혼이 담긴 시선으로'(고도원, 해냄, 2015) 머리말에 나오는 문장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글이다.

'내가 묻고 나에게 답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집중해서 꽃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 더 자주 있는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시차를 두고 관찰하는 일이 대상과의 친밀도를 높여가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쌓여가는 동안 농축되었던 마음이 꽃으로 피는 날이 오면 정성껏 기다렸던 마음에도 향기가 가득할 것이다.

꽃을 자세히 보는 이유는 가슴에 담아둔 사람을 그렇게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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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귀가 부끄러워

그늘진 쪽으로 몸이 기운다
모든 사랑은 편애

제철 맞은 꽃들이
분홍과 분홍 너머를 다투는 봄날
사랑에도 제철이 있다는데
북향의 방 사시사철 그늘이 깃들까 머물까
귀가 부끄러워, 방이 운다 웅-웅
얼어붙은 바닷속 목소리

철도 없이 거처를 옮겨온 손이 말한다
혼자 짐 꾸리는 것도 요령
노래나 기도문처럼 저절로 익혀지는 것
점점 물음표를 닮아가는 등
끝은 언제쯤일까 의문문은
봄이 가기 전 완성되어야 한다

내내 겨울인 북극 떠올리기
사람이라는 뜻의 이누이트에게 물을까 배울까
화를 다스리는 요법에 대해 알려줄게
얼음 평원을 향해 걷는다 한다
걷고 걷다보면 해질녘 극점
발이 멈춰 온 길을 되돌아온다 한다
뉘우침과 용서와 화해의 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도
나는 뉘우치지 않겠습니다
나는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화해하지 않겠습니다
사시사철 환한 그늘이 한창일 북향의 방
얼어붙은 바다를 부술 것, 목소리를 꺼낼 것
끝은 어디쯤일까 봄이 오기 전
의문문은 완성되어야 한다

도처에 꽃말과 뉘우침과 용서와 화해들
귀가 부끄러워, 결별하기 좋은 봄의 시국

*이은규의 시 '귀가 부끄러워'다. 마음이 기우는 동안 그늘과 편애는 같은 감정 안에 머문다. 성급하게 달려온 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부끄럽지 않을 귀를 위해 이 봄에 무엇을 보아야할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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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미풀'
먼 길을 기꺼이 나선 이유 중 하나가 이 꽃을 보고자 함이다. 보고픈 꽃은 멀리 있다는 것은 붙잡힌 몸 보다는 게으른 마음 탓은 아니었을까.


지난해 한번 보았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막 깨어나고 있는 꽃과의 눈맞춤이라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었다. 어린 꽃이 주는 청초함에 빠지는 동안 환영이라도 하듯이 싸락눈도 내렸다.


우리 나라 특산식물로 지리산 자락 운봉의 모데미에서 발견되어 모데미풀이라고 한다. 가을에 물매화가 있다면 봄에는 단연코 이 모데미풀이라고 할 만큼 눈부신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가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꽃을 본 그 첫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내게 소백산은 이 모데미풀로 기억될 것이다. 이 꽃을 봤으니 봄 꽃은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나보니 비로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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