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리듬을 붙잡기 위해서는 먼저 그 리듬에 붙잡혀야 한다. 그 리듬의 지속에 고스란히 몸을 내맡기고 되는 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
-앙리 르페브르의 '리듬분석'에서

'멋'은 어떤 대상을 접했을 때 우리의 감정이 대상으로 이입되어, 그 대상과 더불어 움직이는 미적인 리듬이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멋'은 아름다움과는 별개의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그것과 일체화해 움직이는 마음의 리듬이 생기지 않으면 멋있다고 할 수는 없다.
-황병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중에서

리듬은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개인의 감정도 이 리듬에 의지한다. 자신만의 리듬이 있어야 세상을 이루는 각각의 리듬과 어울릴 수 있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리듬으로 제 삶을 가꾸는 사람들이 '멋'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여, 제 각각이면서도 이 멋이 통하는 사람 관계는 억지를 부리지 않고 무리수가 생기지 않아 오랫동안 깊어지고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향기와도 같다.

중심은 곧고 이와더불어 균형을 이룬 잎이 서로 어울어진 달래의 모습에서 리듬을 읽는다. 남도소리의 시나위와 예인광대들의 음악인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산조散調의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봄의 볕과 바람이 전하는 특유의 리듬에 주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멋에서 베어나와 자연스럽게 번지는 향기에 이끌려 이 봄 그대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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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참스승

꽃 이름만
배우지 마라

꽃 그림자만
뒤쫓지 마라

꽃이 부르는
나비의 긴 입술

꽃의 갈래를 열어
천지(天地)를 분별하라

몸으로
보여주는 이

*목필균의 시 '참 스승'이다. 보이는 것이 겉모습 뿐일때 관계는 지속가능성을 잃는다. 지위나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그림자만을 보지 말아야할 이유다. 꽃을 보니 세상에 스승 아닌 것이 없더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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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붓꽃'
노랑색이 전하는 특별함이 있다. 언제부턴가 유독 눈에 띄는 색의 온도가 달리 다가오게 만드는 현실이 사람들 가슴에 먹먹함으로 자리 잡는다. 지극히 낮은 곳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그 간절함을 모아 노랑꽃을 본다. 삼각으로 하늘을 이고 선 모습에서 균형잡힌 세상을 꿈꿔본다.


한국 특산종으로 주로 중부 이남의 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반그늘 혹은 양지에 주로 자라며 뿌리가 옆으로 퍼지면서 자란다.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비교적 이른 봄에 피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봄소식을 전하는 것으로부터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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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공상균, 나비클럽

오매불망, 어쩌면 꿈 속에서나 가능할지도 모를 내 첫 책이 나오는 것처럼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공상균,
형제봉 아래 그 뜰에 달 뜨거든 달 보러간다고 했던 것이 먼저인지, 꽃 보러 노고단을 걷고 있는 사람을 불러내린 일이 먼저인지 애써 따질 필요도 없다. 그렇게 만나 연애하듯 설레임을 알가가던 향기로운 사람이 불쑥 내밀었던 글을 통해 이미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오늘이 이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파는 점빵, 토담농가, 달빛강정, 달빛쑥차로 이미 익숙한 저자 공상균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글과 일상이 일맥상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특별하고도 커다란 행운이다. 며칠 후면 내 손에 닿을 이 책을 눈 빠지게 기다린다.

기다림의 가치가 충분한 책이 예약판매 중이다.

#바람이수를놓는마당에시를걸었다
#공상균
#나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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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소백산록新遊小白山錄 2'
이튿날, 소백산 아래서 서두를 것 없는 아침이라 느긋하게 일어나도 눈치볼 사람도 시간에 쫒기는 부담도 없다. 어제밤 막걸리 두병도 못 비우는 거한 만찬으로 아직도 꺼지지 않은 배를 다독이면서도 산행을 위해 국물이 끝내주는 간편식으로 아침을 떼우고 죽령에 올랐다. 널널한 시간으로 여유롭게 거닐며 어제봤던 처녀치마와 눈맞춤 한다. 그사이 도착한 꽃친구들을 만나 유난히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소백산의 품에 들었다.

천문대 원형지붕 아래 서북사면에 보이는 눈속의 처녀치마는 부끄러운듯 살포시 얼굴만 내밀고 있다. 그러거나말거나 눈맞춤하러온 이들은 아랑곳없이 얼굴을 들이대며 보랏빛 웃음을 나눈다. 

처녀치마의 보랏빛 연서보다 더 큰 끌림은 다른 곳에 있다. 언땅을 뚫고 막 깨어나고 있는 모데미풀의 청초함에 저절로 숨은 멈춰지고 눈만 초롱초롱 반짝인다. 여기저기 터지는 감탄사에 눈을 뜬 모데미들의 놀란 표정이 귀여운지 마침 하늘에선 싸락눈이 내려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에도 여기까지 왔으니 연화봉은 올라야겠기에 식당으로 향하는 일행을 뒤로하고 베낭도 카메라도 두고서 내달려 다녀왔다. 높은 산을 오르는 이유를 확인하고서야 느긋해지는 발걸음이다.

꽃구경도 식후경이라고 맛있기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소백산천문대 식당의 육개장에 산나물, 동해바다에서 올라온 문어묵은지찜이 어우러져 밥통의 밥은 이내 동이나고 말았다.

밤에는 하늘의 별로 낮에는 땅의 별로 별세를 받아 살림을 꾸리는 천문대장의 숨겨놓은 곳이 따로 있었다. 길에서 내려다본 숲에 노랑빛이 환하다. 야생에서 처음 봤던 그 모습대로 복수초가 불을 밝혔다. 이미 씨방을 맺은 남쪽의 개복수초와는 달리 그냥 복수초다. 이에 질세라 작디작은 선괭이눈도 무리지어 노랑빛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중이다. 노랑꽃술이 매력적이던 너도바람꽃은 소백의 흰빛을 닮고 싶었는지 꽃술도 햐얗다. 길가에 호랑버들과 다람쥐꼬리의 배웅으로 꽃놀이는 끝났다.

볼 꽃은 봤다는 안도감이 있었을까. 걸어서 내려가는 발걸음이 유독 가볍다. 꽃쟁이들은 안다. 방심은 금물이라고 언제 어디서 불쑥 눈맞춤하자고 나설지 모르는 꽃들이 있기에 눈길은 해찰을 부리기 마련이다. 

원래 소백산맥 중에는 '희다' '높다' '거룩하다' 는 뜻에서 유래된 백산(白山)이 여러개 있는데. 그중 작은 백산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소백산이라고 한다. 그 소백의 품에 들었으니 가슴 속 넘치는 기운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높고 거룩한 뜻이라도 일상의 소소한 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극히 낮고 깊어서 하늘이라도 품을 것만 같은 꽃쟁이들의 눈높이는 백산의 그 뜻과 결코 어긋나지 않는다. 이제는 반백으로 여물어가는 늘그막(?)에 벗들을 얻어 산에 드니 별 생각 없이 꽃보며 살아온 세월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조선 사람 성여신(1546~1632)의 글로 소백산 유람에 피치못할 사정으로 오지 못한 벗, 짠물 건너에 사는 조은鳥隱 샘의 허전한 마음에 위로를 전한다.

"나는 알지 못하겠다.
공자께서 태산과 동산에 오르셨을 때와 
정자가 남여로 3일 동안 유람했을 때와 
주자가 눈 내리는 남악을 유람했을 때도
오늘 나만큼 활달했을까?"

*사진(모데미풀)은 밤낮으로 별세 받는 천문대장 성삼여 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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