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난초'
겨울을 지나면서 이른 봄꽃들에 환호하던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길 무렵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꽃들이 난초 종류다. 춘란이라 부르는 보춘화로부터 시작되며 은난초, 은대난초, 금난초, 새우난초, 감자난초, 나도제비란, 닭의난초, 병아리난초 등으로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그중에 하나인 은난초다. 은빛 꽃이 피는 난초라는 의미로 은난초라고 부른다. 숲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때 녹색의 잎에 흰색의 꽃이 피니 눈여겨 보지 않으면 만나기 쉽지 않은 식물이다. 작은 키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 난초를 찾는 이유는 수수함에 있다.


송광사 불일암 숲길을 돌아 내려오는 계곡 키큰 나무들 사이에서 기울어가는 빛을 받고 있는 꽃을 만났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동안 눈맞춤을 하고 이었지만 사찰을 찾은 수많은 사람 중 궁금하하는 이 하나를 만나지 못했다. 누리는 것은 온전히 내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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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내 이름을 불러줄 때
텅 빈 산비탈에 서서
반가움에 손 흔드는 억새이고 싶다

훌훌 벗어 던진 허울
바람 속 가르는 빛살
맨몸으로 맞을 기다림

내 이름을 불러 줄 때
이름 앞에 늘어선 수많은 수식어를
다 잘라내고 싶다

이름만으로도 반가울 기억을 위해
맨몸으로 하얗게 부서지고 싶다

*목필균의 시 '내 이름을 불러 줄 때'이다. 그냥이 좋다. 이름 하나로 굳이 다른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이해되는 관계라면 무엇을 더하거나 뺄까. 오롯히 나 또는 그로 서고 싶은 마음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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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을 내다'
들숨과 날숨의 통로를 여는 일이다. 풍경을 울려 그리운 이의 소식을 전하려고 오는 바람의 길이고, 대지의 목마름을 해갈할 물방울이 스며들 물의 길이다. 그곳으로만 직진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가고 오는 교감의 길이며, 공감을 이뤄 정이 쌓일 여지를 마련하는 일이다.

내다 보는 여유와 들여다 볼 수 있는 배려가 공존하고, 누구나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지만, 마음을 내어준 이에게만 허락된 정情의 자리이기도 한?.

내게 있어 그 창窓은 산과 들에 피는 꽃이고 힘겹게 오르는 산이며 자르고 켜는 나무고 마음을 드러내는 도구인 카메라며 내 안의 리듬을 찾는 피리다. 있으나 있는지 모르다 초사흘 저녁과 그믐날 새벽이면 어김 없이 찾게 되는 달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사숙하는 이름 만나게 해준 책이다. 무엇보다 미소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바로 너다.

내 마음에 구멍을 뚫어 '그 중심에 그대가 들어앉을 터전을 만드는 일, 창窓을 내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 창窓에 금강애기나리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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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가 있고 없는 것은 내게 달렸으며, 그 재주를 쓰고 쓰지 않는 것은 남에게 달렸다. 나는 내게 달린 것을 할 뿐이다. 어찌 남에게 달린 것 때문에 궁하고 통하며 기뻐하고 슬퍼하다가 내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을 그만둘 수 있으랴"

*조선 후기를 살았던 위항시인 홍세태(1653~1725)의 글이다. 한시에 대한 재능을 널리 인정을 받았고, 위항문학委巷文學의 발달에도 중요한 구실을 하였으며 '해동유주 海東遺珠'라는 위항시선집을 간행하였다.

꽃봉우리를 내밀고 때를 준비하는 노랑꽃창포의 모습이다. 거꾸로 잡고 긴 기다림의 속내를 풀어내기에 맞춤한 모양이 타고난 재주를 갈고닦은 결과라 여긴다. 여기에 무엇을 더하랴.

여름으로 치닫는 물가는 제게 달린 것을 묵묵히 하는 생명들의 숨터다. 늦거나 빠르거나의 기준은 이를 보는 사람의 마음작용일 뿐 자연은 때를 놓치지 않고 제 일을 한다. 조급함에 갇힌 마음을 다독이니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비로소 보인다.

"어찌 남에게 달린 것 때문에 궁하고 통하며 기뻐하고 슬퍼하다가 내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을 그만둘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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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꽃으아리'
꽃을 보는 해가 거듭될 수록 다음 해에는 꽃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어느때 어디에 무슨 꽃이 피는지를 짐작하고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가 쌓이면 꽤 근사하고 유용한 자신만의 꽃지도가 만들어진다.


출퇴근하는 도로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차를 멈추어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피고지는 무리들이 한가득이다. 눈여겨보는 사람이 또 있는지 발길 흔적도 있다.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고 눈맞춤 한다는 것은 늘 반가운 일이다.


여린 꽃받침잎이 쉽게 손상되는지 온전하게 피어있는게 드물 정도다. 애써 피운 꽃이 쉽게 상처를 입는 것이 안따깝기도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만 한다. 내가 범인이라는듯 꽃술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곤충을 한동안 바라다보았다.


우리나라 각지의 햇볕이 잘 드는 숲 안, 숲 가장자리, 길가에 자라는 낙엽지는 덩굴 나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으아리속 식물 가운데 가장 큰 꽃을 피운다.


개미머리라고도 하는 큰꽃으아리는 품위 있는 모습에서 연상되듯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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