煮茗香 자명향
呼兒響落松蘿霧 호아향락송나무
煮茗香傳石徑風 자명향전석경풍
아이 부르는 소리는 송나를 스치는 안개 속에 들려오고
차 달이는 향기는 돌길의 바람을 타고 전해오네.

*진각국사가 스승인 보조국사가 있는 억보산 백운암을 찾아 갔을 때, 산 아래에서 스승의 목소리를 듣고 읊은 시라고 한다.

송나松蘿를 쓴 스님의 모습에는 이미 차향 가득할테니 들고나는 모든 소리 역시 차향이 배어있으리라. 차 달이는 향기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찾아본 글귀다.

꽃이 떨어지는 것은 땅 위에서 한번 더 피려는 것이다. 꽃 떨어진 자리에 바람이 일어 다시 피어난 꽃에 숨을 더한다. 물에도 젖지않은 꽃에 시선이 머무는 이유는 그리운이에게 마음을 담아 '헌화가'를 부르기 위함이다

자명향 煮茗香, '차 달이는 향기'를 볼 수 있다면 헌화가를 부르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꽃진 자리에 꽃향기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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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심붓꽃'
유독 강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꽃이 있다. 현실의 모습과 사진이 주는 간격에 차이가 있다지만 그것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먼 곳에서만 들리던 꽃소식이 눈앞에 펼쳐지지 그야말로 황홀한 세상이다.


작디작은 것이 많은 것을 담았다. 가냘픈 모양도 온기 가득한 색깔도 색감의 차이가 주는 깊이도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다. 여리여리함이 주는 유혹이 강하여 손에 쥐어야할 욕망을 불러온다.


어떤이의 결혼식에서 첫눈맞춤 한고나서 얻어온 꽃이 내 뜰어도 피었지만 아직은 세력이 약하다.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에서 다시 만난다. 정갈한 경내와 잘 어울리는 꽃이라 잘자랐으면 좋겠다.


자명등自明燈일까. 마음자리의 본 바탕이 이와같다는 듯 스스로 밝다. 하룻만에 피고 지는 꽃의 절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 더 주목받는다.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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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살고 싶은 선비의 서툰 세상나들이를 위로하는 것이 지는 매화이고, 아플 것을 지레짐작하며 미리 포기하고 한꺼번에 지고마는 것이 벚꽃이다. 있을때 다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뒷북치며 매달리다 스스로 부끄러워 붉어지는 것이 동백이고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면 즈려밟는 것이 진달래다. 일하는 소의 눈망울을 닮은 사내의 커다란 눈에 닭똥같은 눈물방울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지는 산벚꽃이고 지극정성을 다한 후 처절하게 지고마는 것이 목련과 노각나무다.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하얗게 불사르고 난 후에도 순결한 속내를 고스란히 간직한 때죽나무와 쪽동백처럼 뒷 모습이 당당한 꽃을 가슴에 담는다.

늘 다녀서 익숙한 계곡에 들던 어느날, 다 타버리고 남은 희나리 처럼 물위어 떠 있던 꽃무덤을 발견했다.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나오는 먹먹함에 숨죽이고 꼼짝도 못한 채 물끄러미 꽃무덤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꽃무덤 찾기가 올 봄에도 이어진다. 매화의 수줍은 낙화로 부터 시작된 꽃무덤 찾기는 벚꽃과 진달래, 철쭉으로 이어졌다가 모란에서 주춤거린다. 때죽나무와 쪽동백에서 다시 시작되어 여름철 노각나무에 이르러 한 고개를 넘는다. 찬바람 불고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나무꽃 지는 모습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숲을 어슬렁거리며 꽃무덤 찾는 발걸음 마다 꽃의 정령이 깃들어 내 가슴에서 다시 꽃으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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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수염'
매년 같은 곳을 같은 시기에 찾으면 늘 숨어피는 식물들의 안부가 궁금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마련이지만 어떤 식물은 길가에 나보란듯이 피어서 발걸음을 환영한다. 그중에 하나가 이름도 독특한 이 식물이다.


광대수염, 꽃잎 밑에 달린 꽃받침 끝이 수염처럼 뾰족하게 나왔는데, 이것이 꼭 광대의 수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 하나로 본다면 자주색으로 피는 광대나물과 비슷한 모습이다.


들풀이나 나무의 꽃이나 독특한 생김새를 보면 이름부터 알고 싶다. 이름이 그 식물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통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반겨주는 꽃을 만나는 호사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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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그대는 가졌는가
-김정숙, 아트북스

“그림이 밤하늘에 뜬 달이라면, 감상자의 가슴속에서 일어난 감동은 물에 비친 달과 같다”

옛그림을 읽어주는 저자가 그림을 보는 관점이다. 독자는 저자의 가슴 속어 담긴 달의 이미지를 통해 다시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이정의 '풍죽도'를 보는 저자의 시각은 여기에 머문다. 영화 '관상'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대사다. "바람을 보아야 했는데?파도만 보았지 바람을 보지 못했소.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이렇듯 저자는 우리 옛그림을 본다. 다분히 감성적인듯 읽히나 이면에 깔려 있는 의식은 사뭇 진지하다. 이 책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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