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난초'
봄 가뭄이 심했나 보다. 여름으로 치닿는 숲은 습기 보다는 푸석대는 건조함이 느껴진다. 홀딱 벗었다고 소리치는 새의 울음소리를 따라 걷는 숲길엔 이미 나왔어야하는 식물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몇차례 비가 내리고 때를 기다렸다는듯 올커니하고 나타날 신비한 생명들을 기다린다.


한적한 숲에 홀로 우뚝 서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연한 자줏빛이 도는 갈색으로 피는 꽃이 꽃봉우리를 만들어 아래를 향해 서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새들이 먹이를 찾듯 자잘한 꽃이 얼굴을 내밀고 아우성이다.


약난초라는 이름은 옛날부터 한방에서 위염, 장염, 종기, 부스럼 등의 치료제로 쓰였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꽃이 탐스럽고 진달래꽃과 같은 색으로 고운 꽃을 많이 피우기 때문에 두견란杜鵑蘭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독특한 꽃모양 주목을 받으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 및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지정번호 식-39)


꽃을 찾아 다니다보면 무엇이든 시간과 장소가 적절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인연'이라는 꽃말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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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하나 이파리 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자기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함민복의 '흔들린다'의 책의 일부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사소한 무엇 하나라도 본질에 이르는 안내자이다.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필 일이다. 흔들림 속에 서 있는 것은 나무나 풀 뿐만은 아니기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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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봄도 끝자락이다. 매서운 겨울의 눈보라가 봄의 화려한 꽃향기를 준비했듯 나풀거렸던 봄향기로 맺은 열매는 이제 여름의 폭염으로 굵고 단단하게 영글어 갈 것이다.

미쳐 보내지 못한 봄의 속도 보다 성급한 여름은 이미 코앞에 당도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짐작되는 변화보다 예측할 수 없이 당면해야하는 폭염 속 헉헉댈 하루하루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그 숲 속을 걷거나, 숲 속에 서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숲이 전해준 위안을 꺼내보며 스스로를 다독일 일이다.

시간의 경계에서 피고지는 꾳들의 일상을 본다. 붉기에 더 붉은 꿈을 꿀 수 있다. 부풀어 저절로 피어날 때를 기다리는 속내를 짐작할 뿐이다. 뜨거워질 세상을 향한 꿈틀대는 생명의 힘이기에 그 출발에 마음 한쪽을 기댄다.

오월 그리고 봄의 끝자락, 시간에 벽을 세우거나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 그렇더라도 맺힌 것은 풀어야 하듯이 때론 흐르는 것을 가둘 필요가 있다. 물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고 시간이 그렇다. 일부러 앞서거나 뒤따르지 말고 나란히 걷자.

이별은 짧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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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산에 올랐다. 하늘다리가 생기기 전부터 제법 유명세를 타던 산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끓이지 않은 곳이다. 일찍나선 길이라 한가로운 숲길 때죽나무 꽃그늘 아래서 꽃향기에 취해있는데 한무리 등산객들의 소란스러움으로 고요함에서 깨어났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꽃그늘, 향기에는 관심이 없고 시끄러운 말소리와 분주한 발걸음에 치일뻔 했다. 인파를 피해 내려선 계곡에서 꽃무덤을 발견하고 어수선했던 마음에 쉼의 시간을 더한다.

處陰以休影 처음이휴영
處靜以息迹 처정이식적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쉬고
고요한 데 머물러야 발자국이 쉰다

*장자 잡편 어부장에 나오는 문장으로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주유천하 길의 공자를 타이르는 내용이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影와 발자국迹은 열심히 뛸수록 더 따라붙는다.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가 쉬고, 고요한 데 머물러야만 발자국이 쉰다."

분주하게 물을 따라 내려오던 꽃잎 하나가 소용돌이를 벗어나 그늘에 들었다. 물도 쉬어가고자 틈을 찾아 멈추는 곳이다. 마침 나뭇잎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멈춘 꽃에 주목하니 속도를 멈춘 이유가 드러난다. 비로소 꽃이 쉼의 시간에 들어선 것이다.

내 그림자도 덩달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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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수정초'
가까이 두고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 못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알고도 때를 놓치거나 사정이 있어 못보게 되면 몹시도 아쉽다. 비교적 가까이 있어 많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습기를 많이 품고있는 건강한 숲에서 봄의 마지막을 장식이라도 하려는듯 불쑥 솟아난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멈칫거리듯 조심스런 모습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는듯도 하다.

나도수정초는 부생식물이다. 부생식물이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 품종을 말한다. 그래서 옮기면 죽는다.

나도수정초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수정난풀이 있다. 피는 시기와 열매의 모습 등으로 구분한다지만 수정난풀을 보지 못했으니 구분할 재간도 없지만 곧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수정처럼 맑은 모습에서 이름도 얻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숲속의 요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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