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풍정'
단오端午날이다. 잔뜩 흐린 하루를 더디게 건너가는 중이다. 굴원의 지조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창포물에 머리 감고 그네 뛰고 씨름하는 모습도 찾을 수 없지만 더운 여름을 잘 건너기 위해 스스로에게 뭐라도 하는 날이고 싶다. 

혜원 신윤복의 그림이다. 간송미술관 소장 이 그림이 포함된 '혜원 전신첩'은 국보 135호다. 단오, 추천(?韆: 그네타기)놀이를 나온 한 무리의 여인네들이 시냇가에 그네를 매고 냇물에 몸을 씻으며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나 역시 이런 모습의 단오날을 모른다. 겨우 기억하는 것은 화전놀이 가던 동네 아주머니들의 소란스런 마음뿐이다. 그것도 가물가물?하여, 지금은 사라진 단오날과 같은 정겨운 모습이 몹시도 그립다.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다. '단오선'은 조선시대 단오날 임금이 재상과 시종들에게 하사한 부채를 말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에 부채를 주고받는 모습, 얼마나 정겨운 모습인가.

단오인 오늘, 여름날 벗해줄 적당한 크기의 합죽선 하나 마련하여 선생님 글씨 받아 간직한다면 그나마 조그마한 위안거리라도 될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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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함민복의 시 '산'이다. 찾고 품어주는 것은 어딘가 서로 닮은 구석이 있어서 일 것이다.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되는 것처럼 산이 되는 그날까지?.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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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등불버섯'
키큰나무들로 숲은 이미 그늘에 들었다. 나도제비란을 보기 위해 들어간 숲에서 보았던 이 노랑빛을 내는 이상한 녀석을 만나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데 지난해 그곳과는 다른 곳에서 만났다.


줄기와 머리가 확연이 구분된 모습에 노랑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길어봤자 손가락 크기만 한 것들이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 썩은 나무 둥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치 콩나물이 자라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터넷 검색으로 같은 모습의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이름을 '습지등불버섯'이라고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DB에도 검색되지 않는다. 습지에서 자라고 등불을 켜놓은 모습이 연상되기에 붙은 이름으로 추정된다.


처음 본, 더구나 알지 못하는 대상의 이름이라도 알아보려고 이곳저곳을 기웃대는 동안 신비로운 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마음이다. 숲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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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者 近之積也 원자 근지적야"

먼 것은 가까운 것이 쌓인 것이다

*유성룡(柳成龍,1542~1607)이 원지정사(遠志精舍)라는 정자를 짓고 나서 직접 쓴 기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상하 사방의 가없는 공간이나 옛날로부터 흘러온 아득한 시간은 멀고도 먼 것이지만, 이것들은 모두 눈앞의 가까운 것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 내딛는 한 발짝은 지극히 사소하고 보잘 것 없을 수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잡은 관대는 손에서 따로 놀고 손가락은 제 구멍을 찾아가느라 바쁘다. 호흡은 짧고 입술은 이내 풀려 리드를 붙잡지 못한다. 그러니 소리를 기대하긴 멀었다.

간신히 피리 관대를 통과한 소리가 그대에게 닿길 바라는 것이 욕심인 줄 안다. 그래도 떠난 소리가 다시 내게 돌아와 그대 있음을 확인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은 그것이면 족하다. 쌓이고 쌓여 익어 언젠가 그대를 뚫고 하늘에 닿을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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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춤이다. 숲에 들면 한없이 느려지는 걸음걸이에 익숙하다. 좌우를 살피고 위아래도 봐야하며 지나온 길에 돌아도 봐야 한다. 높이를 달리하고 속도가 변하면 일상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거기에 있다. 일부러 그렇게 봐야할 이유를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진행된 행동이다. 숲에 들어 생명을 만나기 시작한 후로 달라진 모습이다.

문득 눈을 들어 몇 걸음 앞 허공에서 멈춘 꽃을 본다. 자신이 본래 간직한 순한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순간이다. 눈에 들어오는 순간 주목하는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반복된 행동의 결과 비로소 가능한 눈맞춤이다. 느린 움직임을 멈추고 내쉬는 숨마져도 조심스럽게 가만히 바라본다.

적절한 때와 장소 그리고 그 앞에 멈춘 내가 하나되어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순백의 지극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먹먹하다.

꽃이 피었다고 그 꽃이 혼자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는 안다. 관련된 모든 인연이 정성을 다한 수고로움으로 꽃이 피듯이 사람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사람과의 만남, 그 만남으로 인해 형성되는 공감, 이 모두는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꽃으로 피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대는 이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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