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7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의 시 '7월'이다. 일부러 구분할 이유도 없지만 한해의 절반을 건너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일은 건너가야할 시간을 챙기기 위해서다. 여름날 한복판의 7월이 건네는 안부가 고맙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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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그 황홀한 숲에 들었다. 이른 시간 숲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안개세상이다. 터벅터벅 적막을 깨는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의 나들이다. 축축한 습기는 높은 고도로 인해 상쾌함을 품었고 느긋하게 걷는 이의 얼굴에 닿는 느낌은 설레임을 동반한다. 아직은 더위가 비켜있는 6월의 그 숲이 좋다.

계곡 돌틈에 떨어진 꽃잎 위의 빛, 정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바람 소리, 반가움과 경계를 넘나드는 새의 울음, 눈 보다는 코의 예민함을 건드리는 숲의 향기에 넘실대는 산그림자의 손짓, 오랜만에 만난 동무를 반기는 다람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숲 속 한 식구가 누리는 시간의 공유다.

숲, 숨에 틈을 내는 시공時空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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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를 뿌리면서 부터 시작된다. 새 순은 언제 돋는지, 하루에 얼마나 크는지, 꽃봉우리는 언제 맺히는지, 이번엔 무슨 색으로 필지, 아침이슬을 이는지, 비 무게는 견딜 수 있는지, 바람이 불때는 얼마만큼 고개를 숙이는지 혹여 가뭄에 목은 마르지는 않는지?.

꽃봉우리가 맺히고 나서부터는 키만 키우고 부실해 보이는 꽃대가, 무게를 더하며 자꾸만 부풀어 가는 꽃붕우리가, 벌어지는 꽃봉우리에서 어떤 색깔이 나올지, 활짝 핀 꽃은 며칠이나 갈지, 맺힌 씨방엔 꽃씨가 얼마나 담기는지?.

다?. 감당할만큼씩만 스스로 키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잊고서 의심스런 눈길을 보낸다. 

늦둥이 개양귀비가 절정에 이르렀다. 꽃술의 품에 안겨 속내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씨방에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숙명이다.

다음 생은 이 생과 떨어져 있지 않고 내일이 오늘 이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내게 왔나보다. 어제와 내일이 오늘 이 순간에 공존한다. 

미래가 궁금하거든 오늘의 나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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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꽃'
낯선 숲길은 언제나 한눈 팔기에 좋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익숙한듯 하면서도 늘 새로운 생명들이 있어 숲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한눈에 알아본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를 찾아온 이유다.

작은 꽃대를 곧추 세웠다. 반듯한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기품을 느낀다. 꽃봉우리를 만들어 자잘한 꽃들을 달아 주목받는다. 키도 작고 꽃도 작은 것이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어 꽃대를 받치는 초록의 두툼한 잎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는 그 새를 닮았다. 꽃의 잎과 잎맥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넓게 펼친 것과 비슷해서 두루미꽃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낙없이 그 모습이다.

때를 기다려 올해로 세번째 찾은 세석에서는 마치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반겨준다. 두루미의 고고한 자태를 닮은 것과는 달리 '화려함', '변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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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생꽃'
깨끗하다. 맑고 순한 모습이 마냥 이쁘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여기로부터 기인한듯 한동안 넋을 잃고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막상 대놓고 눈맞춤하기에는 미안함 마음이다.

세번째 눈맞춤이라 가는 길도 꽃 앞에 서서도 다소 마음의 여유가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짧지만 시간을 두고 살핀다. 먼저 자리한 이와 처음 본 이가 마음껏 보도록 일부러 먼 곳을 보기도 한다.

참기생꽃,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흰 꽃잎이 마치 기생의 분 바른 얼굴마냥 희다고 해서 지었다는 설이 있고, 옛날 기생들이 쓰던 화관을 닮아서 기생꽃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기생꽃과 참기생꽃의 구분은 애매한듯 싶다. 굳이 구분하는 입장에서는 잎 끝의 차이와 꽃받침의 갯수 이야기 하는데 내 처지에선 비교불가라 통상적 구분에 따른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한다. 지리산 능선의 기운을 품어 더 곱게 피었나 보다. 기꺼이 멀고 험한길 발품 팔아눈 맞춤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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