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추'
태풍으로 길이 막히거나, 비가 동행하거나 늘 여의치 않았던 곳을 올랐다. 보름 가까이 갇혀 있었으니 높은 곳에 올라 답답한 기운을 떨치자고 나선 길이다. 마침 바람도 시원하고 산등을 넘는 구름도 환영이라도 하듯 좋은 나들에서 만났다.

홍자색으로 피는 꽃이 줄기 끝에서 조밀하게 많이도 달렸다. 꽃술을 길게 빼고 하나하나 거꾸로 달린 모습도 이쁘지만 이 자잘한 꽃들이 모여 둥근 꽃 방망이를 만들어 눈에 쉽게 띈다.

익히 아는 채소인 부추의 야생종이라고 한다. 산에서 자라니 산부추로 이름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식물로 산마늘, 산달래, 참산부추, 두메부추 등 제법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산부추 역시 부추 특유의 똑쏘는 맛을 내는 성분이 있어 스스로를 지켜간다는 것으로 보았는지 '보호'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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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나무가 햇살에게

바람 타는 나무가 더러 운다고 해서
사랑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리
그 어느 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지 않았고
그 어느 눈보라에도 속까지 젖지는 않았으니

구름 타는 햇살이라 더러 울기야 하겠지만
나에게 이르는 길을 몰라서가 아니리
그 어느 바람에도 날리지 않아서 내 잎새에 이르렀고
그 어느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아서 내 가슴에 스미었으니

어느 날에는 햇살 속에 살겠네
어느 날에는 나무 안에 살겠네

*안상학의 시 '나무가 햇살에게'다. 며칠 파아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의 온기가 참 좋다. 구름 몇개 있더라고 파란색감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그 햇살 때문인듯 싶다. 온전히 내 안에 들어올 수 있는 틈을 내어주는 일, 서로를 품는 시작일 터이다. 가을 햇살 속 나무처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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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게 도둑질이라 했던가. 대문에 걸어두고 오시는 분들 반갑게 맞이할 눈맞춤 도구를 하나 만들었다. 밝고 따뜻한 분위라면 좋을듯 싶어 서로 밝혀줄 과감한 색을 선택했다. 문 옆에서 시간의 무게를 담아 자연스러워 지는 과정에 사람들의 온기가 함께하길 소망한다.

머물고, 들고 나는 이들의 안녕과 수호의 의미를 담아 솟대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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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연꽃'
이른 아침 해뜨는 시간에 일제히 깨어나던 꽃들을 본 후 일정을 맞추지 못하다 2년 만에 찾아갔다. 이번 여름 폭우가 그곳에도 커다란 흔적을 남기고 있어 장화를 신고도 접근이 쉽지 않았다.

주변에는 노랑색으로 피는 노랑어리연꽃은 쉽게 볼 수 있지만 흰색으로 피는 어리연꽃은 흔하지 않다. 수줍은듯 순박한 미소로 아침햇살에 빛나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자생지를 찾아간다.

꽃은 흰색 바탕에 꽃잎 주변으로 가는 섬모들이 촘촘히 나 있고, 중심부는 노랑색이다. 일찍 피어 일찍 지는 꽃이라 늦은 오후엔 볼 수 없다. 연꽃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꽃모양도 크기도 확연히 다르다. 크기가 1.5㎝ 밖에 안 되는 작은 꽃이다.

아침 고요의 시간에 햇살과 함께 깨어나는 모습은 마음 속에 그대로 각인되어 있다. '물의 요정'이라는 꽃말 그대로의 모습이다. 다시 그 모습을 떠올리며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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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꽃이 피고 지는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고 했다. 이 '한 호흡' 사이에 중요하지 않은 한 순간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특정한 때에 주목하여 호불호를 가린다. 찰나와 무한을 포함하는 '한 호흡'에도 주목하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고 같은 사람일지라도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이 주목하는 순간이다. 어느 특정한 순간에 주목하여 얻고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무엇이 스스로를 멈추고 주목하게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만큼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살아간다.

花看半開 酒飮微醉 화간반개 주음미취
此中大有佳趣 차중대유가취
若至爛漫酕醄 약지난만모도
便成惡境矣 변성안경의
履盈滿者 宜思之 이영만자 의사지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 취하도록 마시면,
그 가운데에 멋이 있다.
만약 꽃이 만개하고 술에 만취하면
좋지 않은 경지가 되게 되니
가득찬 자리에 오른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가을 꽃의 백미, 물매화가 반 쯤 피었다. 한동안 곁을 맴돌다 가던 길이지만 다시 돌아서와 이번엔 아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꽃의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붙잡는 이유인지 따져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보고 또 보길 반복한다.

떨어지지 않은 발길을 옮기면서 울렁이는 속내를 다독이는 향기에 그저 미소지을 뿐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 일이 조금씩 쌓이다보면 꽃 피고 지는 그 '한 호흡'에 들어선 자신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볼 뿐이다.

채근담에 나오는 글귀를 나즈막하게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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