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봄, 한낮

치자향 흐드러진 계단 아래 반달이랑 앉아
하염없이 마을만 내려다본다
몇 달 후면 철거될 십여호 외정 마을
오늘은 홀로 사는 누구의 칠순잔친가
이장집 스피커로 들려오는
홍탁에 술 넘어가는 소리,
소리는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오르지만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듣지 않아도 들리는
그리운 것들은 다 산 아래 있어서
마음은 아래로만 흐른다
도대체 누구 가슴에 스며들려고
저 바람은 속절없이 산을 타고 오르느냐
마을 개 짖는 소리에
반달이는 몸을 꼬며 안달을 하는데
나는 어느 착한 사람을 떠나 흐르고 흐르다가
제비집 같은 산중턱에 홀로 맺혀 있는가
곡진한 유행가 가락에 귀 쫑긋 세운 채
반달이보다 내가 더 길게 목을 뽑아 늘인다

*박규리의 시 '봄, 한낮'이다. 누군가가 그리워하는 산 아래 사는 이들은 늘 산 위를 바라다 보며 한숨 짓는다. 산벚꽃 피는 때를 기다려 산에 오르는 까닭이다.

"그리운 것들은 다 산 아래 있어서 // 마음은 아래로만 흐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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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만났다.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가냘픈 잎으로도 능히 언땅에 틈을 내고 숙명처럼 볕을 향해 솟아 올랐다. 기다림은 이처럼 힘이 쎄다.

춥고 어두운 시간을 탓하지 않고 기꺼이 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움츠렸던 힘을 마음껏 펼쳐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다시 시간을 품을 것이다. 그 곁에는 바람도 있고 볕도 있고 그늘도 있고 비도 있고 지켜보는 눈길도 있어 결코 외롭지 않은 시간이다.

때를 기다려 상사화 새싹과 눈맞춤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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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람꽃'

복수초로 시작된 새 봄의 꽃앓이가 첫번째 절정에 이르른 때에 만나는 꽃이다. 봄볕이 그러하듯 화사하기 그지없이 피는 꽃이기에 가히 봄바람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꽃을 보고자하는 이들을 먼 길 나서게하는 꽃이다.

 

바람꽃은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자라는 들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변산바람꽃은 하얀 꽃받침이 떠받치고 있는 꽃자루 안에는 가운데 암술과 연녹색을 띤 노란색 꽃이 있다. 이 오묘한 조화가 꽃의 존재 자체를 더 돋보이게 한다.

 

올해는 각기 다른 네곳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났다. 개화상태나 날씨 등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다지만 유독 한 곳의 꽃은 그 특유의 화려함이 드러나지 않아 보인다. 시기를 달리해서 살펴봐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긴겨울 꽃을 기다리게했던 탓일까 '덧없는 사랑',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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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스며들어

깨우는 것이 봄 뿐이랴?.

 

가슴이 울렁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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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싹이 튼다는 때다. 마침 눈이 와 주춤거리는 봄의 속내를 다독이고 있다.

소복히 쌓인 눈이 포근하다. 차가움 보다는 온기로 다가오는 눈이다. 물 오를 나무에 눈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하늘의 넉넉한 마음이 수백년을 살아온 느티나무의 배경이며 힘의 근본이다.

그 나무 품에 사람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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