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꽃으아리'

꽃을 보는 해가 거듭될 수록 다음 해에는 꽃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어느때 어디에 무슨 꽃이 피는지를 짐작하고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가 쌓이면 꽤 근사하고 유용한 자신만의 꽃지도가 만들어진다.


출퇴근하는 도로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차를 멈추어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피고지는 무리들이 한가득이다. 눈여겨보는 사람이 또 있는지 발길 흔적도 있다.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고 눈맞춤 한다는 것은 늘 반가운 일이다.


여린 꽃받침잎이 쉽게 손상되는지 온전하게 피어있는게 드물 정도다. 애써 피운 꽃이 쉽게 상처를 입는 것이 안따깝기도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만 한다. 내가 범인이라는듯 꽃술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곤충을 한동안 바라다보았다.


우리나라 각지의 햇볕이 잘 드는 숲 안, 숲 가장자리, 길가에 자라는 낙엽지는 덩굴 나무다. 자생하는 으아리속 식물 가운데 가장 큰 꽃을 피운다.


개미머리라고도 하는 큰꽃으아리는 품위 있는 모습에서 연상되듯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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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에 바다에 가서 울어야지.' 정말이지 나는 바다에 가서 울고 싶었다. 푸른 바다를 보며 실컷 울어야 눈물의 원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바다에 갔을 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든 것처럼 마음이 편해서 그냥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것은 바다가 나한테 주는 위로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채봉 에세이 '눈을 감고 보는 길'의 작가의 말에 나오는 문장이다. 유독 바다와의 만남에 마음이 설레는 이유를 찾다가 만난 문장이기도 하다. 다 설명하지 못하는 마음이 여기에 담겼다. 작가가 병을 얻고 치료 중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마음이 바다와의 만남을 통해 드러난다.

봄의 막바지 이른 아침에 만난 동해 바다다. 수평선 너머는 너무 아득하여 다음 생으로 미루고 나와 수평선 사이에 주목 한다. 그 바다에서 뭔가 찾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초여름 섬진강 가에서 울진의 그 바다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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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이름도 꽃도 익숙하여 곁에 두고 싶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거리가 필요한 식물이 있다.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키우고 싶어도 안되는 몇가지 식물 중 하나지만 매년 들여와 심기를 반복한다.

 

처음엔 무화과나무가 그랬고 이후 수국이 그랬고 파초가 그랬다. 관심 가지는 식물이 많아지면서 그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 금낭화도 마찬가지다. 하여 매년 남의 뜰이나 공원에서 만난다..

 

꽃 모양이 옛날 며느리들이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며느리주머니 라고도 부른다. 어찌되었든 주머니 닮았다고 여긴 시선이 다정하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꽃들 중 하나다. 반그늘 습기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무리지어 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이팔청춘들의 곱고 싱그러움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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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말밤나무 아래서

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당신 수다야”라고 대답했던 사람이죠

아침 햇살 살결과 이른 봄 체온
백자엉덩이와 옥잠화 성교
줄장미 생리하혈과 석양의 붉은 볼
물봉선 입술과 대지의 살 냄새를 가진 사람이죠

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죽음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간결하게
“당신을 못 보는 것이지”라고 대답했던 사람이죠

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말밤나무 몸통과 말밤 눈망울
말밤나무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죠

*공광규 시인의 시 '말밥나무 아래서'다. 내게 이 바람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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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賞春
꽃 보고자 나선 길 목적한 바는 이뤘으니 느긋해지는 마음은 당연하다. 동료들은 건너편 꽃자리에서 여전히 낮은 자세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꽃에 눈맞춤하고 있다.

혼자 어슬렁거리며 습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멈춰선 자리가 여기다. 꽃잎 하나 떨어져 다시 꽃으로 피었다. 못다한 마음이 남았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놓인자리가 절묘하여 발걸음을 붙잡힌 것이다.

하늘 보고 누웠으니 등돌리지는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고 아직 눈맞춤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보아 영영 이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노린재나무는 꽃잎 하나를 떨궈놓고서 봄날이야 가든말든 천하태평이다. 그 끝자리를 서성이는 이도 매한가지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삼매경이다.

一步二步三步立 일보이보삼보립
山靑石白間間花 산청석백간간화
若寫畵工模此景 약사화경모차경
其於林下鳥聲何 기어임하조성하

가던 길을 멈추고 봄을 구경하니
산은 푸르고 돌은 흰데, 사이사이 꽃이로구나!
만약 화가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 아래서 우는 새 소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조선사람 김병연(1807~1863)의 상춘賞春과 무엇이 다르랴. 두런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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