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
왕성한 생명력의 표본이라도 되는걸까. 터전을 옮긴 초기, 이웃 마을에서 얻어온 하나가 제법 풍성하게 번졌다. 이웃나눔의 우선 대상이 될만큼 잘 자란다. 꽃도 좋지만 나눌 수 있어 더 좋은 꽃이다.
 
올해도 참나리는 제주 바닷가에서 먼저 봤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피어도 존재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검은돌 사이에서 피는 주황색 꽃이 돋보인다.
 
'참나리'란 나리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으로 ‘참’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고 한다. 나리 종류로는 땅나리, 중나리, 솔나리, 큰솔나리, 털중나리, 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섬말나리 등 다양하다.
 
참나리의 줄기에 까만색의 살눈이 떨어져 번식한다. 꽃에 주근깨가 많고 줄기에 까만색의 살눈으로 다른 나리들과 쉽게 구분한다.
 
무더위 속에서 오랫동안 피어있어 여름을 대표하는 꽃으로 불러도 될만하다. 꽃말은 ‘순결’, ‘깨끗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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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나리'
슬글슬금 땅나리 이야기가 들려오면 제주의 검은돌 해변이 떠오른다. 첫눈맞춤을 제주도에서 했고 이맘때면 제주도 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어서다.
 
벗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오롯이 혼자 볼 때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조금씩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한 대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있어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딘지 모른 바닷가 까만 돌 위에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의 꽃이 우뚝섰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 서서 모두를 아우르는 듯하다. 작은 키가 당당함을 전하는 비법인양 오히려 의젓하게 보인다.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 또는 짙은 붉은색의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핀다. 다른 나리꽃들에 비해 꽃 크기도 키도 작다. 특유의 색으로도 주목되지만 고개숙여 핀 모습에서 이름을 얻었다.
 
올해 땅나리가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꽃놀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 중심에 늘 꽃친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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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객잔'
-김명리, 소명출판사

"곧 가을이 오리라
양광(陽光)은 등에 따갑고 그늘 쪽은 어느새 스산하다. 햇빛과 그늘의 스미고 흩어지는 경계,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좀 더 오래 머뭇거려도 좋을 시기가 이즈음인 듯하다."

가을 문턱에서 손에 든 책이다. 책과 제법 친하게 지내왔다고 하지만 고백컨데 시인을 알지 못한다. 이 첫만남이 시인의 시 세계로 이어질지도 장담 못한다.

첫장을 열어 '단풍객잔으로의 초대'라는 짧은 글을 거듭해서 읽으며 시인이 머무는 시절을 짐작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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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을 뚫을 듯한 땡볕도 습기가 덜하니 견딜만 하다. 소나기라도 한판 지나갔으면하면서 비를 기다리는 것은 작물뿐 만은 아니다. 날기를 포기한 새들과 그늘에서 일어날줄 모르는 고양이, 그 모습에 눈길을 건네는 길손까지 흰구름 떠가는 하늘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

마지막 꽃잎을 떨구는 연蓮이다. 색과 모양, 무엇보다 은은한 향기로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잠깐의 시간이었다. 하나 남은 저 잎마져 떠나보내야 비로소 다음으로 건널갈 수 있다. 연실을 튼실하게 키우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일이다.

볕을 더하고 바람을 더하고 비를 더한다. 무게를 더하고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더하는 동안 깊어지고 넓어진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은 자연이 열매를 키워 다음 생을 준비하는 사명이다. 어디 풀과 나무 뿐이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현재를 살아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관계의 결과물이다.

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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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등뒤의 사랑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오인태 시인의 시 '등뒤의 사랑'이다. 어쩌면 내게서 가장 먼곳은 등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앞서가는 사람의 등이라도 볼 수 있기에 내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서로의 등뒤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06)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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