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문태준의 시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다. 정령치를 건너다 보는 산기슭에는 250 여년의 같은 시간을 쌓아온 소나무 네그루가 있다. 잘 익어가는 나무는 넉넉한 품을 만들어 뭇 생명들에게 쉼의 시간을 나눠주고 있다.
 
성급한 가을을 전하는 바람이 들판을 건너 사람들의 터에 당도하고 있다. 소나무 품에 들어 도란도란 나누는 저들의 말에도 잘 익은 속내가 담겼을 것이다. 다정도 하다.
 
미루지 말아야 할 말이 있듯이 때론 미루어 두고 한 템포 쉬어야 할 말도 있기 마련이다. 가슴 속으로 곱씹어 익히고 걸러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무엇, 오늘은 당신에게 그 말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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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승마'
짙은 녹색으로 어두운 숲 속을 스스로를 밝혀 환하게 비춘다. 큰 키로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자잘한 꽃술이 모여 만들어 내는 빛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순백의 색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를 알게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한줄기에 여러 가지를 내고 수많은 꽃들을 달았다. 큰 원뿔모양으로 뭉친 모습으로 흰색으로 핀다. 하얀 꽃이 마치 눈처럼 소복하게 쌓여 핀 모습의 아름다움에 주목하여 눈빛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가까운 식물들로는 승마, 촛대승마, 누운촛대승마 등이 있으며 비교적 구분하기가 쉽다. 할아버지의 긴 수염도 연상되지만 숲에서 사는 양의 수염으로 본 모양이다. '산양의 수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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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꽃'

꽃이 닻 모양이어서 닻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니 그릴듯 하다. 황록색이 주는 안정감과는 달리 날카로운 모양이다. 많은 꽃을 달고 있어 무리진 이미지는 개별적인 꽃 하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경기도 화악산과 강원도 대암산 등 자생지가 10곳 미만으로 개체수가 매우 적어 쉽게 볼 수 없는 꽃이라고 한다. 화악산에는 바위틈에 집단 서식지가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실물을 처음 보지만 이내 알아본다. 사진으로 눈에 익혀 이미 익숙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먼길 나서서 금강초롱과 함께 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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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한 바람이 마음에 불어
나비인 듯 날아 마음이 닿는 곳
마음 같지 않은 세상
그 마음 다 알아줄 수는 없지만
늘 곁에 함께 있다오"

*이선희의 노래 '안부'의 한 소절이다. 출근길 문득 떠올라 내내 뇌리를 멤도는 맬로디가 불러온 노래다. 방점은 소슬蕭瑟에 둔다.

비가 그치지 않은 날의 연속이다. 비내음에 젖어 하루가 말랑해졌다는 것 말고도 성급하게 계절을 맞이하는 마음이 부산스럽다는 것이 달라진 마음가짐이다.

9월, 숫자가 알려주는 달이 바뀐 것일 뿐이지만 마음은 천지차가 난다. 몸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른 감성이 높아지는 하늘만 쫒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을 좁히라고 연달아 신호를 전하는 소슬바람의 속내가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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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초롱'
꽃을 보고자하는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워낙 멀리 있기에 엄두를 내지 못한 뿐이다. 올해들어 장거리 나들이가 빈번해지면서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첫 눈맞춤 한 꽃들이 제법 있다. 이 꽃도 그중에 하나다.
 
참 귀한 꽃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며 분포지가 한정되어 있고 설악산이나 태백산 등 높은 산에서나 자라니 쉽게 볼 수 없다. 먼길을 달리고 달려 화악산에서 보았다.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꽃 모양이 청사초롱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특유의 청보라색이 확실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번 보면 다시 볼 기회를 엿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귀한 꽃을 벗의 부름에 함께 볼 수 있었다. 초롱불 밝히듯 맑고 밝아 더 따스한 희망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꽃이 전하는 위로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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