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국
비행기를 타고 짠물을 건너간 이유 중 하나가 이 꽃이 군락으로 핀 모습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가 한몫했다. 바다와 갯쑥부쟁이에 집중하는 일행을 뒤로 하고 먼저 길을 나선 이유도 그것이었다.
 
바닷가를 한가롭게 걷는 동안 언듯 보이는 모습에 때가 아닌 것이라 여겨 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육지의 바닷가 바위에 걸쳐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되었다.
 
감국, 꽃잎을 씹었을 때 단맛이 배어 나온다고 하여 달 감(甘)자를 써서 감국이라고 부른다. 만나면 한번씩 씹어보는 이유는 향과 맛을 동시에 품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섭지코지 그 바닷가 벼랑에 만발했을 감국의 향기를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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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큰 산에 피는 꽃은 키가 작다

드디어 여기에 도착했다
아직 만질 수 없고
닿지 않는 거리지만
기억하라, 수고로운 담의 능선
긴 탄식의 강물을 지나
도처에서 일어서는 철쭉의 시위
그리고 은밀한 안개의 방해를 뚫고
뿌리 깊숙히 이어지는 햇살을.
이제 더 이상의 악몽은 없다
그대여 상처받기 쉬운
지난날들을 되돌아보지 말자
그러나 한 생명도 빠뜨리지 않고
제각기 피어나 강력한 군집을 보라

거기 진리의 꽃무덤을 쌓고
다시 비바람치고 새 우는 저녁
스스로를 벼랑 위에 세운 채
자비를 구하며 지는 그늘 하나여.

*임동확 시인의 "큰 산에 피는 꽃은 키가 작다"이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1)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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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가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떼가 있나
봄아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하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절개를 굽히지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으으은세계 되고보면은
월백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네한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아
차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만진수는
불여생전일배주만도 못
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세월어쩔꺼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트리다가 대랑 메달아 놓고
국고투식허는 놈과 부모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어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https://youtu.be/0uPJHNQKbJI

*대설大雪이란다. 눈 대신 짙은 안개와 된서리로 맞이한 하루다. 겨울이라지만 춥기는 커녕 다 누리지 못한 가을을 애석해 하는 것처럼 연일 볕이 좋다.

역병에 선거철까지 겹쳐 시절이 하수상타지만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싶은 놈들이 많다.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어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려면 투표 잘 해야한다.

이 좋은볕 가슴에 품어두었다 필요할 때 꺼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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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나물
것쑥부쟁이에 취해 해안가를 걷다가 익숙한 꽃을 만났다. 내가 아는 그것이려니 했으나 같이 간 벗에게 물어보니 아니란다. 이름이 다르니 분명한 차이점이 있을텐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분명 있는 식물이다. 나비나물, 긴잎나비나물, 큰나비나물, 광양나비나물, 애기나비나물, 함경나비나물, 잔나비나물 등. 이를 다 어찌 구분한단 말인가.

거문돌이 있는 그 바닷가에서 눈에 들어온 것으로 그냥 그렇게 본 것으로 만족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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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나무'
때를 놓치고 보지 못한 꽃이 한둘이 아니다. 시나브로 꽃놀이를 다니지만 볼 수 있는 꽃은 한정되기에 늘 놓치게 된다. 이렇게 놓친 꽃에 대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열매로 집중되는 식물이 제법 많다. 이 나무도 그 중 히나다.
 
여름에 피는 꽃을 놓친 이유 중에 하나는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 조그마한 꽃이 잎 속에 묻히는 것도 있다. 마주나는 잎 겨드랑이에서 피기에 유심히 봐야 보이는 꽃이다.
 
작살나무의 가지는 정확하게 서로 마주나기로 달리고 중심 가지와의 벌어진 정도가 약간 넓은 고기잡이용 작살과 모양이 닮았다. 작살나무라는 다소 거친 이름이 붙은 이유라고 한다. 비슷한 나무로 좀작살나무가 있는데 꽃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지만 열매를 보면 금방알 수 있다.
 
단풍 들어 산도 그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요란한 때를 지나고 나서야 주목을 받는다. 그 틈에서 보이는 열매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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