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한세상 산다는 것

한세상 산다는 것도
물에 비친 뜬구름 같도다

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

살아있을 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 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이외수 선생님의 시 "한세상 산다는 것"이다. 5월은 이외수 선생님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시를 여기에 공유 합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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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유람가 八道遊覽歌

명인명창 풍류랑과 가진 호사시켜 교군태워 앞세우고
일등 세악수 통영갓 방패철륭 안장 말을 태우고
팔도 풍류남아 성세도 있고 화렵도 있어
아름아리 멋도 알고 간드러진 풍류남아 수백명 모두 모아
각기 찬합행찬 장만허여 팔도강산을 구경 가세
경상도 태백산 낙동강을 구경하고
전라도 지리산과 섬진강을 구경하고
충청도 계룡산 백마강을 구경하고
평안도 저물산 대동강을 구경하고
황해도 구월산과 옹진수를 구경하고
강원도 금강산과 세류강을 구경하고
함경도 백두산과 두만강을 구경허고
경기도 삼각산 임진강을 구경허고
왕십리 청룡이요 태산태악은 천봉금성이라
종남산은 천년산이요 한강은 만년수라
북악은 억만봉이요 상봉삭출은 대춘색허고 세류장인지 천하금곡
사방 산세는 지령허여 만리건곤 만안중이라
수락산 폭포수 장안의 서장대 이화정 당춘대 필운대 세검정 백령동 달 뜬 경 구경을 허여가면서 헐 일을 허면서 놀아보세.

https://youtu.be/s3Hi9GlyDZI

*멀리 보이는 5월의 숲은 초록에 초록을 더하며 서로를 품으니 이제는 한몸이다. 오랜시간 강제적 단절이 가져온 벽을 허물기에는 유람만한 것이 또 있을까. 만춘의 봄 한자락을 베어내는 것도 이리 허전한데 두 번의 시시사철을 잃어버렸으니 그 마음이 어떨지 짐작도 못할 것이다.

만화방창 봄이 다 가기 전에 자연의 품 속에 스며들어 하나가 되어 봄도 좋지 않을까.

김영재 명인의 거문고병창으로 팔도유람가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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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바람꽃
발품 팔아 제법 많은 산들꽃들을 만나면서 꽃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이유가 일상에 휘둘리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은 마음의 반영인듯 싶다. 못 본 꽃이면 보고 싶다가도 일단 보게 되면 그 꽃에서 다른 모습을 찾게 된다.

남바람꽃, 가까운 곳에 두곳의 자생지가 있어 비교적 쉽게 만나는 꽃이다. 한곳은 사랑들의 발길에 허물어지는 것이 안타깝고, 한곳은 굴곡의 현대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곳에 피어 있어 더 특별하다.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 바람꽃 종류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니 다소 싱겁지만 꽃이 전하는 자태만큼은 어느 꽃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만큼 아름답다. 특히 막 피기 시작할 때 보여주는 꽃잎의 색감은 환상적이다. 진분홍빛의 뒷모습이 풍기는 그 아련함을 주목하게 만든다.

적당히 나이들어 이제는 삶의 진면목을 아는듯한 여유로움에서 오는 뒷모습이 곱게 나이들어가는 여인네를 연상케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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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
왜 자꾸 마음이 그곳으로 가는 것일까. 몇 년 전 어느 시인은 억울한 영혼들이 묻힌 곳에는 어김없이 피어난다는 피나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후로는 일부러 꽂 필 때를 기다려 찾아간다. 지천으로 핀 다른 꽂 보다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피나물 곁에서 더 오랫동안 머무르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더디게 옮겼다. 늘 눈에 밟히는 그곳의 피나물 모습에 꽃 피는 때를 기다려 해마다 다시 찾아간다.

샛노랗다. 꽃잎도 꽃술도 온통 노랑색이어서 더 강한 울림이 전해지는 것일까. 과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포근한 온기를 전해주는 것이 할 수만 있다면 저 무리 속에 누워 한동안 안겨있고 싶은 마음이다.

'피나물'이라는 이름은 연한 줄기와 잎을 꺾으면 피血와 비슷한 적황색의 유액이 나와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여름이 되면 잎과 줄기는 없어지고 무 열매를 닮은 열매를 맺는다. 유사한 종류로 '애기똥풀'과 '매미꽃'이 있다. 주의깊게 관찰하면 구분이 어렵지 않다.

홀로서도 빛나지만 무리지어 그 빛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숲에서 마주하면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연상이 되는데 '봄나비'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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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寡方知自耳聾 언과방지자이롱
耳聾誠有寡言功 이롱성유과언공

人雖語大吾安聽 인수어대오안청
我亦聲微彼不通 아역성미피불통

默默謙謙終日坐 묵묵겸겸종일좌
廖廖寂寂一堂空 요요적적일당공

平生駁雜多尤悔 평생박잡다우회
天奪其聰幸此翁 천탈기총행차옹

人皆勸我使治聾 인개권아사치롱
吾曰吾聾亦有功 오왈오롱역유공

衆口喧嚆聞亦厭 중구훤효문역염
同心聲氣默猶通 동심성기묵유통

旣難聽語還無語 기난청어환무어
非是逃空却喜空 비시도공각희공

此理方知知者少 차리방지지자소
競相提耳笑愚翁 경상제이소우옹

귀먹으니 편하구나

내가 말이 왜 줄었지?
아하, 귀 먹어서 그렇구나

사람들의 큰 목소리 내 귀엔 작은 소리
내 목소리 역시 작아 남들도 멀뚱멀뚱

입 닫고 말없이 온종일 앉아 있으니
고요하고 한적하여 빈집인 듯 느껴지네

성격이 박잡하여 평생 후회 많았는데
하늘이 이제서야 늙은이 귀를 막았구나

사람들이 너도나도 귀 치료를 권하지만
귀머거리로 지내는 게 나에겐 더 좋은 거요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 들리니 너무 좋아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 없이도 통한다오

들리지 않은 뒤로 나도 말이 줄었으니
말많던 늙은이가 적막함이 좋아졌네

이런 이치 아는자 세상에 몇 안 될거야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 늙은이 흉을 보네

*조선사람 윤추(尹推, 1632~1707)의 시다. 청백리(淸白吏)에 녹선(錄選)되고, 경서(經書)에 밝았다고 한다. 호는 농은(農隱)이다.

말이 적다고 핀잔 듣기 일쑤다. 하지만 말이 가지는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본인으로서는 말이 적다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홀가분한지 모른다.

'귀 먹어서'라는 핑개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뜻이 있음을 짐작은 한다. 종일 입을 닫아도 불편함이 없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 없어도 통한다'는 이치를 일찍 알았으니 자연스럽게 말이 줄어든 것이다.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귀먹어서도 있겠지만 내 말을 줄이면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 해보니 알겠더라.

우연히 읽게된 시가 내 마음을 대변 한듯 싶어 길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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