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내가 꽃을 사랑하는 이유

그대가 만개 하기까지
망울이 처연하긴 했어도
서러움이 배어 있을 줄은 몰랐고
이슬 젖은 햇살이 그려낸 풍경이 고와
눈이 시리긴 했어도
내 심상이 흔들릴 줄은 몰랐다

바람이 싹을 키운 나래 울
그대 꿈이 한 송이씩 날아 오를 때 마다
내 생령이 숨을 쉬고
그대 향 베인 솔 향에 긴 여운이
날 감싸 안아
지친 몸과 마음에 응어리
청산 낙수되어
그대 향한 물보라 친다

당산나무가 늘 그자리에 있는 것은
바람의 신을 마중하는 것이고
내가 이 화원에 늘 서성이는 것은
서럽게 오는 그대
간절히 기다리기 위함이니
그대어 그대어
아련나래 피어 나소서

*이정록 시인의 시 "내가 꽃을 사랑한 이유"다. 심장을 흔드는 순간을 맞이할 대상은 세상 모두가 꽃이더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통밀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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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학교밖에 안읽어봤지만 이 시인 좋아합니다^^
 

觀物 관물
無事此靜坐 무사차정좌
擧目觀物態 거목관물태
鳥聲自和悅 조성자화열
人語多細碎 인어다세쇄
彼由天機動 피유천기동
此以人慾晦 차이인욕회
於斯愼所恥 어사신소치
毫釐莫相貸 호리막상대

일없이 고요히 앉아서
눈길을 사물에 맞춰 모양을 살펴 보노라면
새 소리는 나긋나긋 즐거이 들리는데
사람 말은 자질구레 시끄럽구나
저 놈은 자연 섭리대로 살아가고
이 쪽은 사람처럼 욕심을 감추고 있네
이치를 깨닫고 무엇을 얻을지 신중하여
털끝만큼도 서로 느슨하지 말아야하네
 
* 조선사람 순암 안정복(安鼎福, 1712~1792)의 오언율시다.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간다. 바뀌는 때를 맞아 눈에 들어오는 사물의 모양에 집중해 본다.
 
간혹, 한들거리는 바람에 놀란 풀꽃이나 앉았다 날아가는 새로인해 흔들거리는 나무가지를 보며 덩달아 일렁이는 마음자리를 다독인다.
 
나뭇잎을 파고드는 빛의 움직임도, 귓가를 스치는 바람도, 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새의 움직임도 오롯이 들어오는 때가 있다. 찰라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음은 애써 무엇을 보려는 수고의 결과라기 보다는 자연과 온전히 하나된 물아일체에 비롯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 숲에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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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난초
봄 가뭄으로 여름으로 치닿는 숲은 습기 보다는 푸석대는 건조함이 느껴진다. 홀딱 벗었다고 소리치는 새의 울음소리를 따라 걷는 숲길엔 이미 나왔어야하는 식물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한 숲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연한 자줏빛이 도는 갈색으로 피는 꽃이 꽃봉우리를 만들어 아래를 향해 서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새들이 먹이를 찾듯 자잘한 꽃이 얼굴을 내밀고 아우성이다.

약난초라는 이름은 옛날부터 한방에서 위염, 장염, 종기, 부스럼 등의 치료제로 쓰였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꽃이 탐스럽고 진달래꽃과 같은 색으로 고운 꽃을 많이 피우기 때문에 두견란杜鵑蘭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독특한 꽃모양 주목을 받으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 및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지정번호 식-39)

꽃을 찾아 다니다보면 무엇이든 시간과 장소가 적절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올해는 좋은 사람과 좋은 때를 만나 실컷 봤다. '인연'이라는 꽃말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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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무
화려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지만 지나치지 못하는 나무가 있다. 국수를 좋아해서 그 이름 때문일지도 모르나 꽃 들여다보며 눈맞춤 한다.
 
새가지 끝이 연한 노란색 꽃이 모여 핀다. 작은 꽃 하나를 자세히 보면 더 이쁜 모습이며 모여 핀 전체 모습도 수수한 멋으로 주목하게 된다. 꿀이 많아 양봉에서 밀원식물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가지를 잘라 벗기면 국수같은 하얀 줄기가 나온다고 국수나무라고 부른다. 비슷한 이유로 국수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도국수나무, 산국수나무, 섬국수나무, 중산국수나무를 비롯하여 금강산에서 발견되어 북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금강국수나무까지 있다고 한다.
 
줄기나 잎을 이용하여 유용한 도구를 만들거나 염료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 나무다. 지나치지 못한 것이 이름 때문만은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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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살고 싶은 선비의 서툰 세상 나들이를 위로하는 것이 지는 매화이고, 아플 것을 지레짐작하며 미리 포기하고 한꺼번에 떨어지는 것이 벚꽃이다. 있을때 다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뒷북치며 매달리다 스스로 부끄러워 붉어지는 것이 동백이고, 헤어짐의 불편한 속내를 위로 하는 것이 즈려밟는 진달래다. 소의 눈망울을 닮은 사내의 가슴에 닭똥같은 눈물방울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지는 산벚꽃이고, 지극정성을 다한 후 처절하게 지고마는 것이 목련과 노각나무 꽃이다.

늘 다녀서 익숙한 계곡에 들던 어느날, 다 타버리고 남은 희나리 처럼 물위어 떠 있던 노각나무 꽃무덤을 발견했다.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먹먹함에 한동안 꼼짝도 못한 채 물끄러미 꽃무덤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꽃무덤 찾기가 올 봄에도 이어진다. 매화의 수줍은 낙화로 부터 시작된 꽃무덤 찾기는 살구나무에서 멈추었다가 벚꽃과 진달래, 철쭉으로 이어진다. 삼백예순날을 기다려 마주한 모란에서는 닷세동안 주춤거린다. 때죽나무와 쪽동백에서 다시 시작되어 여름철 노각나무에 이르러 큰 고개를 넘는다. 찬바람 불고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꽃 지는 모습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몸과 마음을 하얗게 불사르고 난 후에도 순결한 속내를 고스란히 간직한 때죽나무와 쪽동백처럼 뒷 모습이 당당한 꽃을 가슴에 담는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꽃무덤 찾는 발걸음 마다 꽃의 정령이 깃들어 내 가슴에서 다시 꽃으로 필 것을 믿는다.

조용히 꽃무덤 앞에 두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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