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주머니란'
때맞춰 그곳에 가면 꽃 피어 반겨준다는 믿음이 주는 위로는 참으로 크다. 올해 두번째 발걸음에서 눈맞춤 했다. 혹시나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ᆢ.
 
붉게 염색한 조그마한 항아리를 달고 당당하게 서 있다. 특이하고 이쁜 꽃이 키도 제법 크니 쉽게 보인다. 이로인해 급격한 자생지 파괴가 일어났으리라 짐작된다. 그만큼 매력적인 꽃이다.
 
개불알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꽃이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냄새 때문에 까마귀오줌통, 모양 때문에 요강꽃이라하며, 복주머니꽃, 개불알꽃, 작란화, 포대작란화, 복주머니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이다. '튀는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은 이꽃이 수난당할 것을 예고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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井戱作 정희작

不對靑銅久 부대청동구
吾顔莫記誰 오안막기수
偶來方炤井 우래방조정
似昔稍相知 사석초상지

우물에 비친 얼굴을 보고 장난삼아 짓다

오랫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더니,
내 얼굴이 통 기억이 나지 않아
우연히 우물에 막 비친 모습은
전에 어디서 얼핏 본 듯한 녀석일세

*고려사람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시다. 무신정권기를 살며 당대의 명문장가였다. 저서로 동국이상국집이 있다.

거울을 본적이 있던가? 아침 마다 수염을 깎으면서도 제 얼굴이 가물가물 하는 것이 셀카가 일상인 시대를 살면서도 남의 일이라 여겼으니 제 얼굴 볼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옛사람들이야 방법이 없었으니 겨우 물에 비친 얼굴 보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라 제 얼굴 잊어 먹은 게 이해가 된다.

뭔가 어색함을 피할 방법이 없어 프로필도 뒷모습이다. 이것도 큰 마음을 낸 결과이니 무엇이 제 얼굴 보기를 이토록 어렵게 하는 것일까. 세상 보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산 속 꽃에나 눈길을 둔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때를 놓치지 않고 숲에 들어 꽃을 찾는 것은 혹 잊어버린 제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어리석음은 아닌지. 전생의 기억을 찾아 헤매는 일이 만만치 않다.

꽃에서 제 얼굴을 만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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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앵초'
높은 산 숲속에 꽃들의 잔치가 열렸다. 기꺼이 발품 팔아서 눈맞춤을 하는 꽃이다.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뽑내는 것이 장관이지만 홀로 피어도 그 빛을 감추진 못한다.
 
홍자색 꽃들이 꽃대 끝에 모여 피어 머리에 화관을 쓴 듯하다. 앙증맞은 꽃이 넓은 잎과 어우러져 서로가 서로를 더 빛나게 한다.
 
앵초라는 이름은 꽃이 앵도나무의 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으로 큰앵초는 앵초보다 크다는 의미다. 잎의 모양과 크기 등으로 구분이 어렵지 않다.
 
갈길이 멀어 서두르거나 다소 여유로운 걸음의 사람들이 보랏빛 꽃에 눈길을 주지만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몇명이 되지 않는다. 꽃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은 여행길에서 오래된 벗을 만나듯 반갑다. 하지만, 꽃이 있는지도 모르고 걷기에만 바쁜이들에겐 꽃의 인사가 무색하기만 하다.
 
초여름 지리산 노고단으로 발걸음을 이끄는 꽃이다. 순탄한 길을 걷다가 행운이라도 만나듯 큰앵초를 본다. '행운의 열쇠'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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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말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이정록 시인의 시 "더딘 사랑"이다. 제각기 呼吸호흡은 다른 시간이 걸린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 사랑의 출발점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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澹掃蛾眉白苧衫 담소아미백저삼
訴衷情語鶯呢喃 소충정어앵니남
佳人莫問郞年幾 가인막문낭년기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전이십삼

흰 모시 적삼 입고 눈썹 곱게 단장하고
소근소근 이야기 하는 마음 속 정스럽네
어여쁜 사람아 내 나이 묻지를 마오
오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조선사람 자하(紫霞) 신위(申緯)의 시다. 시, 서, 화 삼절로 일컬어진 문신이고 화가이며 서예가다.

자하 선생 73세 때인 어느날 서울 남쪽에 사는 어떤 젊은 여인이 찾아와 노년의 선생 돌보기를 자청하였다. 외모뿐만 아니라 매우 영민하고 글도 깨우친 재덕을 겸비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자하 선생은 자신의 연로함을 들어 이 여인의 청을 정중히 사양하고 이 시를 써 주었다고 한다. 그 여인은 변승애(卞僧愛)란 기생이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또 다른 시를 찾아본다.

奉虛言 봉허언
向儂思愛非眞辭 향농사애비진사
最是難憑夢見之 최시난빙몽견지
若使如儂眠不得 약사여농면부득
更成何夢見儂時 갱성하몽견농시

거짓인 듯 믿어주오
날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말 사실이 아니니
꿈 속에 나 봤다는 말은 정말로 믿기 어려워라
만약에 나 같은 사람 잠들어 못 보았다면
어느 꿈속에서 나를 볼 때가 다시 있으리오

*꽃을 보기 위해 지리산 높은 곳을 쉬엄쉬엄 올랐다. 혼자 나선 길이고 바쁠 것도 없기에 꽃 찾아 두리번 거리는 것은 눈 만은 아니다. 왕복 7시간의 먼 길이 버겁지가 않았다.

눈 앞에 놓인 꽃을 두고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등산객들의 번잡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꽃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 때문이다.

이 꽃이 참기생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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