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솜대
큰키나무들이 잎을 내어 이제 숲은 그늘로 드리워지는 때다. 그 숲에 하얀 꽃들이 불어오는 바람따라 흔들린다. 발밑에 꽃을 찾아 걷는 사이에 빛이 들어 더욱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마주한다.

꽃이 솜대를 닮았다고 풀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솜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지장보살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옛날 춘궁기 때 풀솜대를 구황식물로 이용되었는데, 절에서 죽을 쑤어 먹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풀솜대를 '지장보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뭉처서 피는 햐얀꽃이 지고나면 둥글고 붉은색의 열매가 달린다. 의외의 열매라 가을 산행에서 주목하게 만드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식물로 우리나라 고유종인 자주솜대가 있다. 노고단에 오르면 놓치지 않고 찾아보게 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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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다는 것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차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어 올린 것이다
그 끝없는 깡다구가 고추를 붉게 익힌 것이다
햇살 때문만이 아니다, 구부러지는 힘으로
고추는 죽어서도 맵다

물고기가 휘어지는 것은
물살을 치고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말하겠다
내 마음의 꼭지가, 너를 향해
잘못 박힌 못처럼
굽어버렸다

자, 가자!

굽은 못도
고추 꼭지도
비늘 좋은 물고기의 등뼈를 닮았다

*이정록 시인의 시 "구부러진다는 것"이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고추의 깡다구가 물고기의 물살을 치고 오르는 힘의 모두가 스스로의 몸을 굽게 만들었다. 내 몸을 굽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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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 이야기 서화집
- 김주대 글 그림, 한길사

예약주문 해서 받은 책을 아껴가며 읽는다. 쉽게 넘어가는 책장이라고 마음을 놓았다가는 된통 당하기 일쑤라 곱씹으며 읽고 있다.

"사람에 이르기 위해 풍경을 보고 들었다."

이 문장에서 멈추었다. 글과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가슴 따뜻해지는 정의 출발점이 여기로 보인다. 누구든 몸과 마음이 일상의 버거움으로 인해 먼길 돌아다니더라도 결국 다시 여기 사람에 이르러 안식을 얻을 것이다.

"간절한 기다림과 아름다운 슬픔을 쓰고 그렸다"고 한다. 페북에서 만나는 그의 진실성을 믿는다.

책은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읽기까지 해야 비로소 독자의 의무가 완성된다. 夏至의 더위를 식히기에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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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22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에 이르기위해 풍경을 보고 들었다.
캘리그라피를 떠올리는 문장입니다.

무진無盡 2022-06-28 19:41   좋아요 1 | URL
그 문장에 매료되었답니다
 

獨坐自彈琴 독좌자탄금
獨飮頻擧酒 독음빈거주
旣不負吾耳 기불부오이
又不負吾口 우불부오구
何須待知音 하수대지음
亦莫須飮友 역막수음우
適意則爲歡 적의칙위환
此言吾必取 차언오필취

홀로 앉아 거문고 타고
홀로 잔 들어 자주 마시니
이미 내 귀를 저버리지 않고
또 내 입을 저버리지도 않았네
어찌 꼭 음률 알아주길 바랄 건가
함께 마실 벗 기다릴 것 없구려
뜻에만 맞으면 즐겁다는
이 말을 나는 따르리라

*고려사람 이규보(1168~1241)의 시 '생각나는 대로' 다. 어쩌다보니 요즘 이 옛사람의 시를 자주 만난다. 시간을 초월하여 情이 통하는 것일까 싶다가도 그냥 피식 미소지으며 나를 돌아 본다.

혼자서 잘 노는 것이 나이들어가는 이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들었는데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知音지음을 얻는다는 이야기는 선택받은 이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면 혼자 즐기는 獨樂독락이야말로 즐거움의 으뜸이 아닐까.

더위에 지친 일상에 꽃이 건네는 미소가 참으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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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꽃나무
모든 꽃은 어느 순간이나 아름답다.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주목 받아야 한다. 잠시 피는 꽃이지만 꽃이 피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열매 맺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꽃이 동등하게 주목 받지는 못한다. 사람 마다 취향과 호불호가 다르고 보는 목적이 달라서다. 나 역시 수많은 꽃을 찾아 발품 팔면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꽃은 따로 있다. 그 중 이 함박꽃나무가 선두다.

깨끗하고 탐스러우며 특유의 향기 또한 은근하고 깊다. 꽃잎의 백색과 붉은 빛이 도는 수술에 꽃밥의 밝은 홍색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면서도 기품있는 단아함을 보여준다. 모양, 색, 향기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때를 기다려 높은 산을 올라 기어이 보고나서야 비로소 여름을 맞이한다는 혼자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나에게는 나름 봄과 여름을 가르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이 꽃을 본다는 핑개로 무등산을 올랐는데 언제부턴가 지리산에서 눈맞춤하게 된다. 올해는 가뭄 탓인지 노고단도 세석평전에서도 꽃보기가 쉽지가 않다.

전국 숲에서 자라지만 눈여겨 보는 이가 많지 않다. 비교적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사는 이유도 한몫 한다.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으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며, 국화로 지정하고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명은 함박꽃나무다.

곱다. 흰 꽃이 잎이 난 다음에 밑을 향해 달려 피는데 향기가 좋다. 꽃그늘아래 있다보면 꽃향기에 취해 나무 곁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다. 함박꽃나무, 입안에 머무는 이름이 꽃만큼이나 좋은 여운을 남긴다.

백련의 숭고함도 아니고 백모란의 원숙미와도 다르다. 순백의 꽃잎을 살포시 열어 보일듯 말듯 미소 짓는 자태가 중년으로 접어드는 여인이 곱게 단장하고 옅은 미소를 띈 모습으로 연상된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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