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나 꽃을 피울 수 있다.

여름 대밭의 주인공으로 피어날 때를 기다린다. 적당한 그늘과 습기, 온도가 만들어 주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질 때를 기다려 비로소 문을 연다. 이미 시작되었으니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치마를 펼치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춤을 출 때가 곧 오리라는 것을 안다.

뒷담을 넘어온 저녁 공기가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은근하게 알려온다. 풀벌레 소리 또한 박자를 맞추어 그게 맞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에 가득 쌓아두는 일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기다림은 언제나 먼 훗날의 이야기며 늘 내 몫이라지만 지나고 보면 또 지극히 짧은 시간 아니던가.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슴에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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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나리
슬글슬금 땅나리 이야기가 들려오면 제주의 검은돌 해변이 떠오른다. 첫눈맞춤을 제주도에서 했고 이맘때면 제주도 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어서다.
 
벗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오롯이 혼자 볼 때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조금씩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한 대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있어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딘지 모른 바닷가 까만 돌 위에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의 꽃이 우뚝섰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 서서 모두를 아우르는 듯하다. 작은 키가 당당함을 전하는 비법인양 오히려 의젓하게 보인다.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 또는 짙은 붉은색의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핀다. 다른 나리꽃들에 비해 꽃 크기도 키도 작다. 특유의 색으로도 주목되지만 고개숙여 핀 모습에서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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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희풀'
동일한 숲을 반복해서 가다보면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익숙한 풍경에서 새로운 것이 쉽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숲은 단 한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같은 곳을 시차를 두고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이유다.

굽은 길을 돌아 조금만 더가면 무엇이 있는지 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꾼 곳 입구에 문지기 처럼 서 있다. 매해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 무넹기에서 만난다.

조희풀, 나무인데 풀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로 한여름에 보라색 꽃이 핀다. 병조희풀은 꽃받침 잎의 밑이 통 모양이고 윗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리며 끝이 뒤로 젖혀진다는 특징이 있어 얻은 이름이다.

보라색의 신비스러움에 수줍은듯 속내를 살며시 드러내는 모습에서 연유한 것일까. '사랑의 이야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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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박균호, 갈매나무

한동안(2009년~2019년), 책을 줄기차게 구입하고 읽고 리뷰를 썼다. 리뷰만 쌓인 것이 1500권이 넘었다. 그렇게 늘 함께하던 책을 어느 순간 놓았다. 지금 머릿속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는듯 싶다. 그 많은 책 다 어디로 갔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가지는 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컷을 것이다. 일상에서 책과 함께하던 시간을 다른 것이 채우긴 했지만 머릿속은 아직 책이 있다. 아직도 머리맡에는 여려권의 책이 있다는 것이 그를 증명하는 것이라 믿는다.

박균호, 저자와의 인연은 '오래된 새책'이었을 것이다. 한창 리뷰를 쓰던 시절에 저자가 발간한 첫 책에 대한 리뷰를 썼고 그 글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후로는 자기 분야를 확고히 세운 저자를 독자로 멀리서 보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책을 손에서 놓은 지금 다시 책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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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심붓꽃
유독 강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꽃이 있다. 현실의 모습과 사진이 주는 간격에 차이가 있다지만 그것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먼 곳에서만 들리던 꽃소식이 눈앞에 펼쳐지지 그야말로 황홀한 세상이다.
 
작디작은 것이 많은 것을 담았다. 가냘픈 모양도 온기 가득한 색깔도 색감의 차이가 주는 깊이도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다. 여리여리함이 주는 유혹이 강하여 손에 쥐고 싶은 욕망을 불러온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어떤이의 결혼식에서 첫눈맞춤 하고 제주도에서 보다가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불일암에서 다시 만나고 내 뜰에도 들였는데 올해는 고인돌공원 한모서리에서 느긋하게 만났다.
 
자명등自明燈일까. 마음자리의 본 바탕이 이와같다는 듯 스스로 밝다. 하룻만에 피고 지는 꽃의 절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 더 주목받는다.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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