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귀쓴풀
지리산 반야봉 당일치기를 감행하게 했지만 헛탕을 치고 말았다. 다음해를 기다려 가야산을 올랐다. 그후론 매년 가야산을 오른다.
 
자욱한 안개 속에 펼쳐진 고지대 꽃밭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키는 작고 색은 진하며 무리지어 핀 꽂들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장소를 바꿔 오르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연신 다독거린다. 여름 무더위 속에서 높은 산에 오르는 이유다.
 
작은 키에 가늘고 긴 가지가 많다. 그 가지 끝에 아주 조그마한 꽃이 핀다. 하얀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어 그나마 쉽게 눈에 보인다. 작아서 더 귀하게 보이는 꽃이 한없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네귀쓴풀이란 귀처럼 생긴 꽃잎이 4개로 갈라지며, 쓴맛을 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좌우 대칭으로 갈라진 꽃잎과 하얀색과 자주색 점 그리고 꽃술의 어울림이 참으로 이쁘다.
 
차로는 갈 수 없는 높은 산에서만 살아 보고 싶은 이들의 속내를 태울만한 식물이다. 여러가지 조건으로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숨을 안겨주는 꽃이기도 하다. 지각知覺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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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나리'
지난해는 남덕유산(1507m)을 오르게 했던 꽃을 올해는 가야산(1430m)에서 만났다. 남덕유산에 비해 다소 단조로운 능선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꽃놀이하느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비로 기억되는 가야산은 여름 꽃의 천국이다. 그 안에 주목하는 것은 솔나리와 네귀쓴풀이라지만 그외에도 자주꿩의다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꽃들을 만날 수 있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화사하다.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막 피어나는 아씨를 닮았다지만 내게는 삶의 속내를 다 알면서도 여전히 여인이고 싶은 중년의 수줍음으로 보인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남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살며시 전해주는 꽃의 말이 깊고 따스하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좋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마음이 일어나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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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디여린 것이 굳은 땅을 뚫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언 땅, 모진 비바람,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도 꽃을 피우는 일의 근본적인 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명을 가진 모두는 저마다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굳건히 설 힘을 갖고 태어난다. 그 힘은 자신을 지켜줄 무엇이 있음을 태생적으로 믿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설령 비바람에 꺾일지라도 멈출 수 없는 그 힘이다.

솔나리가 꽃대를 올렸다. 아직 남은 힘을 다해 꽃봉우리를 더 내밀어야 하기에 먼 길을 준비하듯 다소 느긋할 여유도 있어 보인다. 어느 한 순간도 꽃으로 피어난 그 때를 잊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꽃 피고 열매 맺는 수고로움을 환한 미소와 향기로 견디는 것은 벌, 나비, 바람 등에 의지해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으로 멈추지 않을 수 있다.

그대 또한 가슴 속에 그런 믿음을 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나 비바람 몰아치는 중심에서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것, 그 믿음이 삶의 배경이다.

그 힘을 믿기에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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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난초
여름 제주 숲은 습기를 가득 품은 공기로 무겁기만 하다. 여기에 조금만 걸어도 달려드는 모기가 극성이다. 그것이 대수랴. 보고자 하는 꽃이 거기 있다는데 지체할 틈이 없다.
 
한번 와 본 곳이라고 익숙한 분위기의 숲에서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 거리다 보고싶은 것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조금 거리를 두고 이리저리 살피다가 기다렸던 눈맞춤을 한다.
 
습도가 높고 반그늘 혹은 음지의 토양에 부엽질이 풍부한 곳에서 자란다는 흑난초가 주인공이다. 흑이라고 먹색은 아니다 자색이 약간 섞인 묘한색이 볼수록 매력적이다.
 
"신안군의 섬과 제주도 한라산에 드물게 분포하는 야생란으로, 멸종위기식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흑난초의 녹화라는데 이정도 차이면 다른 이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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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시인 본색(本色)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烏骨鷄)!

*정희성 시인의 시 "시인 본색(本色)"이다. 이 시를 처음 접한 마누라가 나를 처다보며 알듯모를듯 미소짓던 그 얼굴이 떠오른다. 사람 사는게 다 사는게 비슷하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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