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입학식 - 조선의 국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키워드 한국문화 4
김문식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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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 속에 담은 뜻 - 제왕으로 가는 길, 입학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한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교육의 내용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이리라. 하지만 오늘날 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목소리를 높인지도 오래되었다. 오늘 당장의 결과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아쉽다.

나는 우리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유, 무형의 문화유산과 더불어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기록물 역시 늘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역사의 중심엔 권력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권력을 둘러싼 다툼과 그에 얽힌 이야기 중 단연코 왕권과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절대왕권의 나라에서 왕은 어떻게 만들어 지며 왕에서 왕으로 이어지는 권력은 어떻게 준비되는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제왕학, 하늘을 대신해서 백성의 안위를 살피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가는 왕이 되기 위한 출발 바로 그것이다.

[왕세자의 입학식]은 그런 왕위의 계승자가 왕으로써 갖춰야 할 소양을 쌓는 출발점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국립교육기관인 성균관에 왕세자들이 입학하는 입학례를 중심으로 제왕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왕세자입학도첩(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을 통해 상세하게 살피고 있다.

우선 왕세자의 입학식 풍경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홉 살 어린나이 효명세자는 엄격한 절차에 의거하여 궁궐을 나서는 순간부터 공자의 문묘에 술을 올려 신고하고 박사를 앞에 꿇어앉아 소학을 문답하고 다시 궁으로 돌아오는 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조선의 예법과 절차에 관하여 기록한 책 [국조오례의]에 의거해서 차기 왕으로 내정된 왕세자의 품위에 맞는 격식과 내용을 겸비한 행해지는 나라의 공식적인 행사다.

저자는 입학식이 전 과정이 담긴 왕세자입학도첩의 각 그림들을 상세히 관찰하고 왕세자의 구채적인 행보와 참여하는 사람 그리고 그에 담긴 의미와 뒷이야기까지를 이야기 한다. 유교를 중심으로 한 조선에서 최고 가치는 유학의 가르침이었다. 그에 따라 유학을 가르치는 중심 성균관의 위상이 어느 때 보다 높게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입학식에 환관이 어린 왕세자를 보필하기 위해 참석하는 것도 막을 정도였다. 이는 당연하게 공자의 유학의 근간인 부자, 군신, 장유의 예를 지켜는 명분이며 조선을 유지하고 지탱해온 근간에 대한 출발로 보았다고 평가한다.

차기 왕위를 이어갈 왕세자에 대한 교육은 일찍부터 시작한다. 시강원이 설치되고 원로대신을 스승으로 모셔 왕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을 배운다. 하루 종일 강의와 학습으로 이어지는 일상에 매월 두 차례 치러지는 회강에선 임금을 비롯하여 시강원 사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배운 교육의 결과를 평가받기도 했다.

[왕세자의 입학식]을 통해 저자는 왕세자의 입학식 풍경 뿐 아니라 입학례가 치러지는 전후 과정을 살펴 왕세자의 입학례가 가지는 의미를 더 자세하게 밝힌다. 입학례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왕이 선물을 준다거나 별시를 통해 관리를 선발하고 범죄자들을 사면하는 등 전 국가적으로 왕세자의 입학례를 통해 온 나라가 축하하고 기뻐하는 모습과 왕의 나라에서 후계자의 성장이 가지는 의미를 밝히고 있다. 또한 왕들의 왕세자에 대한 부모의 애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에선 시대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모마음의 따스함을 알 수 있다.

왕세자의 입학식이라고 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입학식 장면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중심이다. 형식에 치우친 면이 아쉽다는 말이다. 성균관 입학례에 박사와 대면하는 교육에서 언급되는 소학과 대학이 다뤄지긴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교육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더 상세하게 언급되었다면 왕세자의 제왕학에 대한 이해를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역사책이나 드라마에서 평생 학문을 연구한 학자들보다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원로대신들과 학문과 정책을 나누는 왕들의 모습에서 어떻게 공부했기에 이럴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세종이나 영조, 정조를 비롯한 왕들의 모습은 그들 한 사람의 노력뿐 아니라 학문을 중요시 여기는 조선의 제왕학이 있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보게 된다.

스승 앞에선 책상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까다로운 격식이 요구되는 입학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학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왕이 갖춰야 할 성군의 기본 소양과 자질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삼국시대, 고려, 조선으로 이어져오며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오랜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근간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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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유고 - 조선 중기의 명재상 양파 정태화 문집
정태화 지음, 박세욱 외 옮김, 이장우 감수 / 연암서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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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재상 양파 정태화
시대를 불문하고 학문을 하는 사람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스승과 제자를 잘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스승은 자신의 뜻을 잘 펼 수 있는 방향성을 잡아 올바른 길을 가는 지침을 얻기 위해서 일 것이고 제자를 잘 두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자신이 일구어 온 업적을 후대에 남기며 빛을 발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리라 생각된다. 스승에서 자신 그리고 제자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그 분야의 성과가 오롯이 남겨지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당대를 당차게 살았던 사람들이나 조용히 초야에 묻혀 오직 자신의 학문의 성취를 이뤄가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중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그 사람의 흔적이 기록물로 남아 있거나 구전되는 이야기 속에서만 알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잊혀져간 사람과 그들의 업적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안타까움마저 일어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이지만 잘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을 만난다. 수 백 년이 지난 오늘 그 사람의 문집 [양파유고]를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사람 정태화다. 안동김씨와 동래정씨가 명문집안으로 실세를 보였던 시기 정씨집안에서 태어난 양파 정태화는 조선시대 선조 때 태어나 인조, 효종, 현종 대를 거치는 지극히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살았다. 그것도 평범한 삶이 아니라 임금을 보좌하는 재상으로 20여년을 지낸 사람이다. 인조 때 최명길에 의해 인정받기 시작한 후 병자호란을 거쳐 조정에서 능력을 인정 받았으며 이후 접반사로 봉직하며 민감한 외교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효조의 북벌정책에 호응하였으며 송시열과 송준길 등을 정계로 이끌기도 했다. 자식을 효종의 딸과 혼인시켜 왕족과의 사이가 더욱 긴밀하게 되기도 했다. 어지러운 시대, 당색에 의해 목숨조차 유지하기 어려웠던 시대를 권력의 핵심부에서 오랫동안 재상을 역임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인 사람이다. 저서로는 포사일기, 서행기, 음빙록, 기해일기 등이 있다.

[양파유고]는 바로 양파 정태화의 문집을 번역한 책이다. 권력의 핵심부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문인들과 교류하며 나눈 시문과 임금의 부름에 답하는 상소문, 일상적인 삶을 기록한 글을 비롯하여 연행록, 접반사, 기해일기 등 다양한 글들을 담고 있다. 1권부터 6권까지는 주로 자신의 창작시, 답시, 만시 등 시문을 기록하고 7권과 8권은 상소문을 모았다. 주로 사직에 관련된 상소문이 주류를 이룬다. 9권은 제문이나 발, 표전 등을 수록하고 10권은 포사일기로 각화사에 있던 사고를 살펴보는 과정을 기록하였다. 11권은 기해일기로 효종이 승하한날부터 국상을 준비하고 치루는 전체 일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12권은 원접사로 중국 사신을 맞이하고 송별하는 과정을 기록한 서행기다. 13권과 14권은 중국을 다녀온 기록으로 날짜별로 기록한 일기다. 15권은 사직 상소를 허락하지 않은 답글과 어찰을 기록하였다. 부록으로 김석주의 글을 비롯하여 임금의 교서 등이 수록되어 있다.

1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고 익숙하지 않은 한문본을 번역한 글이지만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권력의 실세로 살며 22년이나 재상을 지낸 사람의 글이라고는 하지만 나라와 임금에 대한 충성스러운 마음, 아버지에 대한 효성이 묻어나는 사직상소문, 문인들과 나눈 시문 등에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글들이 있어 딱딱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국가 중요행사나 개인적인 교류에서 사람들이 시문을 짓고 나누는 모습이 생소하지만 또한 부러움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학문에 대한 공부가 부럽다는 것이다.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효종의 죽음으로 시작된 예송논쟁, 명나라에 대한 의리가 중요한 때 청에 대한 북벌론 등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짐작해 보는 것이다. 목숨이 달린 혼란스러운 시대를 당파에 메이지 않고 나름대로 처세한 정태화의 모습이 보이는 듯싶다. 11권의 기해일기 또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모시던 임금이 죽음과 그 후 처리과정을 날짜별로 상세한 기록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지난해 전직 대통령의 죽음과 그 후 장례절차를 보며 왕의 나라에서 왕의 죽음과 관련 된 복잡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또한 13권과 14권에 수록된 중국 방문에 대한 기록이다. 힘들고 거친 일정을 다녀온 사람의 마음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후대 사람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생각하며 읽어가는 맛이 좋았다.

방대한 분량을 한권으로 옮겨 놓는다는 점의 어려움이 있지만 본문과 주석의 구분이 별 차이가 없어 처음 책을 읽어가는 동안 어려움이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의 경우 주석이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겠지만 본문보다 작은 글씨로 눈에 들어오게 편집이 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사족을 보텐다. 그만큼 그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는 말이다.

황희 정승하면 누구나 알지만 그와 버금갈 정도로 오랜 기간 정승을 지낸 사람 정태화는 낯설기만 하다. 무엇이 이렇게 달리 보이게 만들었을까? 역사적 인물을 후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계기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사람이 살았던 당시 삶을 비롯하여 다시 그 사람을 보게 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다. 한사람의 삶은 개인적인 것 뿐 아니라 당시를 사는 시대정신이 함께 들어있기에 한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문집을 오늘에 되살려 내는 노력이 세삼 소중한 일임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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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 여자 - 푸른 파도 위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김상옥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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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춤으로 이어지는 사람의 마음
가끔 바다에 간다. 일부러 바다를 보기위해 가기도 하지만 바다와 마주선 순간은 늘 먹먹한 기분이다. 바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말없이 다 받아주고 있다. 싫든 좋든 선택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태생이 그렇다. 하여 넓고 깊은 품에 세상을 말없이 받아들이다가도 때론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격정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한때 바다의 그러한 넉넉한 품이 그리워 마주선 바다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깊고 깊은 그 속에 담겨져 있을 말없는 슬픔을 감내하는 바다의 깊은 마음을...

[북 치는 여자]는 바로 진도북춤의 근원지인 진도가 무대이고 그 진도북춤을 추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김상옥이라는 작가의 신작 소설인데 작가의 대표작이로 할 [하얀 기억 속의 너] 이후 한 여자의 너무 슬퍼 차라리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적 문화유산과 섬사람들의 질박한 삶이 잘 이어져 오는 진도의 부잣집 외동딸 은서와 한 5년 전 진도 땅에 자리 잡은 작가의 만남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갯바위 낚시에서 보기 드는 대물을 낚았지만 다시 바다로 놓아주는 은서의 행동에 관심을 보인 하윤은 그 여자의 행방을 찾아 수소문 하지만 여의치 못하고 국립진도국악원 공연장에서 진도북춤을 추는 사람이 찾았던 그 여자임을 알고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은서라는 여자와 직접적인 대면 없이 주변 사람들의 머뭇거림 속에서 들은 이야기는 그녀의 파란 만장한 이야기를 짐작하게 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은서는 북춤에 매료되어 국악을 전공하게 되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외국 공연단에 뽑혀 미국공연을 하던 도중 아버지의 사고소식을 듣고 귀국, 어머니와 아버지의 간병을 지극정성으로 하지만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만다. 부모를 잃은 슬픔도 잠시 아버지의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고 뒷수습을 하면서 범인을 잡으려는 은서의 행동은 계속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범인은 죽었지만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이후 다시 진도북춤을 추면서 생활하지만 그 충격은 내내 가슴속에 자리 잡아 삶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하윤과 은서의 만남은 다시 낚시로 이어진다. 갯바위 낚시에서 풍랑에 휩쓸린 은서를 구하면서 본격적인 대면을 하게 되는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삶을 누르고 있는 무게로 인해 서로를 알아보게 되고 은서는 가슴속에 쌓아 두었던 삶의 무게를 고백을 통해 하윤에게 털어 놓으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마음을 터놓은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지만 각기 다른 길을 떠난다.

자전적 소설을 쓴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소설 속에 여기저기 등장하여 굳이 전작 [하얀 기억 속의 너]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한다. 어떤 사람이든 가슴속 묻어둔 이야기 하나쯤은 있겠지만 작가의 경험은 상식을 넘어서는 애절함이 있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내용이지만 읽어가는 속도를 멈출 수 없게 하는 흡입력이 있는 글 솜씨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만큼 단숨에 읽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여운을 깊고도 길게 이어진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구도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가족, 배신, 사랑의 모습이 주인공들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아 있고, 진도 사람들과 진도 북춤이 보여주는 내면의 모습과 은근히 이어지고 있다. 바다, 낚시, 섬 그리고 북춤을 매개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당당하고 숙연하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북장단에 넋을 놓고 진도 북춤을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국립진도국악원의 마당에서 바라본 바다의 전경도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진도북춤의 아버지로 불리는 박병천 선생님의 사후 진도 북춤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많다고 한다.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누구나 갈망하는 것이 사랑이지만 그 모습과 형태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이 소설에 나타나는 사랑, 하윤의 경험이나 새롭게 다가오는 사랑, 주부의 경험이든 은서가 바라는 사랑이든 이 모두 모범 정답은 아닐 것이다. 누구든 자신 만이 개척하고 누려나가야 할 삶의 굴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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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성의 철학적 담론
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 문예출판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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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인 현대를 규정하는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산업사회의 발달로 재화의 생산력이 급속하게 발전했고 단순한 사회형태 또한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각각의 자기모델을 만들어 성장해왔다. 근대사회 이후 급속한 변화에 대해 이를 올바로 파악하고 나아가 미래를 전망하려는 사람들의 노력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인간의 욕구가 각기 다양한 분야에서 분출했고 그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21세기에 대한 사상적 전망을 가져와야 하는 시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래의 다가올 사회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사상가들이 많다. 그들 중 오늘날 대표적 사상가로 위르겐 하버마스가 있다. 그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 사회학에서의 비판적 합리주의, 정신과학에서의 해석학의 방법논쟁을 통하여 마르크스주의에 결핍된 유연한 방법론적 기초를 제공하였다. 주요 저서에 [이데올로기로서의 기술과 과학], [사적(史的) 유물론의 재건을 위하여] 등이 있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은 바로 하버마스가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열두 차례 강의한 내용을 옮겨 만들어진 저서이다. 하버마스의 주장에 의하면 현대란 특정한 시대를 일컬어 말함이고 현대성이란 한 시대를 시대로서 규정하는 규범적 방향성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 현대성을 대표하는 말의 중심에 자리 잡고 논란이 되어온 말이 모더니즘과 포스모더니즘이다. 우선 모더니즘이란 근대이후 과학이나 합리주의를 중시하고 근대화를 지향하는 말이며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서구의 종교 등 외적인 힘보다 인간의 이성을 믿는 이성 중심주의와 합리주의를 반대하는 사상적 흐름을 말하고 있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경향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밝힐 것인가를 사회의 여러 가지 분야를 통틀어 분석하고 있다. 그 속에는 헤겔, 니체,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하이데거, 데리다, 푸코 등의 사상가들에게서 보이는 사상에 나타난 현대성을 상호 비교함으로써 철학, 경제학, 인문학 등 사회 전반에 대두되는 관심사를 살펴나가고 있다.

한 사회를 분석하고 그 사회가 담아내고 있는 사상적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히 난해하고 어려운 책을 접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하버마스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젖혀두고서라도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적 흐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본다.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통섭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각기 다양한 분야의 발전된 기술을 한 분야가 아닌 서로 교류를 통한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찾는 이론이라는 의미에서 염두에 둘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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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의 유토피아 -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꿈꾼 세계 키워드 한국문화 5
서신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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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라도 가고 싶은 그곳
현실을 살아가기가 어렵고 답답할수록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의 모색으로 복권을 사기도 하지만 간혹 이룰수 없는 꿈을 꾸기도 한다. 마음의 고통이나 억매여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꿈속에서나마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가는 자신의 이상적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간절함이 있고 늘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가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이상향을 찾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있어왔기에 앞선 시대를 살아온 선조들은 그 이상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는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 본다면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닐 것이다.

[조선인의 유토피아]는 그렇게 선조들의 삶속에 살아 숨 쉬고 있던 이상향에 대한 모티브를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에서 찾아보고 있다. 안견이 그렸다고는 하지만 그리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안평대군이 꾸었다는 꿈이기에 이야기 중심은 당연하게 안평대군으로 모아지고 있다. 안평대군은 세종의 셋째아들이며 문종 때 주로 활동하였으며 둘째 형 수양대군의 권력에 맞서는 모습이었다. 계유정난으로 강화도로 귀양을 갔으며 다시 교동도로 유배되고 그곳에서 30대 중반인 나이에 사사되었다. 시문을 비롯하여 그림, 가야금 등에 예능에 능하고 특히 글씨에 뛰어나 명필로 꼽혔다.

이 책은 몽유도원도를 시작으로 이상사회에 대해 문헌상 나타나는 기원을 찾아보고 이상향의 다양한 형태와 그 구체적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있다. 중국 남북조시대 한유의 제도원도시로부터 도연명의 도화원기 등 이상향에 대한 기원을 찾아보며 각 시대별로 이상향이 담고 있는 사상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찾아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이상향을 실제로 구현한 사례인 지상에 건설된 낙원 - 판미동을 찾아보고 그 실현 가능성까지를 살피고 있다.

군주의 나라에서 왕이 되지 못하고 왕의 형제로 살아가기에 너무 험난한 시대를 살았던 안평대군의 삶속에서 그가 그리던 이상향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시대적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안평대군에게 꿈속에서 본 깊은 계곡 복숭아꽃 활짝 핀 무릉도원은 심상치 않게 다가왔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화동, 유토피아, 무릉도원, 이상향, 청학동, 선계 등 불리는 이름은 각기 다르나 그것이 담고 있는 뜻은 모두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과는 다른 꿈의 세계, 소망하는 세상을 말하고 있다. 역사 이래 이러한 이상향을 찾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다. 그것은 어느 시대에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녹녹치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상사회가 담고 있었던 지향점이 마냥 놀고먹는 사회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의 성과를 공평하게 나누며 권력으로부터 착취당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순박한 꿈인가? 발 딛고 사는 현실을 떠난 꿈같은 사회, 이상향을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결코 허황된 꿈으로 치부하기에는 허전한 무엇인가가 있다. 옛날이나 현대에 이르러서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고 표방한다. 하지만 백성들에게 돌아오는 현실은 암울하기만 한 세상이다. 그래서 늘 꿈같은 이상세계, 꿈속의 이상향을 찾는 여정은 멈추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상향들이 한결같이 깊은 산중 찾지 못하는 곳에 있으며 속세와의 단절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하는 바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안평대군의 꿈속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운명과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나라를 잃고 남의나라에서 서러운 운명을 살아가는 몽유도원도의 운명이 어쩜 비슷해 보인다. 키워드 한국 문화는 바로 이렇게 우리 선조의 숨결이 담겨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하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한 점의 그림을 통해 참으로 많은 역사적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음을 확인한다.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그 존재를 밝히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다. 안평대군이 발하고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의 실물을 우리 품에서 볼 수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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