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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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음악 사이, 사랑의 다리를 놓다
대금을 손에 잡은 지 2년, 아직 발걸음도 때지 못한 수준이지만 어느 순간 ‘아~ 그래 이 소리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불고 또 불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때 마음에 와 닿았던 그 느낌과 순간적인 전율이 있어 어렵기만 한 대금을 다시 손에 들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소리를 내어 우는 것은 가슴 속에 품은 바가 있기 때문이오. 음악이라는 것은 가운데 맺힌 바가 있어 밖으로 새는 것을 말한다. 잘 우는 것을 가려 뽑아 그것을 빌려 울게 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 송나라 이후 성리학의 선구자였던 문학가 및 사상가 한유라는 사람이 악기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여덟 가지 재료 팔음을 두고 이른 말이다. 창작하는 예술가의 마음 깊은 울림이 있어야 비로소 예술일수 있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소리든 예술이라는 영역에 포함되는 그 어떤 것이든 다 사람이 창작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 창작자의 내면이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속 깊은 울림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는 것, 그것이 예술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요소로 인해 창작을 하는 예술가와 그 예술품을 감상하는 관객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고 비로소 공감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은 예술가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그 순간을 잡아내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과 음악,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영역 같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정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저자 노엘라는 남다른 눈으로 이 점을 잘 활용하여 그림과 음악사이 보이지 않은 끈을 이어주고 있다.

저자 노엘라의 가슴 깊은 공감에 의해 선택된 그림과 음악, 화가와 음악가들은 우리 눈과 귀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모네와 드뷔시, 실레와 베르크, 들라크루아와 베를리오즈, 모로 와 바그너, 클림트와 시마노프스키, 칼로와 뒤 프레, 미켈란젤로와 데 프레, 뭉크와 쇤베르크, 발라동와 말러 등 40여 명에 달하는 활동했던 시대를 불문하고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 작품들 사이에 소통되는 공감대를 찾아 보여주고 들려준다. 저자는 그 소통의 기준을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으로 선택한다. 바로 ‘사랑’이라는 지고지순한 감정 말이다.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음악을 듣고 얻는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고, 둘 사이에는 오히려 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갈라놓은 장벽을 허물려는 강한 파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로 닮아있다. 바로 처음 보는 남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서로 그 소중한 감정을 공유하며 또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가는 일련의 시간처럼 말이다. 저자는 음악과 그림 사이 공존하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저자 자신을 삶을 이입시키고 있다. 외롭고 힘들었던 유학생활 그리고 사랑을 하는 동안 자신의 얻은 희열, 열정, 배신, 질투, 불안, 고독, 그리움 등의 솔직한 속내를 그대로 내 보이고 있다.

이 책은 고독, 외로움, 갈망, 그리움 그리고 사랑 등의 감정을 다스려가는 성찰의 길의 한 순간을 담아내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친 영혼과 마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음악과 그림이 공존하지만 나에게 이 책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음악에 있어서는 저자의 감성만큼 공감하기에는 부족함을 느낀다. 부록으로 저자가 이야기 하는 음악이 함께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저자 노엘라는 젊다. 그래서 삶과 사랑의 가능성에 대단히 열정적이다. 그 속에는 ‘내가 알고 있는 나로부터 벗어나는 것,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해보는 것, 그것으로부터 나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잠재해 있다. 예술가로, 삶을 영위하는 한 인간으로, 세상을 다 품에 안을 수 있는 여성으로 사랑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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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역사다 - 전선기자 정문태가 기록한 아시아 현대사
정문태 지음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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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가슴,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볼 일이다
아직 어린나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그때 태극기를 두른 형님들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응시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이 무슨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 알게 되면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뭔지 모를 그때 그 호기심을 찾고 해결해 가는 길이었다고 본다. 그때가 바로 1980년 5월이었다. 고립, 통제 속에 한 외국인의 눈에 잡힌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국 현대사의 뜨거움 감자로 등장했다.

해방 후 우리의 현대사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아시아의 나라들과 사람들을 보게 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을 비롯한 강대국의 정치 경제적 이권에 의해 유린되어온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현대사는 전쟁, 혁명과 쿠테타라는 단어와 떨어질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이면서 그것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나라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현장은 역사다] 이 책은 외국 기자라는 신분으로 아시아의 격변하는 현장을 목숨을 건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한 정문태라는 한 기자의 결과물이다. 분쟁과 전쟁의 상황에 내몰린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다닌 기자의 눈이 비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내 눈 앞에 활동사진처럼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현장은 역사다]에는 인도네시아, 아쩨, 동티모르, 버마, 캄보디아, 말레이사아, 타이의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멀리는 식민지의 개척자였던 유럽의 나라들과 민족국가를 세우기 위한 분리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눈물 나는 이야기, 킬링필드라는 미 제국주의 홍보용 영화로 유명한 대 학살,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투쟁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각 나라마다 속사정과 내용은 다소 상이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비슷하다. 우리가 겪었던 그 아픈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현장은 역사다’라는 이 책의 제목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적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이 책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이 담겨있다. 포탄이 터지는 현장에 있었고 그 일을 저질렀거나 반대했던 대통령, 총리, 혁명 지도자들을 직접만나 인터뷰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관심 갖지 않아 몰랐던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볼 수 있다. 또한 저자는 현장만을 전달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그 일이 벌어지게 되는 전후 사정을 꼼꼼하게 따지며 의문점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 기자가 가지는 순발력에 치밀함 그리고 정의의 편에 서려는 마음까지 담아내고 있다.

현대사회를 일컬어 지구 공동체 또는 지구촌이라 부른다. 이 말은 지구라는 공간을 우리가 느끼는 물리적, 심리적인 거리가 그만큼 가깝고 또 나라와 민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인 교류와 소통이 주류를 이뤄가는 사회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간성 말살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현장은 역사다]라는 한 기자의 노력에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아시아의 현대사를 접한다. 우리 역시 굴곡진 현대사를 가졌기에 다른 아시아의 나라와 그 국민들의 삶이 우리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향한 자신의 시각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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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3판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3
E. H. 카 지음, 권오석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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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스펙트럼을 갖추다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는 사람들의 경우 다수가 경험하겠지만 한권의 책이나 한 사람의 저자에게서 얻은 공감으로 매료되어 같은 주제나 동일한 저자의 책을 찾아 읽는 경험이 있다. 이것은 나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탐구과정이었다. 그중 하나가 우리 역사인 조선시대의 획을 그었던 왕, 정조에 대한 관심이 10여권이 훌쩍 넘어서는 정조관련 책으로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덕일이라는 저자를 알게 되었고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 알게 된 <조선의 힘>의 저자 오항녕의 저서를 접하게 되면서 이덕일에 대한 관심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특정한 저자에 끌린다는 것은 그 자자가 책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주장에 공감하는 면이 많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저자를 통해 얻었던 지식이나 공감이 다른 저자의 주장을 접하면서 흔들리는 것은 아마도 내가 가진 지식이 미흡했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한발 나아가 책을 출판하는 저자라면 당연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특히, 소설 등의 문학이라는 장르가 아닌 역사서라면 더욱 강조되는 것이 저자의 ‘책임’이라는 문제가 대두된다고 본다. 일반인이 역사를 바라보는 조건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기에 일반인에게 역사를 전달하는 역사학자나 역사가라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는 그 무게를 점점 더 무거워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점에 다시 만난 책이 바로 E. H. 카(Edward Hallett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다. 막 대학을 입학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려 멋모를 때 접했던 책을 제법 시간이 흘러 다시 접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앞에서 말한 상황에 맞물려 마치 그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듯 조금은 서두른 마음을 읽게 된다. 왜? 사람들은 역사를 접하려고 할까. 나와 같은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춰보고 그 속에서 미래를 꾸려갈 희망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나 역시 이러한 관점으로 그동안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역사 또는 역사적 사실로 이끄는 대중적인 저서로 가장 유명한 책이 바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다. 저자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규정하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의 자세와 역할 그리고 책무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된 1900년 전반기까지의 역사학계의 흐름을 살펴가면서 역사라는 학문이 등장한 배경 뿐 아니라 전반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담아내고 있다. 이는 역사에만 국한되는 시각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지녀야 할 기본 의식에 대해서까지 포괄하고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역사가의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저자는 역사가를 객관적이라고 말할 때 첫째, 그 역사가가 사회와 역사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제한된 시야를 뛰어넘을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그 역사가가 자기 견해를 미래에 대해 투입하고, 따라서 자기 자신의 직접적인 상황에 전적으로 국한되어 있는 역사가들 보다는 과거에 대해 더 깊고 더 지속적인 통찰력을 요구한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역사가 역시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의 시대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자신이 선택한 역사적 사실을 평가, 해석함에 있어 보다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본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며 역사에 관심을 높여가는 현대인들이 많다. 역사소설이나 드라마의 성공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한 관심에서 흥밋거리에서 벗어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으로 나아가길 바래본다. 다시 접하는 [역사란 무엇인가?]는 특히 저자의 긍정적인 역사인식에 공감하게 된다. 현대인들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미래를 개척할 힘을 얻기에 충분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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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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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표하는 표상은 무엇일까?
늘 잊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무엇 하나 상대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흔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낱말도 역시 상대적이기에 나라는 존재도 너라는 존재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 낱말 안에 담겨있는 이러한 상대적인 개념에 대해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고려하면서 살아갈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을 둘러싼 온갖 환경에서 벗어나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행도 결국에 보면 바로 그러한 마음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자신을 얽매어 오던 마음의 부담감을 잠시라도 벗어버리고 싶은 그럼 마음 말이다. 더 나아가 지금 내 모습을 대표하고 있는 얼굴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 같지만 그러한 욕망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이기에 늘 허망한 꿈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타인의 얼굴]은 바로 그러한 잠재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고 부르는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을 비롯하여 자신에게 잠재해 있으며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불쑥 나타나 민망하게 만들거나 때론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러한 욕망을 가면이라는 타인의 얼굴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부인에게 남긴 자기고백의 성격을 가진 수기형식으로 쓰여 졌다. 세권의 노트에 부인에게 보내는 자기고백을 담은 독특한 형식을 통해 담담하지만 세밀하게 인간 내면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타인의 얼굴]은 일본 현대문학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낸 아베 고보(安部公房)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실종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래의 여자, 타인의 얼굴, 불타버린 지도 중에 한 작품이다. 아베 고보는 유명한 작품을 발표한 여타의 작가들이 그렇듯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만주에서 성장했고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고자 했지만 결국 작가의 길을 택했다.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인 인간 소외, 정체성의 상실 현대 사회에 직면한 인간의 내면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을 남겼다.

[타인의 얼굴]은 평범한 도시인이 주인공이 실험실 폭발로 인해 남들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난 이후 가정과 사회에 속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본래 자신의 얼굴을 잃어 버렸기에 타인의 얼굴을 복재한 가면을 통해 변신을 시도한다. 가면이 완성되자 자신과 타인이라는 혼재된 정체성 속에서 갈등하게 된다. 타인의 얼굴을 가졌지만 그 얼굴로도 여전히 ‘타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자기 부인을 유혹한다. 가면을 쓴 주인공에게 유혹당한 부인에 대한 복수로 자기 고백노트를 작성하여 부인에게 읽게 만들지만 그 노트를 읽은 부인은 사라지고 만다. 

[무엇보다도 타인에게 익숙하게 하는 것이 자신을 길들이는 가장 빠른 길임에 틀림없다]

가면이라는 타인의 얼굴로 자신을 포장했지만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대변했던 얼굴을 잃어 버렸기에 자신의 일상에선 낯선 이방인 일수 밖에 없다. 나와 타인을 구분하게 만들지만 또 소통하게 만드는 기본 요소가 나신을 나타내는 얼굴이다. 바로 그 얼굴로 대변되는 소통이라는 것으로부터 소외된 사람이 찾아가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다.

‘가면을 벗어버린 맨얼굴’ 이것은 인간이 가지는 욕망의 이중성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자 아베 고보는 기본적으로 욕망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인간의 내적 갈등을 가면이라는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억제하고자 했던 의지가 무너지고 욕망이 현실화 되어지는 모습을 통해 자기 성찰로 이끌어가고 있다.

주인공의 가면놀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부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인의 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지만 그 부인 또한 이중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면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상대적인 관계 속에서 설령 자신은 맨얼굴로 타인을 대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소통이 기 위해서 나와 타인, 양자가 모두 가면을 벗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소통이 화두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있게 하는 타인에 대한 생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이 얼마나 필요한 것이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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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경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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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지는 긍정의 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괴테의 풀 네임이다. 고백하자면 처음으로 알게 되는 이름처럼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여타의 유명한 저자들처럼 그 명성에 어울리지 못할 만큼 나에게는 친숙하지 못한 작가라는 뜻이 맞는 말일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접하며 다시금 그저 막연함으로 이름만 알고 있는 작가 가 얼마나 많은가 세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사이 책을 손에 들면 가장 먼저 저자의 프로필을 보게 된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도 궁금하지만 저자의 삶과 그 업적을 알게 되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은 독일의 시인 겸 작가이다. 왕실 추밀원 고문인 아버지와 시장의 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고 문예 혁명운동의 선두주자 고트프리트 헤르더에게 독일 민속과 정신에 대한 영향을 받았다. 목사의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사랑에 빠지며 감미로운 서정시들을 많이 썼으며, 변호사로 활동하지만 업무보다는 창작에 몰두한다. 엄격한 규칙이나 규율 등 정형화된 형식을 강조하며 낭만주의와 대비되는 고전주의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그의 저작들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헤르만과 도로테아, 이탈리아 기행, 시와 진실 등이 있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희곡이다. 이 희곡은 15~16세기를 배경으로 실재했다는 파우스트라는 인물과 마술 신앙을 비롯하여 기독교라는 종교와 결부하여 완성했다고 보기도 한다. 요한 파우스트라는 지식인이 추구하는 학문에 대한 탐구와 한 인간의 욕망이 표출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희곡 파우스트는 2부 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문과 이룰 수 없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회의를 느낀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리스와 사후 영혼을 두고 거래를 하면서부터 둘의 여행이 시작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호화스러운 생활과 두 차례의 애절한 사랑을 하게 되지만 마지막 숨을 거두는 파우스트의 모습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을 하기에 이른다.

괴테에 의한 만들어진 파우스트라는 인간형이 표현하는 것이 무엇일까? 파우스트 전설에 담긴 인간의 특징으로 거인적이고 모든 욕망을 향유하려하며, 이 모든 욕망이 하느님의 힘이나 광명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악마와 결탁해야만 이루어지며, 주인공이 멸망하고 연혼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지는 비극으로 끝난다고 한다. 하지만 괴테의 파우스트는 이로부터 한발 나아가고 있다. 이 속에 인간의 긍정적인 의지인 향상성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죽은 후 인간의 영혼을 신에 따스한 품에 깃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만큼이나 방대한 분량의 파우스트는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무대에서 배우들에 의해 해석되어진다는 희곡이 가지는 특징이 될 수도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를 따라가기가 녹녹치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과 이해를 돕고자 실어놓은 해설은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수많은 연구가 있었다. 시대에 따라 사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들이 변하기도 한다. 어떤 시각으로 고전을 볼 것인가 역시 보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정신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다. 괴테의 파우스트 또한 당연하게 그 의미를 해석하는 측면은 현대의 시대정신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죽음, 사랑, 쾌락, 욕망 등 사람의 본성에 대한 탐구는 선과 악이라는 두 축을 통해 신과 악마로 대별되며 지속되어 현대에 이르고 있다. 착한 인간, 긍정의 의지와 어리석은 인간, 나약한 존재는 인간을 둘러싼 온갖 경계에서 늘 갈등할 수밖에 없는 인간 모습의 표현인 것이다. 시대가 변해 인간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달라지던 인간이 가지는 긍정적인 힘이 있기에 역사는 발전해 왔고 미래 또한 그 의지에 의해 개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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