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절대적 권리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 현실과 소설의 세계를 혼동할 권리
 7. 아무 곳에서나 책을 읽을 권리
 8. 골라 읽을 권리
 9. 큰 소리로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다니엘 페나크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게하는 열가지 중에서 
10번째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 권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말 속에 포함된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저자의 책임감을 강하게 제기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책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절대적 권리가 있다는 말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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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
윤정은 지음 / 북포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책장을 돌아보게 하는 자기계발서
최근 책의 유용성을 살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수단으로 책이 가지는 가치가 오늘날 보다 훨씬 높았던 시대라고 볼 수 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로, 세상과 사람의 삶이 담긴 책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었던 ‘책쾌’라는 책의 유통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책을 단순히 밥벌이의 대상의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책에 담긴 세상의 가치와 그 효용의 가치를 알았던 사람들이며 당연히 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책이 가지는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의 저자 윤정은은 바로 그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배운 세상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라온 환경에서 책 밖에 다른 통로가 없었다는 저자의 인생은 책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철학, 역사, 인문, 문학, 시, 예술, 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책 탐구는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는 이 책의 부제가 결코 과정이 아님을 알게 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렇게 빠져 살았던 책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 것은 아니다. 그 책 속에서 배운 모든 것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가는 지혜를 담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꿈을 가지며 그 꿈을 실현할 방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근거를 그동안 섭렵했던 책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에는 저자의 사유의 결과를 총 4부로 나누어 보여준다. 제1부 철학적 사유로 가는 ‘도피와 방황’, 제2부 ‘인풋’이 ‘아웃풋’을 살찌운다, 제3부 나는 ‘은따’가 싫어 글에 빠졌다, 제4부 철학적 사유로 보헤미안 가는 길이 그것이다. 개인의 자잘한 일상에서 출발하는 인생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지금의 생활에서 출발하고 그 생활의 모순을 해결하는 현실로 모아지고 있다. 이 점이 저자가 말하는 철학적 사유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한다. 현실을 벗어난 현학적인 사유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고 현실에 기반을 둔 사고, 그것이 내 철학의 뿌리가 내게 있다는 말로 압축되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자신을 가꿔가도록 만드는 자기계발서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독자의 한 사람인 나에게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말은 다니엘 페니크가 말했다고 하는 독자의 절대적 권리 열 가지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가 그것이다. 한 사람의 독자로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씹고 씹어서 나름대로 소화가 되어야 나올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 저자가 서두에서 말한 대로 라면받침으로 쓰더라도 곁에 두고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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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건지 섬, 그곳에 가고 싶다
문학이 가지는 힘 중 하나는 분명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것이다. 현실이 주는 암울함이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문학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얻는다. 그렇게 따스하고 밝은 이야기를 만났을 때 독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잠시 벗어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미래를 희망으로 가꿔갈 든든한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만날 때 바로 이러한 느낌으로 충만한 기분이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익숙한 언어를 선택해 제목으로 삼지만 이 책은 그러한 법칙을 벗어나 있어 낯설 뿐 아니라 쉽게 다가오지도 못하는 제약이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또 없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전쟁에 대한 칼럼으로 인기 작가가 된 줄리엣은 낯선 사람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자신이 소유하게 된 책에 있는 전 소유자를 찾아 책과 관련된 이야기와 다른 책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점령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건지 섬에서 전쟁 중에서 있었던 한 북클럽에 관한 이야기로 확대되고 그 이야기는 다음에 쓸 책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던 줄리엣에게 흥미 있는 이야기로 다가선다.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독일 점령지에 있었던 사람들의 속내를 줄리엣과 주고받았던 북클럽 회원들 사이의 편지에 고스란히 담긴다. 주고받는 편지 횟수가 늘어나며 점점 더 건지 섬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줄리엣을 건지 섬으로 가게 만든다. 

전쟁, 감자껍질파이 북클럽과 건지 섬 사람들 그리고 점령군인 독일군이 이야기를 형성하는 배경이 되고 있지만 이 모든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다. 북클럽이 만들어지는 직접적인 동기를 만든 엘리자베스가 그다. 전쟁 중인 섬 건지의 모든 것을 보이지 않은 끈으로 이어가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독일 수용소에서 사형당하지만 북클럽 사람들에 의해 그녀와 독일군 사이의 딸이 보살펴 지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클럽 회원들의 편지는 자신의 차지를 호소하는 사무적인 내용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극한 현실을 극복해 가는 사람들의 재기발랄하고 따스한 긍정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또한 우리에게도 익숙한 찰스 램,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 등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등장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전쟁은 파괴와 단절을 의미한다.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고 소통의 단절을 통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그 배경이 섬이라는 점 또한 전쟁과 부합되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그러한 파괴와 단절을 북클럽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에게 내재한 긍정정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도 사람관계를 가르는 벽과 단절을 통해 충분하게 나타내고 있다.

편지로만 구성된 이 소설은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은 끈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책을 통해 문학이 가지는 힘을 간접적으로 전해 준다면 사랑과 우정, 인간성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의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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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준비덜 된 마음에 밀려드는 쌀쌀함이
아직 보내지 못한 그리움 처럼
가을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던
나무잎을 뒤흔든다. 




옛날, 다양한 동물들이 사람을 불러 모았던 곳
토지를 주관하는 신인 사(社)와 
오곡(五穀)을 주관하는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직단(社稷壇)을 끼고 돌아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상수리 나무들이 열어준 오솔길을
세월의 흔적을 머리에 인 느긋한 마음들만
어쩌다 찾는 곳.
.
.

사직공원의 가을이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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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 CEO가 읽는 클래식 2
홍상훈 지음 / 새빛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시인의 마음으로 나를 다스리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달라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나보다. 옛글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그들 역시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를 놓고 밤을 세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가슴에 쌓인 울분을 토로하기도 한다. 어쩜 오늘날 사람들의 모습과 그렇게 닮아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감정을 담고 또 풀어내는 방법으로 다양한 것들을 사용하였다. 자연을 벗하며 술을 마시고 벗을 그리워하면서도 때론 권력과 부를 탐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또 실현되지 못할 꿈을 꾸기도 하면서 말이다. 또한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시를 짓고 음악을 연주하는 등의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한시에서 배우는 마음 경영’은 옛사람들의 감정을 담은 한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다스리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CEO가 읽는 클래식 시리즈로 발간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 담긴 한시의 원문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지금 우리의 현실과 결부된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시각에 의해 선정된 한시를 크게 4가지의 주제로 각 주제에 10여 편을 소개한다. 현실을 수용하는 방법 - 1장 어렵구나, 인생길, 2장 들끓는 감정을 녹이는 법 - 자기 성찰에 답이 있다. 3장 이 꽃 꺾어 누구에게 주리오 - 때로는 열정도 약이 된다. 4장 더 치열한 삶을 위하여 -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등 저자는 인생길에서 겪게 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잘 조절하여 앞날을 개척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시대를 달리하는 한시에 담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감정의 직접적 표현 보다는 은유로 표현된 경우가 허다하니 그 시대적 배경이나 지은이의 상황을 모르고서는 한시에 담긴 진정한 뜻을 오롯이 이해하기란 여간 여러운 것이 아니다. 특히 현대인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자로 구성된 시이기에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어려움을 잘 이해하여 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시인의 상황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不堪盈手贈 불감영수증
이 달빛을 손에 가득 담아 보내줄 수 없으니

還寢夢佳期 환침몽가기 
침실에 돌아와 아름다운 만남의 날 꿈꾸겠지

시는 대부분 절제된 시어에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시인의 눈에 담긴 자연과 세상살이가 마음에 담겨 시로 표현되기까지 정제되는 과정을 거치기 된다. 그렇기에 시인들의 가슴엔 세상이 다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인의 시를 통해 독자는 세상에서 오는 혼란스러움과 마음의 격정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리라. 가슴에 다가오는 시 한편 외워두고 한적한 시간 시인의 마음을 닮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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