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 / 일상이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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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밝히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事實)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일까?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해 나 스스로도 그 정보의 제공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확인을 거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다 정보매체를 통해 돌고 돈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접하는 많은 정보들 중 불확실한 정보 또한 많은 수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고 그 사실이 진실에 가까운지를 알아볼 수 있을까?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가 많은 현실에서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밝혀지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가 마치 진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곧 그 정체가 드러나지만 국가권력이 개입된 사건일 경우는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그것을 우리의 역사는 똑똑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것은 없었다. 

이 책 ‘대한민국 12비사(秘事)’는 현대 우리사회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이지만 그 내막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사건들을 간추려 의문에 도전하고 있는 책이다. ‘진실을 감추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는 생각으로 의혹투성이인 사건들에 대한 기록을 살펴 그 의문점을 다시 살피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다루는 사건으로는 일제시대 말기에 벌어진 백백교 사건을 시작으로 국군 2개 대대 월북사건, 김종필과 관련된 4대사건, 이수근 국외탈출사건, 정인숙 살인사건, 청와대 총격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사북탄광사건, 오대양사건, KAL기 폭파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까지 총 12가지에 이른다.

저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가고 관련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단초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기록되지 못한 진실은 의혹으로,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개개인은 국가기관의 발표를 불신하게 되며,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도 퍼지게 되었다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건들의 공통점은 좌익과 우익의 대립, 공직자의 섹스 스캔들, 정경유착, 공작정치, 사이비 종교의 성행, 노동자의 권익 문제와 폭력시위 등이다.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사건에 주목되는 이유는 사건의 중심에 권력이 있고 그러한 권력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되었던 여타 다른 사건들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 암암리에 관련되지 않은 사건들까지 감춰진 진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시간이 흘러 잊혀져가는 안타까움과 절박성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간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 이상의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 또한 보여주는 것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 12가지 사건에 대해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치권력의 성격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한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천안함 사건, 장자연 리스트 등 국가권력이나 고위 공직자,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관련된 사건은 늘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권위와 알권리를 저버리는 국가권력은 그 존재이유가 무엇일까? 공감과 소통이 화두가 된 세상이다. 이는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된 모습의 반증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권력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에서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것일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하는 사건이 존재하는 사회는 훗날 역사의 준엄한 심판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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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홍신 세계문학 3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채수동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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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선과 악의 경계를 서성인다
한 사회가 격동의 변화를 보이는 시기에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사람은 혼자서는 살지 못하며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울고 웃으며 일상을 펼쳐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그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 역시 혼란스러운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관습과 새로운 가치관 사이에서 오는 혼란일 것이며 미래의 불투명성에 의해 더욱 혼란스러움은 가중될 것이다. 이 시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 되지 않을까 싶다.

19세기 러시아는 농노제가 폐지, 경제 공황, 자본주의 정착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가치관이 상실되며 사회적 부의 불균등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피폐 등 사회적 혼란기에 해당된다.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i, 1821. 11. 11 - 1881. 2. 9)는 이런 사회적 변혁기를 살았던 사람으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당시 러시아의 상황을 작품으로 그려낸 대표적인 작가이다. 시베리아 감옥에서 4년간의 수형생활, 가난의 고통, 지식인의 가치관 혼란 등 당시 시대상황과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작가의 글쓰기는 러시아의 상황을 넘어선 사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죄와 벌’은 사회적 혼란기를 살아가는 지식인 한 대학생의 가치관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전 대학생이었던 청년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싸여 일상생활에서 꾸려갈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한 삶을 살아간다.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페테르스부르크의 뒷골목에서 병적인 사색에 골몰하는 라스콜리니코프는 나폴레옹 같은 선택된 강자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사회의 도덕을 무시할 권리를 가진다는 생각 속에서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존재인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게 된다. 이는 자신의 현실적인 개인의 이익과는 무관한 행동이다. 

자신의 신념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인한 번민과 갈등은 계속된다. 청년 라스콜리니코프는 범죄 직후부터 양심의 가책,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심한 고통을 겪는다. 이런 번민과 갈등의 일상은 자신도 모르게 예심판사 포르피리의 의심을 사고, 주위 사람들을 불신하게 되는 등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내면이 무너져 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계모, 그리고 배다른 동생들을 위해 몸을 파는 소냐를 만나게 된다. 소냐는 살기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몸을 파는 처지지만, 누구보다 영혼이 맑다. 그런 소냐에게 마음을 의지하는 동안 자신의 범죄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자수를 권한다. 자신이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는 포르피리의 권유, 본인이 생각처럼 비범한 인간은 아니었다는 자괴감, 소냐의 사랑을 계기로 자수를 결심한다. 그는 8년형을 언도받고 시베리아에서 유형생활을 시작한다. 소냐의 진심어린 사랑으로 라스콜리니코프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다. 

청년 라스콜리니코프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저버린 사람은 아니다. 노파의 돈과 귀금속을 훔치지만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고,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이웃사람의 불행을 돌봤다. 하지만, 그것보다 근본적인 갈등이 크기에 살인을 저지른 청년과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내몰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창녀 소냐의 만남은 인간들의 삶이 주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존재를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죄와 벌’은 한 청년의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 청년이 겪게 되는 이성과 감성, 선과 악, 신과 인간, 사회 환경과 개인적 도덕의 상관성, 혁명적 사상의 실제적 문제 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소냐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 중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맑은 영혼, 희망의 빛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이후 라스콜리니코프와의 사랑을 통해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라는 근본문제에 대한 성찰에 대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번민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지속될 문제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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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 -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유쾌한 비밀
김주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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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전환, 가능성의 출발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흔히들 우리의 현실을 비교분석하는 준거집단으로 OECD국가들을 거론한다. 교통사교, 자살, 교육열, 행복지수 등 비슷한 경제성과를 이룬 나라들과의 비교라는 의미와 더불어 혹 우리나라도 이런 선진 OECD 국가들과 비교할 수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성취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런 집단과 비교하여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살펴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를 개척하려는 의미를 가진 것일지라도 비교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우리의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측면이 많기에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거부감이 들 때가 많다. 같은 것을 보고도 보고자 하는 사람의 무엇을 중심으로 사고하는가에 따라 천지차이로 달라지는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 이런 것이리라.

인류가 살아오는 동안 문제가 없는 사회는 없었다. 그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사회를 인식하는 시각은 달라진다. 오늘날 우리가 우리사회를 부정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이 사회는 회복 가능성이 별로 없는 사회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해석이 가능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불러오는 것이 사고의 전환, 발상의 전환으로 불릴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회복 탄력성’은 사회적인 사고의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고 보여 진다. 저자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의 김주환 교수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 은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회복력’ 혹은 높이 되튀어 오르는 ‘탄력성’을 뜻한다고 정의한다. 혼란스럽고 가치관의 혼란을 불러오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이것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며 중심 독자를 자신의 아이들인 중고등학생에 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이 처한 현실을 중심으로 현실을 바로 파악하고 그들에게 미래를 희망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은 개별적인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설명하고 있다. 즉,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각각의 개인들이 어떻게 하면 ‘회복탄력성’을 강화하여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중점이 되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각 개인들이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고 자신의 삶을 구체화한다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전반적 문제도 충분히 극복될 것으로 보이기에 전 사회적 차원에서 실천가능성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학생들의 자살로 대표되는 교육현실에 대한 개탄에 멈춰있는 교육정책의 중심이 어떤 것 이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간 발간된 다양한 관련 서적들이 이론의 제시나 천년일률적인 방법의 제시로 그것이 그것인 듯 보였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론을 검증하는 구체적인 실례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어 그 신뢰도를 더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의 경험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결코 우리의 경우와 동떨어진 비교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한 공감되는 이론의 제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 상황을 분석해 보고 회복탄력성을 높여가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현대사회의 화두로 공감과 소통을 이야기 한다.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규정을 바탕으로 공감과 소통을 제시하는 것은 저자가 회복탄력성의 중요한 요소로 제시하는 인간관계의 관계성을 기본으로 소통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무엇보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긍정성이다. 즉, 몸이 약한 사람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음치도 훈련을 통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회복탄력성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은 사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또한 개인의 변화를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일 것이다. 회복탄력성을 높여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하게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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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 홍신 세계문학 5
허먼 멜빌 지음, 정광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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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 무엇을 봐야 할까? 
이러저러한 책을 접하다보면 책장 넘기기가 버거운 책들이 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인문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서적도 아닌 문학작품에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요사이 들어서 의외로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 받고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내게 그런 경험을 겪게끔 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만난 H. 멜빌의 작품 백경도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었지만 막상 만난 백경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백경’의 기본 줄거리는 간단하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 이스마일이 상선을 타고 항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포경선에 오른다. 이스마일이 포경선을 타고 대양을 누비며 직접 보고 느낀 다양한 해상 생활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스마일이 전해주는 이야기의 중심에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허브가 있다. 선장은 40여 년이 넘는 포경선의 경험에서 잊지 못할 고래를 만나고 그 고래에게 한쪽 발을 잃었다. 그 복수를 위해 포경선 피쿼드호에 올라 고래 백경을 찾아 나선다.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을 지나 일본 열도 근해에서 천신만고 끝에 백경과 만나고 그 고래에 의해 선장 에이허브를 포함 포경선 피쿼드호를 침몰하고 최후를 맞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스마일은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우선 고래의 종류를 비롯하여 고래에 관해 생물학적인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고래에 관한 모든 내용을 전해주고 있다. 심지어 사전이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고래이야기까지 내용이 넘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경선, 선원들의 직능에 따른 차이와 함께 탐승한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들이 다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어 이 백경이라는 ‘소설’이 해양모험 소설인지 아니면 무슨 백과사전인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웬만한 인내력이 아니면 당하기에는 버거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다소 박진감 넘치는 모험적 내용이 그려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소설 ’백경’에 대한 묘사가 많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대모험’,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 ‘장엄하고도 슬픈 아름다운 대서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백경을 읽어가며 아니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꼭 이런 묘사가 나와 공감하는 바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루할 만치 다양한 사물과 사건에 대한 묘사는 줄거리를 따라가기조차 버겁게 만들며 묘사하는 그것조차도 올바로 이해하기 힘든 무엇이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모험정신?, 선과 악의 대결?, 거대한 자연 앞에 무기력하기만 한 인간? 다시 생각해봐도 성격 규정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버거움에 홍신문화사 발행 이 백경은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어 편집상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글자 역시 두껍고 행간도 좁아 마치 이스마일이 세상 모든 것을 이 한편의 소설에 담아내고 싶은 마음처럼 느껴져 안타까움마저 든다.

그렇더라도 이스마일이 전해주는 모든 이야기가 다 지루한 것은 아니다. 몇 년이나 육지와 떨어져 생활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자연을 묘사하는 문장, 고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분명 관심을 끌만한 것이며 마지막 결말을 이끌어가는 박진감은 좋다. 하지만, 선장 에이허브의 백경에 대한 집착은 무엇으로 봐야 하는지 생각할 여지가 다분히 많은 부분일 것이다. 한 개인의 복수를 위해 다양한 이유로 포경선에 오른 선원 모두의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문학작품을 접하며 언제나 간과하지 말아야할 부분이 작가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황이 아닌가 싶다. 그렇더라도 저자 H. 멜빌 살았던 19세기 미국의 상황과 이 이야기의 맥락을 연결하여 미국의 개척정신을 말하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 여전히 난감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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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분석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22
칼 구스타프 융 외 지음, 권오석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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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인간에 대한 접근-무의식
심리학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아니라도 대단히 흥미로운 분야인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호기심에서 출발한 심리학에 대한 접근은 대학 전공으로 이어졌지만 그저 막연할 뿐이었다. 그 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흥미를 잃었지만 그나마 정신분석에 대한 프로이트의 꿈의 분석에 있어서는 흥미를 잃지 않았었다.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받고자 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시뿐 지속적인 관심이 아니었기에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아쉽기만 하다. 그 영향인지 책을 접할 때 심리학 관련 책은 관심대상의 우선순위에 있다.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심리학 관련 서적들이 다양하게 발간되는 현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인간이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높이며 행복하게 살아가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반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 책 ‘무의식의 분석’은 인간을 이해하는 한 측면으로 ‘무의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다.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넘어 심리학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내용으로 쓰여 졌다는 출간의도에 희망을 걸어본다.

이 책의 저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分析心理學)의 창시자이다. 스위스의 목사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서 의학과 정신의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강렬한 꿈과 환상 등 자신의 신비한 경험을 집중적으로 기록, 연구하면서 신화와 역사, 연금술에 심리학적인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정신분석의 유효성을 인식하고 연상 실험을 창시하였으며 콤플렉스를 정의했다. 특히,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파의 핵심으로 공동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견해차이로 인해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무의식세계를 탐구하여 분석심리학설을 제창했다. 특이할만한 것은 그가 동양사상에도 깊은 이해를 보였으며 동서양의 교류의 다리를 놓았다는 점이다. 주요 저서로는 ‘정신분석의 이론’, ‘심리학과 종교’, ‘영혼을 찾는 현대인’, ‘심리학적 유형’, ‘미발견의 자아’, ‘심리학과 연금술’, ‘인간과 상징’ 등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그 꿈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꿈에 대한 해석에도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꿈을 포함하는 의식의 상대개념으로 무의식이 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내 안에 존재한다는 점과 그 다른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에 대해 융의 해석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제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첫 번째 무의식의 접근은 융이 직접 쓴 부분으로 무의식과 그 언어를 형성하는 원형 및 상징과 무의식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별적인 인간은 성장과정에서 직접적인 학교 교육이나 간접적인 인간관계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경로로 입수한 정보를 통해 자신을 형성하게 된다. 물론 선천적으로 물려받는 유전적 요인도 분명하게 작용한다. 융은 개인이 꾸는 꿈의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있어 이러한 배경을 기반으로 삼아 올바른 분석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원시종족이나 다양한 문화권의 역사 및 신화, 종교 등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한 이해가 바로 원형일 것이다. 개인의 특성은 오직 개인의 특수한 경험일 테지만 그것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은 인류가 만들어 온 모든 유, 무형의 자산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상징화되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의식이 나타나는 방법의 일환인 꿈에 대한 접근은 사실적인 표현이 아니라 지극히 상징화된 무엇으로 나타나며 또한 꿈은 과거의 일에 대한 회상이 아닌 미래의 무엇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꿈에 대한 분석에는 일반화된 표준이 존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융은 무의식의 한 부분인 꿈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 보상관계를 밝혀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데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꿈에 대한 올바른 분석을 위해 제시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의 세계도 흥미롭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삶을 영위하던 때로부터 벗어나면서 인간 근본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혀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융의 이야기는 인류학적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두 번째 구성 부분인 ‘고대 신화와 현대인’은 고대의 신화와 전설 및 원시적인 의식 속에서 위에서 융이 언급한 몇 개의 ‘원형’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누구나 알 수 있는 미녀와 야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무척 흥미롭다.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접근은 무엇을 말할까? 생각하고 판단하는 속에서 하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는 자신을 이해하는데 많은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그 출발이 아닐까 싶다. 곧 스스로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이해하고 자신에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융의 업적은 더 빛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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