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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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야 한다
말 그대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土臺)를 두되 그것을 변화(變化)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根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담고 있는 뜻을 새겨 한 줄의 글도 놓치고 싶지 않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이 말에 지극한 공감을 느낀다. 

요사이 오주석이라는 한사람에게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워낙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우리 옛 그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마음이 전해지기에 그간 발간된 저자의 책을 모조리 찾아 읽게 된 것이다. 단원 김홍도를 비롯하여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간된 책들 어느 하나도 허투루 느껴지는 것은 없다. 우리 것을 공부하고 배우며 즐기는 사람으로 김홍도를 무척이나 사랑해서 그의 삶과 예술 정신을 닮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된 그 사람이 남긴 글로나마 그를 그리워 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 생각된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발간된 순서와는 상관없이 저자가 발간한 책 들 중 마지막으로 접하게 된 책이다. 한 폭의 그림을 통해 그가 발견한 것은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그림 소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 사람들의 눈으로 마음으로 보고 느낀 사람의 따스한 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사는 이유 그리고 우리인 까닭을 찾아내고 그가 사랑하는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꽃이다. 사상의 뿌리, 정치제도의 줄기, 경제 사회의 건강한 수액이 가지 끝까지 고루 펼쳐진 다음에야 비로소 문화라는 귀한 꽃은 핀다. 지금 한국 문화는 겉보기에는 화려한 듯싶으나 내실을 살펴보면 주체성의 혼란, 방법론의 혼미로 우리 정서와 유리된 거친 들판의 가시밭길을 헤매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아픈 마음으로 보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문화를 만들어 온 우리들의 모습이 어느 순간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거친 들판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으로 변화된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한국의 미’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 주요한 관심사다. 한국의 미의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 옛 그림을 선별하고 그림 읽기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시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전국을 찾아다니며 강의를 통해 일반인과 만나왔던 저자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중심 주제를 세 가지로 구분하고 마치 현장에서 강연을 듣는 것처럼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주고 있다. 저자 오주석은 옛 그림을 대할 때 우선해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마음가짐을 말한다. 그것은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는 점’과 이를 바탕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그림을 보라는 것’을 지적하며 열린 마음으로 가슴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자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이런 기본사항을 견지하며 그가 바라본 그림으로는 김홍도의 ‘군선도’를 시작으로 백자항아리, 단원의 풍속도, 기로세련계도, 불화, 주상관매도, 마상청앵도, 송하맹호도, 황묘롱접도, 모계영자도 등을 세심하게 읽어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그림의 소재뿐아니라 그림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중심이다. 나아가 그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초상화’라고 한다. 초상화를 그리고 남긴 조선의 선비들의 오롯한 정신세계를 통해 우리가 찾는 한국의 미의 정신을 밝히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로 ‘예쁜 모습보다 진실한 모습, 참된 모습’을 중시했던 조선 사람들의 마음이다. 

또한, 저자의 단원 김홍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점을 확인한다. 이 책 곳곳에서 만나는 김홍도의 그림뿐 아니라 부록으로 김홍도 그림에 대한 그간 말해왔던 작품을 따로 묻어 그림과 그림에 대한 감상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사회에 흐르던 성리학의 기본 이념이 어떻게 사람을 위하고 그것이 사람의 정신을 통해 삶이 투영된 문화를 만들어 왔는지 말해주고 있다. 사대부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주도하며 창조해온 시대의 문화는 그 저변에 동양사상의 한 축을 구성하는 천지인의 사상이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음도 밝혀주고 있다.

현재는 과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엄연한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마치 하늘에서 불쑥 떨어진 사람들처럼 과거를 기피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희망의 미래가 존재할 수 있을까? 다시 법고창신의 정신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옛 그림을 읽어주는 것을 통해 바로 그러한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자 오주석의 책을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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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 개정판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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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한 아들의 아버지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역사적 인물이지만 마치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럴 수 있는지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기억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하지만 시대적 요청이나 특정한 목적에 의해 형성된 분위기가 한 몫 하는 경우도 있다. 역사적 인물 중 그렇게 기억되는 사람이 몇 있다. 퇴계 이황, 이순신, 율곡 이이, 심사임당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한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 이전에 이런 저런 이유로 형성된 피상적인 지식으로 인해 때론 올바른 이해를 방해할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는 이황에 대한 다른 측면의 이해를 넓히는데 대단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은 조선시대 성리학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대 학자로 기억되는 측면이 우선된다. 또한 조정에 출사하여 자신의 뜻을 펼치기도 한 관리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미니 품에서 자랐으며 학문에 뜻을 두었지만 출사에는 별 뜻이 없다가 늦은 나이에 대과에 급제하고 관료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직접 경험한 정치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병들어 약한 몸으로 인해 70여 차례 사직 상소를 올릴 정도로 벼슬 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학문의 연구와 저술 후학 교육에 더 많은 뜻을 두었던 사람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율곡 이이와 정치적 활동으로 비교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성리학의 4단 7정에 관한 고봉 기대승과의 논쟁을 통하여 학문적 논쟁의 모범을 보여주고, 성리학의 심성론을 크게 발전시켰다는 점이 주목 받았다. 나이 70세에 세상을 떠날 때 까지 학문에 열중하여 남긴 저서로는 ‘계몽전의’, ‘송계원명이학통론’, ‘퇴계집’ 등이 있다.

퇴계 이황은 도산 서당에서 성리학의 심성론을 크게 발전시킨 한국철학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의 자는 경호이며, 호는 지산 ·퇴계이다. 연산군 7년 11월 25일 경상북도 안동 도산에서 진사 이식의 여섯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퇴계의 아버지는 서당을 지어 교육을 해 보려던 뜻을 펴지 못한 채, 퇴계가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퇴계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34세에 대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권지부정자로 벼슬을 시작하여 끊임없이 학문을 연마하며 순탄한 관료 생활을 보내던 그는 종 3품인 성균관 대사성에 이른 43세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갈 뜻을 품게 된다. 

이 책은 퇴계 이황이 출사하여 40세인 1540년부터 55세인 1555년까지 첫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 준과 채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벼슬하는 관리나 대 학자의 근엄함이 아니라 아들의 아버지로써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평범하지만 따스한 마음이 물씬 풍기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 내용의 주요한 점이 아들에게 쓴 편지이다 보니 그동안 알아왔던 성리학자로의 면모보다는 일반인 이황의 모습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러한 내용 중에는 자신은 그토록 멀리하고자 했던 벼슬을 아들에게 강력하게 출사를 권하는 모습이나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한 가장으로써 책임, 아들과 손자들에 대한 교육문제, 아들과 며느리와 사돈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나 노비를 비롯한 가솔들에 대한 이야기 등에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는 흥미로움이 있다. 또한 이황에 와서 비로소 친 어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바꾼 사실이 돋보이는 점이라고 보인다. 

‘모든 일은 부디 진실로 삼가고 조심하여 부끄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하여라. 몸은 낮은 지위에 있으나, 만약 마음이 안정되고 청렴하여 욕심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반드시 마땅히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모름지기 거듭 경계하고 경계하도록 하여라.’

이 책은 바로 한 가정의 아버지로써 그가 보인 마음 씀씀이가 중심이다. 그러다보니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가정을 꾸려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중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퇴계 이황이 살던 당시 조선사회의 일면을 꾸밈없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대부의 나라 조선에서 올바른 선비로 살아가기 위해서 지켜나가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을 기반으로 그런 사회의 한 가정에 꾸려지는 구체적인 문제까지 전반적인 조선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보인다.

근엄한 관료이자 학자에서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온 퇴계 이황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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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 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정민.김동준 외 지음 / 태학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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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시대를 살아간 사람의 정신을 보다
흔히들, 현재의 자신을 올바로 보려면 과거를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이는 사람이나 한 사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역시 한국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가슴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정신과 감성은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역사를 배우는 것이리라.

국학 또는 한국학이라고 불리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학이라는 용어는 8·15광복 후에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6·25전쟁 이후 학계의 활발한 연구 활동과 더불어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때 국학이라고도 했으나 이 용어가 주는 보수적 또는 국수주의적인 느낌이 있어 한국학으로 일반화된 것이라고 한다. 한국학이란 한국에 관한 언어,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한국 고유의 것을 연구, 계발(啓發)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는 이 책은 이 책의 대표저자 정민 선생님의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한국학에 대한 사회적 요청에 의해 보다 강화된 연구의 필요성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한다. 한류열풍에 올바른 대응하기 위한 외부적 요구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의의는 우리 것에 대한 학문적인 객관성을 확보하고 세계화의 과제에 답하기 위한 것이 크다고 할 것이다. 또한 한국학의 연구에 있어 학제 간 연구, 분과 학문 간의 소통이 어느 시기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은 1977년 가을 ‘문헌과해석’ 창간호 발간 이후 학자들이 각자 자신이 매진해온 학문분야의 장벽과 경계를 헐어 마음을 모아오고 있는 모임의 그동안 연구 성과를 모아 발표한 책이다. 한국학이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주제인 문학, 역사, 철학을 비롯하여 미술, 음악, 연극, 복식, 군사 분야의 젊은 인문학자 27인이 저마다 자신이 주목하는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차분하고 온기 넘치는 해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는 제1부 그림에서 그리움을 읽다, 제2부 그림의 속살과 내면 풍경, 제3부 무대와 그림이 만날 때, 제4부 그림, 인간과 역사를 논하다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림이 있다. 선조들이 남긴 그림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눈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에 근거하여 선조들이 살아왔던 삶의 모습을 들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27명의 저자들이 주목했던 그림들로는 표암 강세황이나 박제가, 정조임금, 겸제 정선, 고려불화, 김홍도, 신윤복, 정약용 등의 개인적인 그림들 뿐 아니라 왕실의 공식행사에 있었던 모습을 그린 화성능해도병이나 주교도 등도 포함되어 있으며 때론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시대를 유추해석하며 사진 속 배경으로 사용된 병풍의 출처까지 찾아내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밝혀내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 가운데 특히, 관심이 가는 이야기들로는 박제가와 나빙의 예술을 통한 교류다. 조선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실로 막강했다.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서는 시기 그에 대한 조선 사대부들의 마음은 유별난 모습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그 시기에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의 거문고가 나빙에 의해 박제가에게 전해지고 그 거문고가 대를 이어 전해져 온 이야기다. 또 다른 흥밋거리는 다상 정약용의 매조도에 얽힌 이야기, 정조 임금의 귤 순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공길이를 다룬 장악원 관련 이야기 등 저자마다 독특한 주제가 돋보이는 책이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내가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라는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다름 아닌 ‘정민’과 ‘안대회’라는 관심 갖는 인문학자 두 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였다. 이 두 인문학자의 글은 매번 접할 때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더불어 이 책에서 만나는 다른 인문학자들 역시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이 펼쳐내는 글 솜씨 역시 대단하다. 한국 인문학 분야에서 새로운 학자들을 만나고 그들이 펼쳐낼 새로운 학문의 세계가 기대되는 바가 아주 크다.

다양한 전공자, 그들이 그림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이뤄 만들어낸 작품으로 오늘의 한국학을 풍부한 실제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이 책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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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피는 꽃이 있으랴 - 우리 동네 미륵이 들려주는 39가지 이야기
강영희 지음, 박다위 그림, 남선호 사진 / 아니무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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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미륵의 공통점, 곧 희망이다
시간이 흘러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지금 당장은 절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 중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삶을 살아가는 지혜도 포함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리 서러운 일만은 아니다. 나이가 세상을 바라보고 내게 오는 외풍들을 관조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리라.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본다는 이 관조(觀照)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사람들의 얼굴이 제각각이듯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렇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렸을 것이다. ‘그냥 피는 꽃이 있으랴’의 저자 강영희는 미륵이 들려주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자 했다. 전국을 돌며 세상 속에 그 존재를 애써 드러내지 않고 세월을 누리고 있는 미륵들을 찾아보고 그에 얽힌 사람들의 희망을 찾아 낸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마음을 함축적인 언어로 담아내 이 책을 발간한 것이다. 그것이 시라고 불리면 시가 될 것이지만 굳이 형식이 필요할까

서른아홉 미륵이 있다. 그 미륵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도 살아온 모양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한 결 같이 사람들 가슴 속 희망과 함께한 것을 보았다. 있는 듯 없는 듯 한 자리에 서서 그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은 미륵만의 힘은 아닐 것이다. 그 미륵에 마음을 쓰며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분명하다. 미륵이 담고 있는 종교적 의미는 그리 중요치 않다. 미륵을 가슴에 담아온 사람들의 소망이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본 미륵을 보며 ‘어디에 있든 아무런 말이 없지만,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지켜봐주고 등을 두드려 주는 존재다.’고 보았다. 그러한 미륵이 있기에 ‘아무 걱정 말아요.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을 내고 있습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이 피는 것은 저절로 그렇게 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긴 시간 추위와 고통을 이겨내며 생명의 절정의 순간을 꽃으로 피워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냥 피는 꽃은 없다. 꽃이 그렇듯 그런 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속 좁은 사람들은 순간순간 견디기 힘든 일을 대할 때마다 세상 고통이 다 자신에게 잇는 듯 좌절한다. ‘꽃’이 생명의 절정에 이르는 과정이 그리 단순하지 않듯 우리내 사람들 삶도 그럴 것이다 고 인정한다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소중한 것은 모두 
저절로 하게 되는 거랍니다

(중략)

배워서 하게 되는 것들은
하나같이 힘이 약하답니다

저절로 피어나는 간절한 마음들
저절로 피어나는 간절한 꽃송이들

(중략)

배워서가 아니라
저절로 할 수 있는 일

아주 쉬운 일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랍니다
(아주 쉬운 일) 중에서 

아프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것이 가장 큰 것이다. 흔히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으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며 미리 가져온 아픔의 주인공은 분명 마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는 일은 그래서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저자는 미륵을 통해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찾은 그 실마리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주 쉬운 일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을 나누는 것이다.

이 책은 세 사람이 만들었다. 미륵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담은 사람 남선호, 그 미륵을 자신의 마음으로 본 모습으로 새롭게 그려낸 박다위, 서울의 모처에서 예술 치료와 마음 읽기를 하는 살롱형 점집을 운영하는 저자 강영희가 그들이다. 각자 독자적인 세상살이를 하는 사람들이지만 미륵의 가슴에 담긴 사람을 향한 따스한 마음에 공감하고 마음을 모은 결과이리라. 다소 낯선 모습, 현대적 감각으로 태어난 미륵에서 본래 미륵이 가진 친근함이 더욱 살아나고 있다. 글 읽는 재미만큼이나 그림 보는 재미도 좋다. 아쉬운 것은 사진이 홀대받은 느낌이다. 사진도 같이 살아나는 묘수를 찾았다면 더 값진 마음 나눔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마음이 저절로 가는 그곳, 애써 거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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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참모실록 - 시대의 표준을 제시한 8인의 킹메이커
박기현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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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끌어가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역사를 읽다보면 늘 궁금한 것이 있다. 한 나라의 권력이 왕에 집중되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그 왕의 존재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으로 그려지는 역사책에서 왕 이외의 사람들은 그럼 무엇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분명 알지 못하는 무엇이 있고 그 무엇에 의해 힘의 균형이 잡혔을 것인데도 유독 왕조사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많은 것은 단순한 흥밋거리로 역사를 보는 편협한 시각의 반영이 아닌가도 돌아보게 된다. 

어느 시대든 권력은 소수에게 집중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집중된 권력이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앞세워 횡포를 부리기도 하지만 때론 백성들을 위해 아낌없는 정책을 펼쳐 태평성대를 누리는 시기도 있었다. 흔히들 동양 3국인 중국, 한국, 일본의 역사에서 권력의 향배를 분석하고 내 놓은 말들 중 중국은 왕권이 절대적이고 일본은 신권이 절대적이어서 한 왕조가 오랜 시간을 영위하지 못하고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에 의해 흥망성쇠를 거듭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오랜 왕조를 이어온 우리의 역사는 비결은 왕권과 신권이 서로 힘의 조화를 이루었기에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게 왕권과 신권사이 힘의 균형을 이뤄온 우리 역사에서 당파싸움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도 왕권을 견제하는 속에서 서로 공존하려는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역사 중 비교적 가까운 조선에서 신권을 대표하는 중심에 영의정이 있었다. 그들은 탁월한 정치적 활동에 의해 임명된 경우도 있었지만 때론 왕권과 신권사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임명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자리에 올랐는가를 불문하고 자리에 올라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책 ‘조선 참모실록’은 바로 그런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왕이 중심인 나라에서 왕을 도와 정책을 시행하며 행정 관료인 대신들을 비롯하여 백성들의 삶을 살펴 그들이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참모라는 말은 조직 내에서 관리적 기능과 자문·정책조언 기능을 수행하면서 조직 목적 달성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기관이나 사람을 말한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힘이 권력의 책임자와 행정 그리고 그 둘을 있게 한 백성 이렇게 세 축으로 살핀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참모는 바로 행정의 심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의 역사에서 주목받는 참모로 저자가 선택한 사람은 맹사성, 이준경, 이황, 이원익, 이항복, 김육, 최석정, 박규수 등 모두 8명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사람부터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있지만 이들 모두는 당대를 살아가던 백성들에게 희망이었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사회가 혼란스러운 때 책무를 맡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왕과 백성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모두에게 이로운 정책을 실천하고 그 마음이 백성들의 가슴에 온기를 전하며 희망의 불꽃을 피운 것이다. 

주목되는 사람으로는 다소 낫선 이준경과 최석정이다. 이준경은 집안이 사화를 겪으며 멸문지화의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좌절을 딛고 혼란스러운 당시 국정을 타협과 중용으로 이끌었다. 최석정은 병자호란 때 주화파의 선두였던 조부 최명길에 대한 업보를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출사해 숙종을 보좌하며 사화와 당쟁으로 얼룩진 조정을 원만하게 이끌어나갔다. 

이들 이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여준 구체적인 모습은 제각각이다. 자신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고 나라 사정이 달라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당차게 뜻한 바를 묵묵히 실천해갔다. 그들은 주로 세우기보다 지킨 쪽이요, 나라의 혼란을 수습하고 국가경영의 안정적 시스템을 이룩하는 데 성공한 참모들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시대의 모범과 표준을 제시한 리더 중의 리더였다. 이들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저자가 주목하는 참모들의 참 모습이 아닐까 한다.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로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조선이라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웠던 상황도 분명 있었고, 미래를 살아갈 희망을 잃기도 했겠지만 그들에겐 탁월한 참모가 있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선 역사의 탁월했던 참모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철없는 사람의 기대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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